이부진의 홀로서기, '상속세 2.7조' 납부에 달렸다 '삼성생명·호텔신라' 주식스왑 등 시나리오, 배당재원 5년 분납 후 거취 관심
최은진 기자공개 2021-05-04 08:03:54
이 기사는 2021년 05월 03일 15: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상속재산 분할이 마무리 된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3남매의 독립경영 체제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 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이 회장 생전에 단골소재로 제기됐던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의 계열분리 가능성이 다시 수면 위로 고개를 들고 있다.하지만 이 사장이 삼성생명의 주요주주로 등극했고 상속세 납부에만 조단위 재원이 필요하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호텔신라 분리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삼성그룹 오너일가는 4월 30일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통해 세무당국에 12조원 규모의 상속세를 신고했다. 유가족은 2조원대의 1차 상속세를 납부하고 연부연납을 통해 향후 5년간 6차례에 걸쳐 상속세를 나눠 낼 계획이다.
이 부회장에게 상속재산이 몰릴거라는 예상과 다르게 대체적으로 법정상속비율대로 나뉘었다. 현재 구속수감 중인 이 부회장의 입김이 얼마나 작용했는 지 알 수 없으나 재계에서 관측했던 것 보다 딸들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데 주목된다.
부동산 및 미술품 등을 제외하고 현재 공개된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에스디에스·삼성전자 등의 상속지분 가치만 대략 24조6000억원이다.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의 상속재산이 가장 많은 7조원에 달하고 이재용 부회장 6조4000억원, 이부진 사장 5조9000억원,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5조3000억원 수준이다. 상속세는 각 지분가치의 절반가량인 홍 전 관장 3조2000억원, 이 부회장 3조원, 이 사장 2조7000억원, 이 이사장 2조5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이 이 사장의 몫이 예상보다 상당부분 커졌다는 데 있다. 그는 3남매 중 이 회장과 성품이 가장 많이 닮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다방면으로 부친으로부터 상당한 총애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이 부회장 중심의 그룹 승계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며 상속재산 역시 장남에게 쏠릴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이 사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스디에스, 삼성물산 등 지분을 동생 이 이사장과 함께 확보하게 됐다. 이어 삼성생명 지분을 유의미하게 상속받으면서 막강한 주주로 등극했다. 특히 이 사장은 삼성생명 주주로 처음으로 등재되면서 삼성물산·이 부회장 다음으로 많은 7% 지분을 쥐게 됐다.
총 6조원에 달하는 주식을 확보한 이 사장은 현재 경영하고 있는 호텔신라를 분리시킬 수 있는 충분한 재원을 마련하게 됐다. 이 사장은 2004년부터 주요 경영진으로 호텔신라에 재직했고 2010년부터는 10년 넘게 등기임원을 유지하고 있다. 사실상 이미 오래 전부터 이 사장 중심의 독립체제가 지속된 셈이다. 그럼에도 이 사장 지분은 단 1주도 없기 때문에 계열분리를 위해선 개인적인 지분 취득이 필요하다.
현재 이 사장이 확보한 상속지분 가치를 감안하면 호텔신라 최대주주 지위를 충분히 확보하고도 남는다. 재원과 운영 측면에서 이 사장이 독립경영을 할 만한 여건은 갖췄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사장이 당장 계열분리에 나서긴 어려울 것이란 게 재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일단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현재 확보한 지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삼성그룹 오너일가가 이 부회장이 아닌 딸들에게까지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상속한 배경은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이 사장이 상속받은 주식을 포함해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에스디에스·삼성전자 등으로부터 연간 수취할 것으로 예상되는 배당금은 총 2400억원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에서만 총 1660억원가량의 배당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2조원이 넘는 재원을 5년내 마련하기엔 역부족이다. 주요 핵심 계열사 주식을 모두 소유해야만 5년간 1조원이 넘는 현금 확보가 가능하다. 1차 상속세로 납부한 부분을 감안하더라도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
만약 당장 상속지분을 호텔신라 주식과 스왑 등을 단행할 경우 재원 마련 측면에서 불리하다. 호텔신라는 연 배당총액이 100억원 안팎에 불과하다. 그룹 지배구조 차원에서 이 사장 홀로 계열사 주식을 현금화 하기도 어려운 처지다.
결과적으로 이 사장은 상속된 주식을 상속세 연부연납이 끝날 때까지 보유할 가능성이 높다. 추후 호텔신라의 계열분리를 염두에 둔다면 현재 수준 이상으로 상속으로 확보한계열사 지분을 늘릴 가능성도 희박하다. 연장선에서 삼성생명 안에서 이 사장의 지배력이 확대되고 궁극적으로 금융계열사를 분리해 갈 것이란 시나리오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이 사장은 줄곧 호텔 중심의 사업 확장을 고민했고 그 대상이 항공이나 면세점, 명품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를 감안하면 금융업에 대한 의지보다 호텔에 대한 애착이 더 강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호텔과 금융 두 사업 모두를 이 사장이 갖기는 쉽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호텔신라 등에 대한 계열분리 가능성은 향후 연부연납이 끝난 5년 뒤에나 나올 수 있는 시나리오라고 재계는 평가한다. 지분스왑 등의 방식을 통해 계열분리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계열분리 등의 가능성은 현재 단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에 뭐라 할 말이 없다"며 "이 사장 중심의 금융 계열사 독립 역시 신선한 시각이기는 하지만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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