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지배구조 리뷰]결국은 정공법…안정적 지분 대물림④매각보다 대출로 상속세 감내…추가 차입여력 충분, 지분희석 우려 최소화
원충희 기자공개 2021-05-07 07:15:37
[편집자주]
온 국민의 시선이 집중된 삼성가의 상속 밑그림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상세한 내용을 밝혀지지 않았으나 전반적인 방향은 현 이재용 부회장 체제의 유지와 안정이다. 통상 재벌가의 상속은 소유구조 변화를 몰고 왔으나 삼성은 결이 다르다. 그간 삼성이 고민해온 지배구조를 현 시점에서 되짚어보고 추후 방향을 가늠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5월 04일 15: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은 그간 오너의 지배력 유지와 보완 과정에서 대주주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구상했지만 대부분 무산됐다. 삼성SDS와의 합병, 지주회사 전환, 중간금융지주사 등은 무산됐고 삼성물산을 활용하는 방법도 결국 못했다.어찌 보면 차악에 가까운 정공법을 선택했다. 다행히 최대 관건인 상속은 지분 희석 없이 일단락됐다. 삼성 가는 1조7000억원을 대출 받아 2조원 이상으로 파악되는 상속세의 대부분을 감내했지만 아직 추가 대출여력과 담보화되지 않은 지분이 남아있어 주식매각은 최후의 보루로 미뤄졌다.
삼성전자의 창립기념일 기준인 1988년 삼성반도체통신을 흡수 합병한 뒤 삼성 가의 전자 지분은 8.1% 수준으로 지금처럼 취약했다. 이를 보완해주던 게 삼성물산과 제일제당이 각각 6.2%씩 보유한 지분이었다. 당시 삼성가가 직·간접적으로 행사 가능했던 지배력은 20%선이었다.
이번 상속 후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자 의결권 지분은 21.2%로 창립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됐다. 세간에선 지분 일부매각 가능성도 거론됐으나 이 카드는 사용되지 않았다. 상속은 현 지배구조를 최대한 유지하는 선에서 유족 간 불협화음 없이 배분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삼성 측은 2014년 5월 고 이건회 회장이 와병에 들면서 지배구조 강화 및 유지에 대해 여러 방안을 모색했다. 그 중 하나로 거론된 게 삼성SDS 합병설이다. 당시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0.67%에 불과했으나 삼성SDS 지분은 9.2%였다. 이부진·서현 자매도 삼성SDS 지분을 각각 3.9%씩 보유했다. 삼성SDS를 인적 분할해 삼성전자와 합병하는 게 오너일가의 지배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좋은 해법이었다.
또 다른 방안은 지주회사 전환과 중간금융지주사였다.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중간지주사로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을 나눠 삼성물산을 통해 실효적 지배가 가능하다고 거론했다. 그러나 이 두 개의 방안은 법적 한계와 주주·시장의 반발로 사그라졌다.
그밖에 삼성물산이 직접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하거나 고 이건희 회장의 지분의 증여 받는 시나리오도 있었다. 이것도 어려웠던 게 삼성물산은 전자 지분 확보를 위한 실탄이 넉넉지 않은 상황인데다 총수의 세금부담을 계열사에 떠넘긴다는 비난여론도 조심스러웠다. 전자와 생명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오너 가에게는 12조원 넘는 세금을 부담하는 차악의 가까운 선택 외에는 길이 없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우려된 부분은 주식 매각 등으로 인한 지분 희석이었다. 삼성 가는 매각보다 대출로 급한 불을 껐다. 이번 1차분 납부에만 1조7171억원을 대출 받아 2조원 이상으로 파악되는 상속세의 대부분을 감내했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고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 3.41%(2억4989만3100주) 가운데 1.39%(8309만1066주)를 상속받은 배우자 홍 여사는 그 중 4655만7124주를 공탁 및 담보대출에 사용했다. 우리은행, 하나은행, 한국증권금융, 메리츠증권 등 4개 금융사로부터 대출받은 금액은 1조원, 담보와 공탁비율은 1.48%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도 대출을 끌어왔다. 이들은 삼성전자 지분을 각각 0.93%씩 받았으나 담보·공탁에는 삼성물산과 삼성SDS 주식으로 활용했다. 담보·공탁비율은 삼성물산이 27.99%, 삼성SDS가 17%다. 자매는 이를 토대로 7171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2조원 이상으로 알려진 상속세 1차분의 상당부분이 대출로 충당된 셈이다. 그럼에도 홍 여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의 담보비율은 1% 남짓한 수준이라 추가 대출여력이 충분한 상태다. 또 아직 삼성생명 지분과 담보화 되지 않은 삼성전자 지분이 남아있다. 이는 내년 2차분부터 2026년까지 납부해야 할 상속세를 마련하는 용도에 쓰일 것으로 보인다. 덕분에 일부 지분매각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진 상태에서 안정적인 지분 승계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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