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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장도 원하는 '명예퇴직'…기재부 반대에 '난색' 임금피크제 간부 급증에 현장인력 부족 부작용

김규희 기자공개 2021-05-20 07:41:40

이 기사는 2021년 05월 18일 10: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IBK기업은행의 인력 구조는 기형적입니다. 임직원 규모는 매년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일선 현장에서 핵심 업무를 수행하는 실무진 숫자는 줄어들고 있어요. 명예퇴직을 통해 기업가치를 제고해야한다는 일반주주의 요구에 화답해야 합니다."

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기형적인 '항아리형' 인력 구조로 인해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역설적이게도 전체 임직원 수는 늘었지만 일선 현장에선 일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매년 실시하는 신입행원 채용을 고려하면 현장 인력이 부족하다는 얘기는 선뜻 납득되지 않는 상황이다. 기업은행의 임직원 수는 올 3월말 기준 1만3974명에 달한다. 2016년 1만2220명과 비교하면 4년 3개월 만에 1478명이 늘어났다. 매년 300여명을 충원한 셈이다.

그럼에도 현장 인력 부족 얘기가 나오는 이유는 '임금피크제도' 때문이다. 임금피크제 대상자는 임금이 65% 수준으로 줄어드는 대신 한직으로 배치된다. 지점장 등 핵심 업무를 수행할 수도 없다. 각 지점에 소속되어 정원에는 잡히지만 실무는 맡지 않는 일종의 ‘유령’ 직원이 늘어났다.

실제로 올해 임금피크제 대상자는 1003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말 666명에서 300여명 늘어난 수치다. 내년에는 1040명, 2023년에는 1022명 정도로 예상된다. 정년까지 인원이 누적되는 걸 감안하면 내년 기준 임금피크제 대상자는 전 직원의 10%를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측은 인력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희망퇴직으로 간부급 인력의 퇴직을 유도해 효율적인 조직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은 정부 규제 탓에 명예퇴직은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비슷한 처지인 시중은행은 항아리형 인력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명예퇴직을 활발하게 실시하고 있다. 3년간의 임금과 함께 자녀 학자금, 재취업지원금 등 퇴직금을 지급해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들의 퇴직을 유인한다.

직원은 은퇴시기를 몇 년 앞당기면서 수억원에 달하는 퇴직금을 챙길 수 있고 은행은 비정상적인 인력구조를 해결할 수 있다. 지난해 5대 시중은행 명예퇴직자는 2515명에 달한다.

하지만 기업은행을 비롯해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명예퇴직 제도는 실효성이 없다. 공무원의 명예퇴직금 산정방식을 준용하기 때문에 명예퇴직자에게 줄 수 있는 금액은 시중은행의 20~30% 수준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명예퇴직금 규모가 임금피크제 기간 3년 동안 받을 수 있는 금액보다 적다. 때문에 기업은행을 포함한 국책은행들은 2015년 이후 단 한차례도 명예퇴직을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

국책은행 노조 관계자는 “희망퇴직 제도가 불완전한 탓에 대상자들의 불만은 물론 인력 운용 역시 비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노동자는 물론 은행장 역시 희망 퇴직을 실시하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기재부 반대에 막혀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물러나는 간부급 인원을 신입행원으로 채우면 청년 일자리 창출 효과도 누릴 수 있다는 게 국책은행들의 입장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정부를 자처해온 만큼 명예 퇴직을 통한 인력 구조 개선의 '선순환'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재부는 이같은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책은행에 대해서만 명예퇴직금 규모를 높일 경우 다른 공공기관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재부 공공정책국장은 지난해말 있었던 노사정 간담회에서 “국책은행 희망퇴직금 상향은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고 지금까지도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국책은행 노조 측은 명예퇴직금 규모도 시중은행 만큼 원하지도 않는다. 현실적으로 임금피크제 기간에 받을 수 있는 3년치 임금을 한번에 주면 퇴직하겠다는 입장으로 알고 있다”며 “별도 예산 없이 인건비와 충당금으로 충분히 대처가 가능한 상황인데 기재부가 숨통을 터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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