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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형 숙박시설 규제가 능사일까 [thebell note]

신민규 기자공개 2021-06-09 11:03:45

이 기사는 2021년 06월 08일 07: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디벨로퍼 업계 마지막 보루와 같던 생활형 숙박시설 개발이 정부 뜻대로 진압되고 있다. 입법예고를 거쳐 10월부터 시행사는 '주거용'으로 이 시설을 분양할 수 없다. 인기없는 '숙박업' 형태가 되다보니 미분양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규제발표 이후 시장은 혼란에 휩싸였다. 안그래도 사업성이 낮은 전국의 관광단지 개발사업에 가장 먼저 직격탄을 날렸다. 생활형 숙박시설이 개발이익 회수역할을 맡아야 하는데 분양성이 보장되지 않아서다. 여수 경도 해양관광단지나 동해망상지구 국제복합관광도시 조성사업이나 상황은 매한가지다. 상업지역내 복합개발사업도 같은 처지에 속해있다.

대형 증권사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서는 이미 돈줄을 끊었다. 더이상 생활형 숙박시설에 PF를 제공하지 않기로 내부지침을 내렸다.

개발업계 다급함은 당장 포털에 '생활형 숙박시설'을 검색해도 쉽게 알 수 있다. 끝물을 암시하듯 '청약통장 필요없음, 전매 무제한, 종부세 없음, 양도세 중과 면제, LTV·DTI 규제 예외, 1가구 2주택 예외'라는 광고가 거세다.

광고를 믿고 지금 들어가면 수분양자는 수년전 '분양형 호텔' 폐해를 그대로 답습할 것이다. 기존 입주자도 유예기간이 끝나면 주거용도로 전환해야 하고 안하면 이행강제금을 물어야하니 피해를 벗어날 수 없다.

개발업계를 무조건 탓하기는 어렵다. 8년 넘게 허용됐던 개발방식이 졸지에 비도덕적인 행위로 치부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주차공간부족이나 학교부담금 면제는 모두 법안 입안 당시 풀어준 결과물이지 위법하게 얻어낸 특혜가 아니다.

복합개발을 하는데 분양성이 높은 사업을 안하면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운 문제도 있다. 지금처럼 퇴로를 완전히 차단할 경우 사업장이 줄도산하는 것은 시간문제가 될게 뻔하다.

관광단지나 상업지역에 주거시설을 들이는 것이 그렇게 금지해야할 일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주거수요가 있는 곳에 규제가 가해질수록 주거용 오피스텔, 생활용 숙박시설 같은 대체상품만 계속 늘었다. 난개발은 막아야 하겠지만 조악한 변종상품을 양산할 바에 아파트를 허용하는게 차라리 나은 선택일 수 있다. 반대급부로 기부채납 수위를 높이더라도 말이다.

근본적으로 이런 규제 행위가 언제까지 가능할지 의구심이 든다. 개발용지에 필요한 용도를 일일이 지정하는 일은 현사태만 봐도 정부가 뒷감당하기 버거워 보인다. 네거티브(불허용도) 방식의 규제 전환을 업계가 꾸준히 요구해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규제 형평성만 맞추다가 정작 필요한 주거수요는 외면한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같은 공간에 여러 수요가 섞이고, 본래 지정된 용도로의 기능이 희석되는데 수년 후에는 또 어떻게 대처할지 궁금하다. 당장 '주거'와 '숙박'의 경계부터 모호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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