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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이코리아 M&A]롯데 뒷심 발휘할까…6년전 KT렌탈 인수전 회자막판 위닝프라이스로 깜짝 승리…재현 여부 관심

한희연 기자공개 2021-06-09 07:56:36

이 기사는 2021년 06월 08일 11: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이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의 양강구도로 전개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네이버와의 컨소시엄 논의 등을 이끌어내며 딜 초반부터 인수의지를 꾸준히 피력해 왔다.

롯데의 경우 딜 초반에는 다소 소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듯 했으나 막판 진지하게 딜에 임하는 모습을 보이며 속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5년전 KT렌탈(현 롯데렌터카) 인수전 당시 막판 승부수를 던졌던 롯데의 M&A 승부사 기질이 이번 이베이코리아에서도 재현될지 여부가 관전 포인트로 떠오른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이베이코리아 매각 본입찰에서 롯데그룹과 신세계 그룹은 일찌감치 바인딩오퍼를 제출하고 결전을 예고하고 있다. 숏리스트에 선정됐던 MBK파트너스와 SK텔레콤은 이날 본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두 유통공룡이 마지막 라운드에서 인수의지를 과감히 드러내자 그간 대조적이었던 이들의 행보도 주목된다. 신세계그룹의 경우 이마트를 인수주체로 삼아 딜 초반부터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낸 편에 속한다. 실사 과정 중에는 네이버를 초청해 맞손 논의도 진행하는 등 구체적인 전략을 짜는 모습이 외부에 포착되며 진성 인수자로 자리매김했다. 자문사 라인업도 일찌감치 꾸리고 자금조달 방안도 활발히 논의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 인수전 완주를 예고해 왔다.

반면 롯데그룹의 경우 딜 초반 상대적으로 조용했다. 롯데는 롯데쇼핑을 인수주체로 삼아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검토했다. 하지만 예비입찰 후 숏리스트로 선정돼 상세실사를 시작했을때도 크게 눈에띄는 행보를 나타내지는 않았다. 일각에서는 인수전 중도 포기를 전망할 정도였다.

하지만 실사가 무르익어가면서 롯데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는 얘기가 솔솔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달 말부터는 금융기관 등을 상대로 대출 등 자금조달 태핑을 하는 등 분위기가 감지되며 막판 뒷심을 발휘할 지 주목되기 시작했다.


소극적인 초반에 비해 후반들어 서서히 인수의지를 강화시켜나가는 롯데의 행보에 5년전 KT렌탈 인수전을 떠올린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실 롯데는 M&A를 통해 그룹을 성장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내부에 M&A DNA를 지니고 있다는 평가다. 2014년~2015년중 진행됐던 KT렌탈 인수전은 롯데의 이런 승부사적 기질을 여실없이 보여줬던 딜이었다.

2014년 7월 KT가 KT렌탈 매각을 공식화하자 다수의 원매자들이 관심을 나타내며 딜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예비입찰에는 20여곳이 참여하며 흥행을 보였고 매각측은 이중 9곳을 숏리스트로 선정해 실사기회를 부여했다. 2015년 1월말 이뤄진 본입찰에는 SK네트웍스, 롯데, SFA, 한국타이어, MBK-IMM컨소시엄,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등이 참여했다.

KT렌탈이 매물로 출회됐을 때 예상 몸값은 6000억원 정도였다. 하지만 인수전이 진행될수록 열기가 과열되자 본입찰 즈음엔 예상 몸값이 9000억원까지 치솟았다. 본입찰에서 후보들이 9000억원대의 가격을 적어내자 KT는 딜을 프로그레시브로 돌려 막판 가격 상승을 유도했다. 프로그레시브로 2차 가격 경쟁이 시작되자 일부 후보들은 인수전에서 발을 빼기도 햇다. 2월 이뤄진 2차 본입찰까지 남아있었던 곳은 한국타이어-오릭스PE,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등이었다.

본입찰이 시작될 때만 해도 막판까지 경합하는 후보 3곳 중 롯데그룹은 주목받지 못한 후보였다. 인수전의 기본 구도는 SK네트웍스, 한국타이어,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롯데 등 4파전으로 예상했으나 이중 롯데에 대해선 "인수 의지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이같은 평가는 그룹 특유의 짠돌이 이미지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본입찰에서 경매호가방식으로 거래가 진행되더라도 롯데라면 무리한 베팅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롯데는 마지막 프로그레시브 경쟁에 1조200억원을 제시하며 승기를 거머쥐었다. 다른 경쟁사들이나 심지어 롯데의 자문사들까지도 예상치 못한 베팅가였다. 다른 경쟁사들의 제시가격과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으면서 금액상으로 소폭 앞서는 '위닝프라이스'를 제시한 셈으로 프로그레시브의 진수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프로그레시브가 두 차례나 진행되며 경쟁사들의 피로는 극에 달했다. 유력 인수 후보였던 SK네트웍스는 2월로 예정된 2차 본입찰에 불참할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다른 편에선 인수 경쟁에서 발을 빼는 듯했던 오릭스PE가 다시 한국타이어와 맞손을 잡으며 후보간 합종연횡 지도는 수시로 변화를 거듭했다. 롯데는 이 가운데서 조용히 단독으로 인수전을 준비하며 때를 기다려 왔다.

롯데는 일련의 과정에서 동물적 감각으로 결정적 순간의 판단을 단행하며 승부사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도이치증권을 비롯한 자문단은 1차 본입찰 전 밸류에이션 산정에 일정 부분 관여한 뒤로는 사측과 이렇다할 접촉도 없었다고 알려진다. 롯데의 독특한 기업문화 때문에 파이널 비딩에 대한 정보는 일절 공유되지 않았던 상황에서 롯데는 막판 1조 원대 베팅을 자체적으로 결정하며 딜의 승자가 됐다.

이에 시장 일각에서는 이번 이베이코리아 M&A도 롯데가 비슷한 행보를 나타낼 지 관심을 보이는 분위기다. 초반에 소극적인 모습으로 비춰지며 유력 인수후보로 거론되지 않았으나 딜이 막판으로 갈수록 롯데의 행보가 천천히 수면위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와의 맞손을 잡는 신세계와 달리 롯데의 경우 다른 후보와의 합종연횡 시나리오가 언급되지 않았다. 전날 본입찰 후 매각측이 프로그레시브 등을 통해 다시한번 인수가 경쟁을 붙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KT렌탈 딜의 데자뷰가 이뤄질지 롯데의 행보가 주목된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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