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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의 경제학]해체·부활 반복한 삼성 컨트롤타워…이번엔 다를까⑤비서실→구조본→전략실로 시대 따라 변화…사법리스크 와중 TF 체제 한계 명확

김슬기 기자공개 2021-06-18 08:03:26

[편집자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면론이 고개를 들면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정권 말기 때마다 항상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기업인 사면 논란은 국민 대통합과 경제 활성화를 근거로 하고 있다. 더벨은 그간 사면 조치를 받은 기업인들의 전후 행보를 통해 재벌 사면의 경제·산업적 효용성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6월 16일 0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의 사면 역사 속엔 컨트롤타워의 해체와 부활이 있었다. 이건희 회장의 두차례 사면 과정에선 비서실이 해체되고 구조조정본부로, 다시 전략기획실이 해체되고 미래전략실로 부활하는 과정이 있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 이후 삼성의 컨트롤타워는 어떻게 될까. 현재 삼성은 컨트롤타워가 없다. 사업지원TF란 이름으로 최소한의 기능이 있지만 한계가 명확하다. 이 부회장의 사면 이후 새로운 리더십을 확립하기 위해선 어떤 형태든 컨트롤타워의 부활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삼성 컨트롤타워는 과거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졌다는 비판 속에 정치·사회적 지탄의 대상이었다. 이 부회장이 스스로 해체 시킨 컨트롤타워를 똑같은 형태로 부활시키긴 힘들 전망이다. 시대 흐름에 발맞춰 유연한 행태를 보이면서 이 부회장을 보필할 새로운 형태의 컨트롤타워가 예상된다.

◇사업지원TF 대체 조직 생길까

삼성은 총수 사면 과정에서 컨트롤타워에 일대 변화를 줬다. 이건희 회장 사면은 1997년과 2009년 두 차례 이뤄졌다. 사면을 전후로 그룹의 컨트롤타워는 크게 개편됐다.

삼성의 컨트롤타워는 고(故) 이병철 창업주 시절부터 비서실로 불리웠다. 삼성 비서실장은 그룹 2인자로 이병철 회장을 도와 그룹 경영의 최고 책임을 졌다. 인사·재무·감사·기획·국제금융·홍보 등 주요 업무가 비서실을 통해 각 계열사에 뿌려졌다. 삼성 비서실의 정보력은 국가정보원에 버금간다는 말이 돌았다.

1997년을 전후해 비서실은 해체되고 구조조정본부란 이름으로 바뀌었다. 컨트롤타워의 기능은 같지만 이름의 변화만큼 성격은 달라졌다. 비서실이 회장을 보좌하고 인사권을 통해 그룹을 관리했다면 구조조정본부는 그룹 계열사 업무를 관할하고 사업 구조조정을 하는 역할을 맡았다.

구조본이 출범한 시기 한국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사업 구조조정에 대한 필요성도 컸다. 실제로 삼성은 당시 주요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자동차 등 일부 사업을 접기도 했다. 당시 사업 구조조정을 통한 선택과 집중 전략 덕에 삼성은 오늘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삼성의 고도 성장기엔 구조본의 역할이 컸다.


삼성 X파일 사건으로 인해 2006년 구조본이 축소되고 전략기획실로 이름이 바뀌었다. 구조조정 대신 '전략'이란 이름이 들어간 것에서 삼성의 고민이 엿보인다. 전략을 세우고 새로운 사업을 확장하는 데에 방점이 찍혔다. 전략1·2팀이란 조직을 통해 사업 전략을 짜는 브레인 역할을 더 강조했다.

전략기획실은 다시 2008년 해체했다. 이건희 회장이 다시 사법리스크에 휘말리면서 전략기획실이 해체됐고 사면 이후인 2010년 미래전략실이란 이름으로 부활했다. '미래'란 이름이 붙었지만 전략을 짜고 사업을 확장하는 역할은 대동소이했다. 다만 미전실은 이 부회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리면서 다시 해체 수순을 밟았다.

◇TF 체제 지속가능성은 의문…새로운 역할 주문

삼성은 2016년 미전실 해체 후 사업지원TF란 이름의 컨트롤타워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삼성생명 금융경쟁력제고TF, 삼성물산 EPC경쟁력강화TF 등이 과거 미전실을 메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 200여명이 움직였던 역할을 40여명이 담당하고 있다. 인력 축소 만큼 기능도 줄었다.

삼성은 현재 각 계열사 이사회 중심의 경영체제를 유지하되 계열사별로 조율이 필요한 인사·재무·법무 등의 업무는 TF에서 조율하고 있다. 전자 계열사는 사업지원TF가, 금융계열사는 금융경쟁력제고TF가 주축이다.

다만 한계는 명확하다. TF의 어원인 '태스크포스'는 기동부대란 군사용어에서 비롯됐다. 사업의 필요에 의해 일시적으로 만들어진 조직을 의미한다. 사업지원TF는 이름부터 임시조직임을 천명했다. 또 구조조정을 주도하거나 전략을 내세워 계열사 체질 개선에 나서도록 하는 컨트롤타워 업무 수행엔 어려움이 있다.

◇사법리스크 상존…컨트롤타워 강화 필요성도 제기

최근 논의되는 사면이나 가석방이 이뤄지더라도 삼성과 이 부회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다. 사면을 통해 면죄부를 받는 것은 '국정농단 뇌물공여·횡령' 사건일 뿐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재판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이 부회장 사면과 관련된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는 했으나 현재 이와 별개로 진행되고 있는 재판이 있기 때문에 섣부르게 결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사면시 다른 별도의 안건에 대해서도 면죄부를 주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밝혔다.

금융회사 대주주 적격성 이슈도 논란이 될 수 있다. 고 이건희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 상속으로 이 부회장은 생명 지분 10.4%를 확보했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따라 금융당국은 특정법령(금융관계법령, 조세범처벌법, 공정거래법)을 위반해 금고 1년 이상의 실형이 확정된 금융사 실소유주에게 의결권을 10% 이상 행사하지 못하도록 명령할 수 있다.

이 부회장은 특경가법상 횡령이어서 당장 문제가 되지 않지만 불법 합병 및 회계 부정은 얘기가 다르다. 이는 금융관계법령인 자본시장법 위반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 지배구조 리스크가 추가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사면과 가석방 어떤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이 부회장의 향후 행보는 순탄치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 사면 뒤엔 오히려 더 강한 컨트롤타워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부회장의 공백 기간 동안 흐트러진 조직 기강을 다잡고 효율적으로 신성장동력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리더십을 부각시키는 과정이 필요한 데 임시조직만으론 한계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각 사별로 책임경영이 잘 이뤄졌지만 향후 경영환경에 대해서는 가늠할 수 없는게 현실"이라며 "CEO 단에서 이뤄질 수 있는 결단과 총수가 내릴 수 있는 결단은 다른 측면이 있기 때문에 향후 이 부회장이 만들어나갈 지배구조 개편 및 의사결정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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