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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HMM 출구전략 '갈 길 멀다' CB 3000억 주식전환, 차익 4조 전망…투입 자금 비해 적은 규모

고설봉 기자공개 2021-06-17 07:37:32

이 기사는 2021년 06월 16일 13:2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업은행이 HMM에 대한 구조조정에 착수한지 약 5년여 만에 출구전략을 짰다. 2016년 글로벌 해운업 불황기에 옛 현대상선(HMM)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지원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채권을 회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단순하게 보면 대규모 차익을 볼 수 있는 상황으로 여겨져 긍정적 평가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구조조정에 투입된 전체 자금의 회수 측면에서 보면 큰 결실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4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산은이 보유하고 있는 HMM 전환사채(CB)를 전량 주식 전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익의 기회가 있는데 포기하면 배임"이라며 "3000억원의 CB전환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산은이 주식으로 전환하는 CB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이 발표되기 이전 투자한 채권이다. 당시 옛 한진해운과 HMM은 거듭된 실적 악화와 해운시장 불황 등으로 유동성 압박이 심했었다. 당장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산은 등 채권단에 손을 내밀었다.

당시 산은 등 채권단은 옛 한진해운과 HMM의 모기업인 한진그룹과 현대그룹에 자산유동화와 자구안 등을 내놓으라고 했다. 그 결과 HMM의 모기업인 현대그룹은 옛 현대증권(KB증권) 등 매각을 포함한 자구안을 제출했고, 산은 등 채권단은 이를 받아들여 자금을 지원했다.

이번에 산은이 주식으로 전환하는 CB는 HMM이 발행한 ‘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 190회’로 2016년 12월 전액 산은이 인수했다. 만기 이자율은 3%고, 행사가액은 HMM 주식 액면가인 1주당 5000원이다. 다만 당시 맺은 계약에 따르면 전환가격은 1주당 6269원이다.

전환청구기간은 2017년 12월 19일부터~2021년 6월 29일까지다. 그동안 전환을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이 길었지만 HMM의 주가 상황 등을 고려해 산은이 최후까지 전환권 행사를 미룬 것으로 볼 수 있다.

CB 전환이 이뤄지면 산은은 막대한 투자차익을 실현할 수 있게 된다. HMM의 주가는 이 회장의 기자 간담회 당일인 14일 종가 기준 4만6250원으로 집계됐다. 이를 토대로 산출한 산은의 평가 차익은 9.25배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해운재건에 따른 결실로 HMM의 주가가 상승하자 산은은 CB의 만기 연장 보다는 주식 전환을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이 회장은 "전환하면 당연히 이익이 있는데 그걸 포기하면 배임"이라며 "국민 세금으로 돈 벌 기회가 있는데 왜 그걸 안하겠느냐"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주식 전환을 해도 그동안 산은이 HMM에 투자한 자금으로 따지면 극히 일부만 회수할 수 있는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정부가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산은을 중심으로 HMM에 자금 지원을 본격화한 2018년 4월 이후 투입한 자금은 아직 회수 계획도 불투명하다.

산은은 2016년 말 한진해운이 파산한 이후 HMM을 중심으로 해운재건을 추진해왔다. 2018년 4월해수부 등 정부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그해 7월 한국해양진흥공사를 출범하면서 본격적으로 해운재건에 나섰다.

HMM 지원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은 산은이었다. 해운재건 계획의 핵심은 유일한 국적 원양선사인 HMM을 경영 정상화하고 옛 한진해운이 보유하던 전 세계 항로 및 물동량을 회복하는 것이었다. 당시 이러한 역할을 기대해 해양진흥공사가 설립됐지만 자금과 경험 부족 등을 이유로 HMM을 전담 지원한 것을 산은이었다.

이에 따라 산은은 영구채 방식으로 HMM에 수차례 자금을 지원했다. 실제 산은은 2017년 2월 HMM의 정관을 변경하고 CB 발행 한도를 기존 8000억원에서 2조원까지 확대했다. 이후 2018년 들어 본격적으로 HMM에 자금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그해 7월말 기준 HMM이 발행한 영구 CB 규모는 6000억원이었다. 1조2000억원의 영구 CB를 추가로 발행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이 같은 한도 확대는 산은의 실사 결과에 따라 이뤄졌다. 2018년 안에 HMM이 조달해야하는 자금은 약 8000억원 가량이었다. 더불어 산은은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 인수비용으로 3조원, 악화된 재무구조 개선에 2조원이 더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HMM은 2018년 9월 2만3000TEU급 12척, 1만5000TEU급 8척 등 총 20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발주했다.


이처럼 산은이 HMM으로부터 회수해야할 공적자금은 아직 많다. 다만 투입된 자금을 향후 어떻게 회수할지에 대한 방안은 윤곽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당장 산은이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팔 수 없는 만큼 현재 지분 가치가 그대로 회수되는 금액이란 보장은 없다.

더불어 향후 블록딜 등 방식으로 경영권을 포함해 지분을 매각할 경우 할인 요소도 있다. 이번 CB 주식 전환 뒤 산은이 보유하게될 HMM 지분은 25.99%로 전망된다. 경영권을 행사하기엔 조금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해진공이 보유한 4.04%(CB 전환후 3.49%와 신용보증기금이 보유한 7.11%(CB 전환후 6.06%) 등과 함께 매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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