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혁신 바쁜데 인력 과도…기재부에 발목 잡힌 국책은행 7년간 명퇴 ‘0’명, 시중은행 인적 쇄신과 정반대 움직임

김규희 기자공개 2021-06-21 07:40:17

이 기사는 2021년 06월 17일 16: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책은행들의 명예퇴직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중은행은 이례적으로 희망퇴직을 추가 실시하는 등 인적 쇄신에 나서고 있지만 국책은행은 기재부 반대로 발이 묶여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전문은행, 핀테크 기업 등이 금융산업에 뛰어들고 전 금융권이 치열한 혁신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국책은행 대다수가 기형적인 인력 구조를 개선하지 못하면 중장기적으로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우려를 품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최근 만 49세(1972년생)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통상 연 1회 실시해왔으나 올해는 이례적으로 두 번째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것이다.

신한은행뿐 아니라 KB국민·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지난해 말부터 올해 6월초까지 접수한 희망퇴직자는 총 2495명에 달한다. KB국민은행 800명, 하나은행 511명, NH농협은행 496명, 우리은행 468명, 신한은행 220명 등이다.

이처럼 시중은행이 희망퇴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이번 기회로 인력 구성을 재편해 금융혁신의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판단에 따라서다. 무엇보다 디지털 혁신과 맞물린 움직임이다.

최근 금융권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촉발된 디지털혁신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임금피크제에 들어선 인력들을 내보내고 최신 IT 기술과 데이터에 능숙한 인력을 신규로 채워 디지털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심산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나이가 많다고 해서 디지털 능력이 떨어진다고 볼 순 없지만 아무래도 현실적으로 변화를 따라가지 힘든 부분이 많다”며 “직원도 수억원대 퇴직금을 받아 제2의 인생을 계획할 수 있어 서로 윈윈이 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국책은행 역시 시중은행과 마찬가지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디지털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KDB산업은행은 ‘전행적 디지털화’를 내세우고 디지털전환 전략의 효과적인 추진을 위해 ‘디지털추진부’를 설치했다. 수출입은행은 올해를 ‘디지털 수은’의 원년으로 삼고 데이터 기반 자동심사 시스템 구축 작업을 추진 중이다. 기업은행 역시 윤종원 행장이 직접 ‘디지털혁신위원회’ 지휘봉을 잡고 디지털 신사업 및 신기술 도입을 총괄하고 있다.

하지만 국책은행 입장에선 희망퇴직을 통한 인적 쇄신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명예퇴직제도가 유명무실해 간부급 인력들이 그대로 남아있어 인력 구조 재편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퇴직금 예산을 확정해줘야 할 기획재정부가 현실적이지 않은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국책은행은 2014년 감사원 지적이 있기 전까지는 임금피크제에 들어간 직원에 대해 잔여보수의 85~95% 수준의 명예퇴직금을 지급하고 퇴직을 유도해왔다.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감사원 지적 이후 지침을 바꿔 임금피크제 기간 급여의 45%만을 퇴직금으로 지급하도록 했다. 약 3년간의 임금과 함께 자녀 학자금, 재취업지원금 등 수억원을 지급하는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20~30% 수준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명예퇴직금 규모가 임금피크제 기간 동안 받을 수 있는 금액보다 적다.

그러다보니 최근 7년동안 국책은행에서 나온 희망퇴직자는 단 한 명도 없다. 관리자급 인력만 늘어나고 일선 현장에서 핵심 업무를 수행하는 실무진 숫자가 줄어드는 기형적인 ‘항아리형’ 인력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희망퇴직제도가 불완전해 인력 운용이 비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무엇보다 혁신이 필요한 시점에서 신규 인력 수혈을 통해 한걸음이라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이같은 의견에 공감하고 있다. 장철민·이소영·오영환·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일 있었던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임금피크제 등 이슈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은성수 금융위원장 등과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재정적으로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국책은행 인건비는 정부 예산이 아니라 영업수익으로 지급하는 만큼 기재부 예산에도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국책은행들은 높은 수익을 거뒀다. 임금피크제에 들어간 직원은 전체의 10% 정도로 파악되는데 이들을 당장 내보내더라도 재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