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나무의 고육지책…마로 상폐결정에 가치 1/4 토막 두나무앤파트너스 통해 마로 3000만개 보유…300원대에서 70원선 하락
성상우 기자공개 2021-06-21 08:02:57
이 기사는 2021년 06월 18일 08: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업비트가 주요 가상자산의 원화마켓 페어 제거를 발표하면서 자회사를 통해 보유 중인 가상자산 가치도 4분의 1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업계는 업비트의 이번 조치를 감독당국의 규제 방향성에 맞춰 단행한 사전 작업으로 해석한다. 특금법 심사 과정에서 리스크가 될 수 있는 요인을 제거하기 위해 수십억원의 자산가치 손실을 감수한 모양새다.17일 기준 업비트 원화마켓에 상장돼 있는 가상자산 '마로(MARO)'는 70원 초반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 11일 310원 안팎에서 시세를 형성하던 마로는 업비트의 원화마켓 페어 정리 공지가 뜬 직후부터 급락하기 시작해 이틀만에 4분의 1 수준인 75원선까지 떨어졌다. 이후 하루동안 120원선까지 반짝 반등세를 보이던 마로 가격은 다시 70원대로 주저앉았다.
대형 거래소들은 보통 비트코인(BTC)마켓과 원화마켓을 두고있다. 원화마켓에선 투자자가 입금한 원화로 곧바로 가상자산을 살 수 있지만 BTC마켓에선 가상자산을 매매할때 BTC를 통화로 활용해야 한다. 원화로 BTC를 산 뒤 이 BTC로 다른 가상자산을 사야하는 방식이라 절차가 더 복잡하다.
원화마켓에 상장돼 있는 가상자산의 경우 BTC마켓에만 상장돼 있는 가상자산보다 보통 거래량이 더 많다. 원화마켓 페어 제거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마치 증시 상장 종목이 상장폐지되는 것에 비견될 정도의 큰 악재로 여겨진다. 업비트측의 원화마켓 페어공지가 나온 직후 마로를 비롯한 해당 가상자산들 시세가 폭락한 이유다.
주목할만한 포인트는 마로가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가 자회사를 통해 직접 보유하고 있는 자산이란 점이다. 두나무의 투자 전문 자회사인 두나무앤파트너스는 2018년 TTC프로토콜에 투자하면서 마로 3000만개를 확보했다. 당시 매입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듬해에 마로는 두나무앤파트너스의 모회사인 두나무가 운영하는 거래소 업비트에 상장됐다. 두나무앤파트너스는 지난달 말일까지 마로 전량을 팔지 않고 보유 중이다.
마로는 올해 초 가상자산 시장 활황기가 도래하면서 한 차례 가격 급등기를 맞았다. 지난 2월 중순까지 30~50원대에서 횡보를 거듭하던 마로 가격은 3월 한달간 20배 이상 상승하며 1000원을 돌파했다. 당시 두나무앤파트너스가 보유하고 있던 전체 물량(3000만개)의 가치로 환산하면 약 300억원 수준이다.
업비트가 원화마켓 페어 제거를 공지한 지난 11일은 BTC 가격이 반등세를 시작하며 주요 알트코인들 시세도 안정세를 찾던 시점이었다. 그러나 마로는 원화마켓 페어 제거 공지 직후 이틀만에 300원대에서 70원대로 폭락했다. 전체 보유물량 가치로 환산하면 이틀사이 약 70억원이 증발한 셈이다.
업비트는 마로 뿐만 아니라 페이코인, 옵져버, 솔브케어, 퀴즈톡 등 5개 알트코인에 대해 원화마켓 페어 제거를 결정했다. 동시에 25개의 가상자산을 유의종목으로 지정하며 일주일간 검토 후 상장폐지를 결정하겠다고 공지했다.
한 거래소가 대량의 코인에 대해 이처럼 갑작스러운 조치를 내린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 3월 시행된 특금법 개정안에 규정된 '사업자의 자금세탁방지 의무'와 '자체 발행 가상자산의 매매·교환 알선 금지' 등 조항에 걸릴 수 있는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업비트가 특금법 사업자 신고를 앞두고 수십억원 규모 평가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리스크 제거 작업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같은 패턴의 알트코인 정리 작업이 타 거래소로 확산될 지 여부에 업계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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