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에너지 외형 성장의 명암 'EPC 대손충당금' [유증&디테일]②EPC 시장 개척, 매출 확대 견인…미수채권 후폭풍 '적자 전환'
박창현 기자공개 2021-06-24 08:03:35
[편집자주]
자본금은 기업의 위상과 크기를 가늠할 수 있는 대표 회계 지표다. 자기자금과 외부 자금의 비율로 재무건전성을 판단하기도 한다. 유상증자는 이 자본금을 늘리는 재무 활동이다. 누가,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근간이 바뀐다. 지배구조와 재무구조, 경영전략을 좌우하는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더벨은 유상증자 추진 기업들의 투자위험 요소와 전략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1년 06월 22일 14: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재생에너지 토탈솔루션 기업 '에스에너지'가 고속 성장의 명암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태양광 모듈 제조·판매를 넘어 개발·시공(EPC), 유지·보수(O&M)로 사업 영역을 넓히면서 성장 토대를 구축했다. 특히 국내외 EPC 프로젝트 사업에 집중하면서 외형을 키웠다.하지만 지난해부터 돌발 변수로 미수채권이 대거 발생하면서 대손충당금 손실이 쌓이고 있다. 그 여파로 영업손익도 적자도 돌아섰다. 에스에너지는 수직 계열화를 통해 원가 절감과 경쟁력 확보에 더욱 힘을 쏟을 계획이다.
에스에너지는 2001년 태양광 모듈 제조 사업을 시작으로 신재생에너지 시장에 뛰어들었다. 2007년에 코스닥 시장에 입성하면서 성장 기틀을 마련했고, 2014년 EPC와 O&M 부문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이를 통해 모듈 제조와 태양광 발전소 설계, 부품 소재 조달, 공사, 유지 관리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토탈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했다.
사업 확장 과정에서 단연 EPC의 존재감이 두드러졌다. 국내외 대형 태양광 프로젝트 수주를 통해 확실하게 실적을 견인했다. EPC 사업 매출은 2018년까지 402억원에 불과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25%가 채 안 됐다. 하지만 이듬해 EPC 매출이 854억원까지 늘었고, 총매출도 31% 성장했다.
지난해 단일 매출 1140억원을 달성했다. 이에 힘입어 총매출 또한 전년보다 17.4% 증가한 2548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을 EPC 사업이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다만 그늘도 짙었다. 각종 돌발변수로 EPC 채권 회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그대로 손실로 쌓였다. 지난해 에스에너지가 채권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비용 처리한 대손충당금만 88억원에 달했다. 전년도와 비교해 10배나 늘어난 수치다.
해외 EPC 사업에서 부실이 터졌다. 에스에너지는 일본 협력사 블루캐피탈매니지먼트와 발전소 건설 사업을 진행했고, 공사비 387억원을 청구했다. 이후 일본 매출처의 자금난으로 인해 채권 회수에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지난해 미수채권 34억원을 손실로 처리했다.
이집트 엘구나 태양광 모듈 제조 공장에서도 문제가 생겼다. 에스에너지는 2018년 유럽 지역 태양광 모듈 납품을 위해 현지 파트너와 조인트벤처를 설립했다. 신규 법인 설립 과정에서 기술 이전과 설비 판매 계약 등을 체결하면서 총 33억원의 매출을 인식했다. 다만 현지 파트너의 자금 사정이 꼬이면서 매출 채권 회수가 장기화됐고, 이 역시 전액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했다.
칠레 EPC 사업 역시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 에스에너지는 2015년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칠레 태양광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지법인까지 설립하면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하지만 태양광 발전소 건설 공사 과정에서 예상치를 밑도는 발전량과 자금 조달 지연으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었다. 결국 투자금을 모두 날렸고, 현재 자본 잠식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작년에는 칠레법인 투자자산을 손상 인식하면서 38억원을 손실 처리했다. 아울러 발전소 SPC 취득 용도로 빌려준 45억원의 대여금에 대해서도 모두 대손충당금을 쌓았다.
중장기 EPC 프로젝트의 장기 채권에 대해 대손충당금이 계속 쌓이면서 결국 에스에너지는 지난해 5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영업외 비용 부담까지 짊어지면서 순손실은 193억원에 달했다. 72억원에 달하는 종속회사 지분 평가 손실이 반영되면서 적자폭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에스에너지가 전격적으로 주주배정 유상증자 카드를 꺼낸 것 역시 급격하게 악화된 손익 재무구조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유증 유입 대금(170억원) 중 절반에 해당하는 88억원을 채무 상환에 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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