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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에너지의 민망한 '유증 명분' [thebell desk]

박창현 기자공개 2021-07-01 07:16:06

이 기사는 2021년 06월 29일 08: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은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돈을 모은다. 첫 번째는 대출, 두번째는 자본 확충이다. 대출은 말 그대로 빚이다. 일정 기간 동안 돈을 빌린 후 이자를 더해 갚아야 한다. 반면 자본을 확충하면 상환 부담 없이 자금을 운용할 수 있다. 대표적인 자본 확충 활동이 바로 유상증자다.

투자자는 자본 출자 대가로 주식을 받는다. 기업 가치가 높아져서 주가가 오르면 출자자 혹은 주주는 이익을 본다. 다만 반대의 경우가 되면 돈을 잃는다. 그 만큼 투자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이런 탓에 기업들은 유증 카드를 신중하게 쓴다. 확실한 투자 명분과 전략, 비전이 있을 때만 결단을 내린다. 특히 기관이 아닌 기존 주주들에게 손을 벌릴 때는 더 신중해야 한다. 투자자 보호 부담까지 짊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에스에너지는 최근 17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증 계획을 발표했다. 태양광 모듈과 개발·시공(EPC), 유지·보수(O&M) 사업을 아우르는 국내 대표 신재생 에너지 전문기업이다.

유증 발표 후 미래 청사진에 시장의 이목이 쏠렸다. 투자 받은 돈을 어떻게 활용해 가치를 높일지 가늠할 수 있는 첫 번째 기준점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주주들의 공모 청약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에스에너지가 밝힌 최우선 자금 사용처는 다름 아닌 '신사옥 건설 비용'이었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들어설 신사옥은 건설 비용만 350억원이 책정됐다. 주주들 입장에서는 주주들 돈을 모아 사옥을 짓겠다는 소리로 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2순위 사용처는 고금리 금융권 대출 상환이다. 유증 자금으로 빚을 갚으면 재무구조는 개선된다. 다만 채무 상환 책임을 주주들에게 떠넘긴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도 부채 상환 용도 비중이 높은 유증 거래에 대해서는 경계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에스에너지의 사정도 이해가 된다. 한창 잘나가던 2019년에 고덕동 부지를 매입하고 신사업 건립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후 태양광 사업이 부진하면서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지방자치단체와의 계약 때문에 일정이 늦춰지면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위기 상황에 직면하자 최후의 방법으로 주주 배정 유증 카드를 꺼내는 형국이다. 하지만 빈약한 명분에 시장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연초까지만 해도 8000원을 오가던 주가는 유증 발표 이후 5000원 벽이 무너졌다. 주가 하락 여파로 최초 계획과 달리 유증 규모도 30억원 가량 줄었다.

기업과 경영진의 판단에 따라 언제든 유증에 나설 수 있다. 문제는 시장, 주주들과 충분한 소통이 이뤄졌는지 여부다. 에스에너지 스스로도 부담이 큰 의사결정이라는 것을 모르진 않았을 터이다. 그렇다면 더 적극적인 IR과 주주 소통으로 시장 우려와 오해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에스에너지는 국내 최고 신재생 에너지 솔루션 기업을 지향하고 있다. 최초 타이틀도 셀 수 없다. 다만 유증 과정에서 보여주는 행보는 화려한 수식어들과는 멀어보인다. 유증 완료까지는 아직 한 달간의 시간이 남았다. 변화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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