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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물 ESG 시장 진단]압도적 물량, 대세 등극…아시아 발행 선도①성장세 꾸준, 조달 기본형 안착…'정부 정책, ESG 자산 분리' 확장 뒷받침

피혜림 기자공개 2021-08-18 13:55:31

[편집자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열풍이 어느때보다 거세다. 대출과 채권은 물론, 기업 경영평가에서도 ESG 여부가 중시되고 있다. ESG 기세가 단연 돋보이는 곳은 바로 한국물 시장이다. 2013년 첫 삽을 뜬 한국물 ESG채권은 2018년 본격적인 확장기에 돌입했다. 2021년 상반기에는 건수 기준 전체 딜의 70% 이상이 ESG채권으로 채워졌다. 전세계 ESG채권 시장을 선도하는 한국 이슈어의 조달 전략을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8월 12일 06: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채권이 한국물(Korean Paper)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2013년 첫 발행 이후 상당 기간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으나 사회적책임투자(SRI) 부상과 함께 새 국면을 맞은 모습이다. 올 상반기 등장한 32건의 한국물 중 22건이 ESG채권으로 발행되는 등 점차 조달 기본형으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 ESG채권의 성장세는 아시아에서도 단연 두드러졌다. 한국은 글로벌 채권시장에서도 비교적 빠르게 ESG가 안착한 곳으로 꼽힌다. 발행 규모 자체가 압도적인 중국을 제외하면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는 후문이다.

ESG채권 활성화는 정부 정책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정부가 그린뉴딜 등 친환경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자 이에 발맞추는 이슈어들이 늘고 있다. 정부의 서민금융지원책 등으로 주요 이슈어들이 ESG 관련 자산을 명확히 구분하고 있었던 점 등도 빠른 성장을 뒷받침한 요소로 지목된다.

◇ESG, 한국물 시장 안착…발행량 급증

더벨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ESG채권으로 발행된 공모 한국물은 122억 5277만달러였다. 전체 조달량(약 268억달러)의 45.6%에 해당한다. 2020년 한국물 ESG채 발행 규모가 141억달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6개월여 만에 연간 물량에 근접한 수준을 찍어낸 것이다.

발행 건수를 살펴보면 성장세는 더욱 매섭다. 올 상반기 32건(리오픈 제외)의 발행물 중 22건이 조달 자금 전액 혹은 일부를 ESG에 배정한 딜이었다. 건수 기준 ESG채권의 비중은 71.8%까지 급증한다. 사실상 올 상반기 한국물 시장을 찾은 이슈어 대부분이 ESG채권을 찍어낸 것이다.



한국물 ESG채권의 출발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첫 달러화 그린본드(green bond)로 ESG채권의 물꼬를 텄다. 당시 ESG는 글로벌 채권시장에서도 국제금융기구만이 발행을 이어올 정도로 낯선 영역이었다. 2014년과 2015년 한국물 ESG채 발행량이 제로(0)로 급감했던 배경이다.

사회적 책임 투자 열풍과 함께 ESG의 위상은 달라졌다. 투자 결정 과정에 ESG 원칙을 적용하는 글로벌 기관이 늘자 국내 이슈어 역시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2018년 한국수출입은행의 포모사 그린본드를 시작으로 한국수자원공사, 한국동서발전, 한국수력원자력 등이 잇따라 대열에 합류했다.

성장 속도는 해를 거듭할 수록 빨라지고 있다. 2018년 36억달러 수준이었던 한국물 ESG채권은 이듬해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이후 매년 100억달러 이상의 ESG 발행물이 쏟아지고 있다.

◇아시아 시장 선도, 각종 부담 요소에도 발행 빗발쳐

한국물 ESG채권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2020년 발행된 글로벌 ESG채권 중 약 3%가 한국 발행물이었다. 전체 물량의 66% 가량을 정부·국제기구·기관(SSA=Sovereign, Supranational and Agency)가 찍어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규모다.

2020년 국가별 글로벌 ESG채권 발행 비중(출처 : MUFG증권)

이는 SSA를 제외하면 미국·중국(4%)의 뒤를 잇는 수치다. 한국과 유사한 발행량을 기록한 곳은 브라질과 영국, 이탈리아 정도였다.

미국과 중국의 경우 연간 쏟아내는 글로벌본드 물량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한국물 ESG채권의 선전은 더욱 눈길을 끈다. 한국물 자체가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만큼 ESG와 관련해 한국이 거론되는 것 자체만으로도 압도적인 성장세를 확인할 수 있는 근거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물 ESG채권의 경우 발행세가 단기간 내 동시다발적으로 확산됐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드러난다"며 "일단 한 이슈어가 찍으면 경쟁사가 재빠르게 발행 대열에 합류하는 등의 방식으로 빠르게 성장했다"고 말했다.

ESG채권은 조달 의무가 강화된다는 점에서 이슈어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조달 자금을 친환경·사회적 프로젝트 등에만 사용해야 하는 데다 적합성 등을 인정 받기 위한 사전·사후 작업 등도 추가된다.

이슈어는 발행 전 외부 기관으로부터 자금 사용처가 ESG 기준에 부합하는 지 등을 검토받아야 한다. 발행 후에도 주기적으로 해당 프로젝트 진행에 따른 환경·사회적 기여도 등을 공개해야 한다. ESG 부채에 대응하는 자산을 매칭해야 하는 점 역시 어려움을 배가시킨다.

하지만 국내 이슈어는 꾸준히 ESG채권을 선택하고 있다. ESG 조달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데다 일반 투자자는 물론 SRI 기관을 유입시키는 효과 또한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친환경·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획득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이슈어의 관심을 높였다.

◇정부 정책, ESG 성장성 높여…발행 시장 특성도 한몫

정부 정책 또한 한국물 ESG채권의 성장을 이끈 요소 중 하나다. 특히 한국물 시장은 주요 발행사가 공기업과 금융기관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입김이 더 크게 작용한다. 지난해 한국판 뉴딜 계획에 발맞춰 국내 이슈어 역시 ESG 투자 및 조달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공기업·금융기관의 발행 비중이 높은 점 역시 ESG채권의 비약적인 성장을 뒷받침했다. 특수은행과 준정부기관 등 공기업은 전체 한국물의 절반 이상을 쏟아낼 정도로 발행 시장의 중심축이다. 이들은 기업 존재 자체가 공공성과 직결돼 ESG 자산과 부채를 연결시키는 과정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다.

상업은행 등 금융기관의 경우 정부의 서민금융지원 등을 바탕으로 ESG 대응력을 높였다. 국내 금융기관은 ESG채권 열풍이 불기 이전부터 정부 정책과 관련된 자산을 명확히 구분해왔다. 글로벌 ESG 투자 열기에 부응해 빠르게 조달 행렬에 동참할 수 있었던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나라의 경우 ESG 관련 자산을 구분해내는 작업이 쉽지 않아 발빠른 발행이 어려웠다"며 "반면 한국은 정부의 서민금융지원 기조 등으로 평소 ESG자산을 명확하게 분별됐던 터라 글로벌 투자 흐름에 재빨리 대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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