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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프로파일]'소부장 전문' 뚝심 투자 최성일 신한벤처투자 상무공대 출신 '한우물' 심사역, 미래 성장동력 키운다

이광호 기자공개 2021-08-13 07:56:39

이 기사는 2021년 08월 11일 14: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벤처투자는 신한금융그룹 계열 창업투자회사다. 전신인 네오플럭스 시절부터 활발한 투자 행보를 보이며 국내 주요 벤처캐피탈(VC)로 자리매김했다. 특정 분야에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확보하며 벤처기업들의 성장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투자에 앞장서고 있어 눈길을 끈다.

최성일 신한벤처투자 상무(사진)는 소부장 전문 투자자로 활동 중이다. 소부장은 업계에선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투자처로 인식되고 있지만 뚝심 있게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연구개발(R&D) 능력과 사업적 역량이 뛰어나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는 기업들을 집중 발굴하며 건강한 소부장 생태계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성장스토리: KTB네트워크·에이티넘 등 주요 VC 경력, '소재·부품·장비' 투자 강점

최 상무는 한양대학교 공업화학과 출신이다. 공업화학 중에서도 소재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대학 졸업 후 곧바로 취업하지 않고 학문의 길을 걸었다. 크로스오버를 위해 광주과학기술원(GIST) 생명과학과에 입학했다. 공업화학 베이스에 생명과학을 얹으며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였다.

석사를 마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다는 목표를 세웠다. 뛰어난 지도교수 밑에서 열심히 공부 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크로스오버로 성공해 한국에 정착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았다. 이 때문에 유학의 길을 접고 석사학위를 받은 뒤 취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평소 경영, 경제, 법학 등에 관심이 많았던 탓에 엔지니어 보단 다른 길을 알아봤다.

구직 활동을 하며 여의도를 오갔다. 그러던 중 '한국종합기술금융(현 KTB네트워크)'이라는 회사를 알게 됐다. 마침 공채를 진행 중이었고 도전장을 내밀어 합격했다. 2000년 해외투자팀에 배치돼 투자업에 발을 들였다. 기술에 대한 지식을 토대로 여러 기업을 분석하며 흥미를 느꼈다. 해외투자팀과 화학생명팀을 거치며 관련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이후 2002년 SL인베스트먼트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초기멤버 대부분이 KTB네트워크 출신이었다. 팀장으로 활동하며 주도적으로 투자를 진행했다. 당시 이녹스, EMW안테나, 연희정보통신, 하나마이크론 등 초기기업에 투자를 단행했다. 이들 기업 모두 당시에는 매출액이 미미했지만 사람과 기술을 보고 베팅했다. 그 결과 유의미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2007년엔 한미창업투자(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에 둥지를 텄다. 부장으로 합류해 소부장 투자를 주도했다. 이어 2010년 원익투자파트너스 이사로 이동해 소부장 투자를 이어갔다. 네온테크, 인엘씨테크놀로지, 영창케미칼, 한국진공야금 등에 투자했다. 뿐만 아니라 블라인드펀드의 대표펀드매니저도 맡았다. 이후 2015년 네오플럭스(현 신한벤처투자)로 적을 옮겨 소부장 외길을 걷고 있다.


◇투자 철학: "사람과 기술"…시장 가능성 분석, 현재 아닌 미래 초점

투자 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사람과 기술이다. 경영진과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기술 경쟁력을 파악한다. 특히 현재 시점보다는 미래의 관점에서 회사를 분석한다. 향후 한국의 미래먹거리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 투자를 집행한다. 단순히 수익률 관점에서 접근하기 보단 국가의 미래까지 염두에 두는 셈이다.

펀더멘탈 역시 중요하다. 무형자산의 가치에 대한 펀더멘탈에 집중하는 편이다. 기술의 차별성과 기술적 경험 등을 면밀히 살펴본다. 최 상무는 투자기업이 충분히 성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물길을 터주도록 노력한다. 이것이 벤처캐피탈의 본질이라고 본다. 물이 넘치지 않고 좋은 방향으로 흐를 수 있도록 선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트랙레코드 1: '세계 1위 FPCB' 이녹스첨단소재, 일본 역수출까지

대표적인 포트폴리오는 이녹스첨단소재다. 세계 1위의 연성인쇄회로기판(FPCB) 소재 업체이자 반도체 패키지(PKG)·디스플레이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관련 소재를 만들고 있다. 또한 사업다각화를 위해 인수한 알톤스포츠와 투자회사인 아이베스트, 2차전지용 음극재용 원소재를 생산하는 티알에스 등을 거느리고 있다.

이녹스첨단소재는 최 상무가 처음으로 단독 투자한 회사다. 2002년 SL인베스트먼트 재직 당시 부품소재 기업설명회(IR)를 다니던 중 인연을 맺게 됐다. 매출은 미미했지만 투자를 받으며 성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불과 1년 만에 이녹스를 떠났다. 최 상무는 시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자들을 적극 설득해 다시금 투자를 가능케 했다. 그만큼 애정이 깊었다.

일본 수출규제는 기회였다. 이녹스첨단소재는 소재 국산화에 열을 올리며 성장을 거듭했다. 이제는 오히려 일본에 수출할 정도로 경쟁력을 인정받은 상태다. 국내에 없어서는 안 될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충남 아산 지역에선 대기업 못지않은 존재감을 자랑한다. 이런 가운데 장경호 이녹스첨단소재 대표는 올해 코스닥협회 회장에 올랐다.


◇트랙레코드 2: '2차전지 믹싱' 티에스아이, 제2의 도약기

2차전지 믹싱(Mixing) 장비업체인 '티에스아이' 역시 손꼽히는 포트폴리오다. 2차전지 제조 공정 운용장비와 그 시스템 판매를 주력한다. 특히 2차전지 제조의 초기 단계인 전극 공정에 필요한 믹싱 장비가 핵심이다. 믹싱 장비는 2차전지 제조에 필요한 활물질과 도전제, 결합제, 용매 등을 혼합하는 데 쓰인다. 2차전지 생산 과정에서 필수 장비로 분류된다.

최 상무는 2차전지에 대한 관심을 갖고 시장을 분석하던 중 지인을 통해 티에스아이를 알게 됐다. 당시 티에스아이는 공장 설비를 확충하기 위한 자금이 필요한 상태였다. 업력에 비해 투자에 대한 이해가 낮은 상태였다. 이에 2016년 티에스아이의 시리즈A 라운드에 참여해 20억원을 베팅했다.

외부자금을 수혈한 뒤 성장을 거듭한 끝에 지난해 기업공개(IPO)에 성공했다. 현재 핵심 고객사는 국내 삼성SDI와 LG화학, SK이노베이션, 현대자동차, 일본 파나소닉 등 글로벌 2차전지 업체들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다양한 해외 매출처를 확보해 시장지배력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평가: 공동의 이익과 목적 달성, 해결책 제시…"도움 주는 심사역"

최 상무의 투자 철학 중 하나는 망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회사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공동의 이익과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투자와 함께 다양한 지원책을 제공하며 투자기업의 성장을 돕는다. 장점만 보지 않고 단점도 함께 파악하며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해결책을 제시하는 편이다.

투자기업을 압박하지 않는 편이다. 일부 심사역의 경우 기업을 코너로 몰면서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옳지 않다고 본다. 최 상무는 최대한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 단순히 경영진의 말을 경청하는 수준이 아니라 사람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 때문에 늘 도움을 주는 심사역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향후 계획: 소부장 유니콘 발굴 집중, 뚝심 투자 이어간다

최 상무는 한국을 이롭게 하는 투자를 많이 하는 게 목표다. 우리가 먹고 사는 데 도움이 되는 회사를 발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소부장 분야가 벤처캐피탈업계에서 비인기 종목임에도 꾸준히 투자하는 이유다. 심사역들이 인기 분야에만 쏠리면 소부장 생태계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소부장 기업은 다른 분야와 달리 재무적인 약점이 많다. 그래서 더 많은 투자금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지속적으로 소부장 투자를 고집하고 있다. 심사역 입장에서 모두가 알아봐주는 빛나는 투자는 아니지만 국가의 미래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투자에 임하고 있다. 국내에서 소부장 유니콘이 나올 때까지 뚝심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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