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쿠팡, 공정위 과징금 '최저가 부메랑' 발끈한 까닭은 LG생건과 납품가 갈등 행정소송, '자동발주시스템' 등 갑질 방지 모색

문누리 기자공개 2021-08-23 08:08:13

이 기사는 2021년 08월 20일 16: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쿠팡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받은 시정명령과 과징금 32억9700만원에 대해 행정소송에 나선다. 소비자 혜택에 방점을 찍고 최저가 경쟁에 나선 게 도리어 '벌금 부메랑'이 돼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자동발주시스템 구축 등으로 직원의 '갑질' 개입을 차단하는 등 노력해왔지만 오히려 채널별 공급가를 달리 책정한 독과점 대기업 제조업체의 손을 공정위가 들어줬다는 주장이다.

쿠팡은 2019년부터 LG생활건강 등 공급업체들과 갑질 논쟁을 이어왔다. 쿠팡은 제조업체로부터 제품들을 직매입하고 소비자들이 이를 주문하면 로켓배송 등으로 배송하고 있다. LG생활건강도 쿠팡에 생활용품과 음료 등을 납품해왔다. 쿠팡에 따르면 공급가가 다른 유통업체 판매가보다 거의 2배에 달하는 경우도 있어 가격 경쟁력 문제로 갈등했다. 결국 2019년 4월 말 생활용품, 5월 음료 순으로 직매입 계약이 끊겼다.

쿠팡이 공개한 LG생활건강의 채널별 공급가 차별 사례./제공=쿠팡

이에 LG생활건강은 쿠팡이 최저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경쟁온라인몰의 판매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등 납품업자의 경영 활동에 부당하게 관여했다고 공정위에 신고했다. 또 쿠팡의 마진 손실을 보전받기 위해 납품업자인 LG생활건강에게 광고를 요구하고 판촉행사 비용 전액도 전가했다고 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내용이 맞다고 판단해 쿠팡에 벌금을 부과하고 LG생활건강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쿠팡의 입장은 다르다. 쿠팡에 따르면 이번 사건이 발단된 2017~2018년 당시 쿠팡은 G마켓과 11번가에 이은 온라인 시장 3위 사업자로 갑질을 할 위치가 아니었다. 전체 소매시장 점유율은 약 2% 수준이었다.

반면 2017년 LG생활건강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생활용품과 뷰티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2018년 사상 처음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한 이후 현재까지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해 오고 있어 오히려 갑의 위치라는 것이다.

쿠팡 관계자는 "대기업 제조업체들은 신유통시장(채널)이 등장할 때마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견제와 갈등을 반복해왔다"면서 "1990년대 중반 대형할인점 출범 때에도 일부 대기업 제조업체는 제품 공급을 중단하거나 판매가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라고 압박을 가해 공정위로부터 제재를 받은 사례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다수의 유통채널 관계자에 따르면 점유율이 높은 1위 브랜드 또는 제품을 보유한 업체들은 협상 과정에서 우위를 차지한다. 업계 관계자는 "특히 농심 신라면 등 시장 1위 제품을 보유한 업체는 유통채널에서 할인행사를 진행해도 참여하지 않는 등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다"고 말했다.

쿠팡은 오히려 상품 발주 과정에서 '갑질' 우려를 방지하기 위해 직원 개입을 최소화하는 자동 발주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노력했다는 입장이다. 발주 과정에서 직원이 납품업체에 직접 발주할 경우 발생 가능한 부적절한 리베이트를 방지하는 차원이다.

이 시스템은 상품 입고 수량이 일정 수준 이하로 줄어들면 납품업체에 자동으로 발주가 들어가는 시스템이다. 발주가 자동으로 이뤄져 직원이 접대 또는 지인 영업 등으로 개입할 우려가 줄어든다.

쿠팡 관계자는 "대량 구매 계약을 통해 절감한 비용으로 소비자에게 최저가를 제공하는 것은 유통업체의 의무이지 갑질이 아니다"며 "독과점 제조업체의 가격 차별 행위가 사건의 본질이었음에도 쿠팡이 오히려 제재를 받은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