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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씨티은행 철수]해답 없는 출구전략에 속절없이 떨어지는 경쟁력충당금·판관비 줄여 만든 이익 개선, 매각 대상 영업자산 위축

이장준 기자공개 2021-08-26 07:52:29

이 기사는 2021년 08월 25일 08: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씨티은행이 소비자금융사업 부문 매각과 관련해 뾰족한 출구전략을 찾지 못하고 지체하는 동안 경쟁력만 약화하고 있다. 이익 규모만 보면 언뜻 방어한 듯 보이지만 충당금과 판매관리비가 줄어들면서 얻은 결과로 상황이 여의치 않다. 매각을 계획한 영업자산 자체도 위축되며 근본적인 수익창출력은 떨어졌다.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은 26일 예정된 이사회에서 소비자금융사업 매각 방향 관련 안건을 상정하지 않고 결정을 유보하기로 했다. 앞서 4월 씨티그룹의 지속적인 사업전략 재편의 일환으로 소비자금융 부문에 대한 향후 전략방향을 발표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출구전략을 정하지 못하고 두 차례 미뤄진 것이다.

매각 시나리오는 크게 통매각, 부분 매각, 단계적 철수 등으로 구분된다. 한국씨티은행으로서는 직원과 자산을 통으로 넘기는 영업양수도 방식이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고비용 구조를 감내하고 가격을 지불할 원매자를 찾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영업자산만 넘기는 자산·부채양수도(P&A) 방식 등 남은 다른 시나리오는 노조 측에서 고용 불안정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라 접점을 찾기 어렵다. 한국씨티은행이 여전히 꾸준히 이익을 내고 있다는 점에서 굳이 매각을 서두를 필요가 있냐는 근거도 제시하고 있다.

문제는 매각이 지연될수록 매물 자체의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데 있다. 당장 이익 규모도 쪼그라들었다.

올 상반기 연결 기준 한국씨티은행의 영업이익은 1059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 같은 기간 1189억원과 비교하면 12.3% 감소한 수치다. 1년 새 순이익은 900억원에서 801억원으로 줄었다. 올 들어 다른 국내 은행들이 순이자마진(NIM)을 회복하며 실적을 개선한 것과 상반되는 양상이다.

*출처=금융감독원

이를 자세히 뜯어보면 상황은 더 팍팍하다. 한국씨티은행은 영업부문별로 기업금융(기업여신, 수출입업무, 유가증권·파생상품 운용업무), 소비자금융(가계여신, PB업무), 신용카드 관련 업무로 구분하고 있다. 현재 매각을 추진 중인 소비자금융사업 부문은 여기서 소비자금융과 신용카드 사업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들 부문 모두 수익성이 악화했다는 점은 한국씨티은행 입장에서 뼈아픈 대목이다. 우선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소비자금융의 올 상반기 순이자손익은 2364억원으로 1년 전 2397억원보다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순비이자순익 역시 683억원에서 593억원으로 줄었다.

신용카드 사업에서도 순이자손익이 1037억원에서 848억원으로 줄었다. 그나마 순비이자손익의 손실 폭이 작아졌다는 걸 위안으로 삼아야 했다. 기업금융 역시 같은 기간 순이자손익이 1083억원에서 839억원으로, 순비이자손익은 1417억원에서 1169억원으로 각각 감소했다.

특히 기업금융의 수익성이 떨어진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매각을 염두에 두지 않은 사업부문 마저 매각 지연 여파로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글로벌 씨티그룹으로 하여금 한국씨티은행의 조속한 매각을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비용이 줄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수익성 악화가 지니는 의미가 커진다. 한국씨티은행의 상반기 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은 1년 새 1056억원에서 546억원으로 반 토막 났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에 따라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한 기저효과에 따른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판관비도 같은 기간 4191억원에서 4052억원으로 감축했다.

충당금 적립 규모가 줄어 이익을 내기 유리한 상황 속에서 허리띠를 졸라매면서도 수익성이 떨어진 것이다. 매각 여파가 지속될 경우 경쟁력을 담보하기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분석이다.

근본적인 수익 창출력이 떨어지는 건 영업자산 축소에서도 드러난다. 물론 모든 영업부문의 영업자산이 쪼그라든 건 아니다. 국내 시장에서 계속 영업을 이어갈 기업금융은 적극적으로 늘리는 모습을 보였다.

*출처=금융감독원

올 상반기 한국씨티은행의 기업금융자산은 30조2323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 24조1512억원과 비교해 무려 25.2%나 증가한 수준이다. 여기 힘입어 전체 영업자산은 1년 새 45조3781억원에서 51조2850억원으로 불어났다.

하지만 매각을 계획한 다른 사업부문은 상황이 정반대다. 한국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자산은 올 6월 말 기준 19조6305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 19조7546억원보다 0.63% 감소한 수준이다. 한국씨티은행의 최대 경쟁력 중 하나로 꼽히는 신용카드자산도 같은 기간 1조4723억원에서 1조4223억원으로 3.4%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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