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DLF 항소’ 피할 수 없었다" '법리다툼 여지' 기타 제재심 전선확대 차단, 감사원 감사 결과도 영향
고설봉 기자공개 2021-09-23 07:05:44
이 기사는 2021년 09월 17일 16: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원이 결국 해외금리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F) 행정소송 1심 판결 항소를 택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중징계를 취소하라는 법원 판결에 불복해 다시 한번 법리 다툼을 벌일 예정이다.그동안 금감원은 1심 판결문을 집중 분석하고 안팎의 법률 자문을 통해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내부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대응 논리도 한결 가다듬었다.
이번 항소에는 지난번 감사원의 ‘금융감독기구 운영실태’ 성과감사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법원 판결을 그대로 수용하면 감사원의 ‘부실 감사’ 등 지적을 그대로 수용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또 향후 이어질 DLF 관련 또 다른 행정 소송과 라임펀드 등 제재심에 끼칠 영향도 의식했다는 평가다.
금융감독원은 17일 금융위원회와 협의를 통해 손 회장 징계취소 판결에 항소하기로 결정하고 이날 법무부를 통해 항소장을 제출한다고 밝혔다. 앞서 8월 27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강우찬 부장판사)는 손 회장이 금감원장을 상대로 낸 문책경고 등 취소 청구 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금감원은 막판까지 항소 여부를 놓고 고심했다. 이번 항소 결정은 법리 검토, 향후 제재 운영에 미칠 영향, 외부 감사, 정부·공공기관 항소 전례, 시민사회단체 반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다.
우선 금감원은 내부통제기준과 관련해 법리적 해석을 달리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재판부가 금감원의 손 회장 징계 사유인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 5건 중 1건만 인정하고 내부통제기준 운영 잘못으로 징계할 수 없다고 판결한데 대해 법리적 해석이 바뀔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1심에서 손 회장의 과실이 인정된 점도 항소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1심 재판부도 우리은행 내부통제 미비의 책임은 최고경영자(CEO)에게 있으며 금감원장에게 은행장을 중징계할 권한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금감원 내부 사정도 작용했다. 금감원이 항소를 포기하면 같은 사유로 중징계 조치를 취한 다른 금융사 CEO 징계도 모두 취소해야 한다. 다른 CEO들과의 중징계 취소 소송까지 휘말릴 우려도 있다.
현재 금감원은 사모펀드 판매와 관련해 총 8개 금융사에 대한 제재 조치를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당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에 대한 DLF 중징계 처분 취소 소송 1심 결과가 빠르면 올해 안에 나올 예정이다.
더불어 항소를 포기하면 그간 진행된 DLF 제재심에 일부 잘못된 결정과 절차적 결격이 있었다는 것을 금감원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된다. 이 경우 제재심 관련 업무를 맡은 내부 임직원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부담감도 작용했다.
특히 향후 이러한 조치들은 감사원 문책 사유가 될 수도 있다. 이미 감사원은 지난 7월 ‘금융감독기구 운영실태’ 성과감사 보고서를 통해 금감원이 감독기구로서 전문성 지극히 부족해 보인다는 지적을 신랄하게 내놨다.
감사원은 해당 감사의 시발점인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대규모 환매중지 사태는 금융당국의 부실 대응과 감독기구 운영 미숙에 있다고 봤다. 결국 금융권보다 당국의 책임이 더 크다는 지적을 내놓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에 금감원이 항소에 나서지 않는다면 이러한 감사원의 지적을 그대로 수용하는 셈이다. 당장 금감원의 감시자로서의 위상은 물론 전문성이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향후 금융사에 대한 검사 및 제재에 있어 명분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도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외부의 여론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손 회장의 중징계 취소 판결 이후 금감원의 항소 포기설이 확산되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한국YMCA전국연맹, 경제개혁연대 등 6개 시민사회단체는 이달 6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항소를 촉구한 바 있다. 지난 14일에는 이용우(더불어민주당·경기 고양) 등 여당 국회의원 12명이 금감원에 항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이 제재를 했는데 법원에서 그 행위가 잘못됐다는 판결을 받았다”며 “이미 그 순간부터 항소가 예견돼 있었고 이 프로세스는 중단될 수 있는 성격이 이니”라고 말했다. 이어 “최종 판결을 떠나 공공기관으로서 기존 행위와 향후 검사 등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항소를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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