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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60년 히스토리]현대ENG, 현대엠코와 합병뒤 10위권 견고...상장 그후는⑧합병 이후 주택사업 강자 자리매김…IPO 따른 오너 지분 변화 관건

고진영 기자공개 2021-09-29 07:47:19

[편집자주]

건설업계에선 해마다 시공능력을 줄세우는 성적표가 매겨진다. 항목별 점수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업계의 '파워 시프트(Power Shift)'를 짐작해볼 수 있는 연례 이벤트와 다름없다. 특히 대형사들에게는 상징성 싸움이자 자존심 문제로도 의미가 있다. 도입 60년, 시공능력평가를 통해 시장의 판도 변천사를 되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9월 28일 08:09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쪼개고 합치는 일이 유난히 잦았던 곳이다. 태생은 현대건설과 한몸이었으나 분사와 재합병을 여러 번 반복한 결과 독립법인으로 남았다. 특히 2010년대 중반 들어 급성장하면서 10대 건설사로 안착했는데 여기 결정적 배경이 된 게 ‘현대엠코’의 흡수다.

당시 합병 이유를 두고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자금줄 확보를 위한 상장 준비작업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정 회장이 가진 지분이 회사 도약의 발판이 됐다고 봐도 무리가 아닌 셈이다. 예고됐던 증시 입성이 이제 임박하면서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카드로 다시 변화의 중심에 섰다.

◇나누고 합치고 '우여곡절(迂餘曲折)'

현대엔지니어링은 1974년 현대건설 기술사업부를 재편한 ‘현대종합기술개발’로 설립됐다. 해외사업 경쟁력을 높이려면 독립적 기술용역업체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본금 1000억원이 투입됐으며 80년대 국내 민간업계 최초로 네팔 해외 컨설팅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해외를 주무대로 사업을 펼쳤다. 시공능력평가에서는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시기다.

그러다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그룹 구조조정에 따라 모체인 현대건설에 다시 합병됐다. 중복투자를 막기 위한 고(故) 정몽헌 회장의 결정이었다. 하지만 고작 1년여만인 2001년 현대건설이 유동성 이슈를 겪으면서 현대그룹은 자구방안으로 엔지니어링사업본부를 재차 분사시켰다.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분사 직후 현대가(家)에서 벌어진 ‘왕자의 난’으로 모회사 현대건설이 현대그룹에서 떨어져 나왔다. 현대엔지니어링 역시 덩달아 계열 분리됐다. 9년 뒤인 2010년 현대건설을 두고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의 인수전이 달아오르자 불똥이 또 현대엔지니어링에 튀었다. 당초 우선협상권을 따냈던 현대그룹이 자금 마련을 위해 현대엔지니어링의 해외 매각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1년 최종적으로 현대자동차그룹이 두 회사를 가져가면서 현대엔지니어링은 팔릴 처지를 면했다. 설립 이후 쉴틈없이 합병과 분사, 매각 위기가 계속됐던 셈이다. 시평 순위 역시 지지부진했다. 2008년 처음 100위권에 진입, 2010년 60위권으로 들어왔지만 그 이후로는 55위 주변을 맴도는 정체 국면이 이어졌다.


◇'정의선 최대주주' 현대엠코 흡수, 부스터 장착

반등의 기회를 잡은 것은 2013년이다. 그 해 현대차그룹이 현대엠코와 현대엔지니어링의 합병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엠코는 현대차그룹이 2002년 계열 공사를 맡기려고 만든 회사인데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그룹 지원에 힘입어 성장이 빨랐다.

2013년 기준 현대엠코의 시평 랭킹이 13위, 현대엔지니어링은 54위였으니 둘을 합치면 10위권 진입도 가능했다. 덩치 큰 현대엠코가 현대엔지니어링을 흡수하는 방식도 거론됐지만 자산 가치가 더 높았던 현대엔지니어링이 합병 주도권을 쥐었다.

그룹 측에서 밝힌 합병의 표면적 이유는 시너지 확대였으나 속내를 놓고는 다른 추측이 힘을 얻었다. 정의선 회장이 현대엠코의 지분 25%를 쥔 최대주주였기 때문이다. 합병 이후 정 회장의 지분은 11.72%(2대주주)로 줄었어도 지분 가치는 오히려 높아졌다. 지배구조 개편의 ‘시드머니(seed money)’로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이 늘어난 셈이다.


간단히 말해 현대차그룹의 해묵은 숙제인 순환출자 고리를 끊으려면 정 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여야 한다. 문제는 자금인데, 현대엔지니어링 공모 과정에서 구주매출을 하면 실탄 확보가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가치가 높아질 것이란 예상도 이어졌다.

실제 합병 직후인 2014년 현대엔지니어링의 시평 순위는 10위로 44계단을 점프, 2016년에는 7위로 3계단을 더 올랐다. 예상을 뛰어넘는 효과였다. 합병 이후 주택사업으로 발을 넓힌 덕분이 컸다. 현대엠코가 이미 아파트 브랜드 ‘엠코타운’을 보유 중이었으나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를 과감히 버렸다. 대신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를 사용하면서 주택시장 강자로 빠르게 자리매김했다.

사업구조를 봐도 당초 현대엔지니어링은 화공·전력 등 플랜트부문 매출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올 6월 말 기준 사업부문별 매출 비중은 플랜트·인프라부문이 43.78%, 건축·주택부문은 44.45%으로 주택부문이 역전한 상태다.

주택사업의 비약적 확대 덕에 시평 역시 안정적으로 7위를 지키고 있다. 올해 현대엔지니어링 순위는 6위, 분할에 따른 DL이앤씨의 일시적 순위하락을 고려하면 사실상 전년(7위)과 같은 위치를 유지했으나 시평액이 처음으로 8조원를 돌파하는 성과가 있었다.

◇예고된 상장 초읽기, 변화 '갈림길'

올 4월에는 현대엔지니어링이 국내·외 주요 증권사에 입찰제안서(RFP)를 보내 상장 준비에 착수했다. 수년 전부터 제기됐던 전망이 마침내 현실화됐다. 예비심사 청구 마지노선은 10월 초로, 내년 공모 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 추정하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 기업가치는 6조~7조원 수준이다. 특히 공모 물량에 정 회장 소유의 구주가 얼마나 포함될 지가 관건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도 진행 경과에 대해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현대글로비스, 현대오토에버 등 정 회장이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들은 이미 증시에 입성했다. 비상장사 중에는 서림개발도 있으나 자산 규모가 130억원대로 적다. 정 회장이 개인적으로 지분을 가진 국내 계열사 중에선 현대엔지니어링이 마지막 비상장사와 다름없다는 뜻이다.

물론 현대차그룹이 어떤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할지에 관해선 밝혀지지 않았다. 아직 시나리오만 난무할 뿐이지만 정 회장의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은 어떤 형태로든 활용할 수있는 전략적 카드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를 보면 크게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현대차-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현대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 등 4개 출자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순환출자고리와는 무관하기 때문에 지분 유동화 등에 대해 운신의 폭이 넓다.

현재 예상 기업가치에 기반한 정 회장 지분의 평가액은 약 7000억~8000억원으로 계산된다. 정 회장이 2019년 3월 현대오토에버 IPO 때처럼 보유 주식의 절반만 시장에 내놔도 현대모비스 지분 2% 가량을 매입할 수 있는 자금을 손에 넣는다.

업계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 방향에 따라 현대엔지니어링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이와 별개로 향후 성장성 측면에서 상장을 통해 유입된 투자재원 활용 등도 시평 랭킹에 변수가 될 수 있는 이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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