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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 FI 갈등]어피너티·안진 공모정황 "FI 지시, 회계사는 계산만"1일 증인신문 진행, 박진호 부사장 고발 이유 설명

김민영 기자공개 2021-10-05 07:31:00

이 기사는 2021년 10월 01일 17: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비상장사인 교보생명의 주식 가치평가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허위보고’와 ‘부정청탁’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어피너티컨소시엄 임원들과 안진회계법인 회계사들에 대한 세 번째 공판에서 피고인들의 범죄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3차 공판에서 검사 측은 ‘attachment(첨부)’라고 표시된 이메일과 첨부 파일 속 엑셀파일, 중재 판정부 한글 번역본, 고발 대리인의 의견서를 새로운 증거로 제시했다. 이중 이메일과 엑셀파일을 증거로 채택했으며 나머지 2개 증거는 제시만 했다.

교보생명의 재무적투자자(FI)인 어피너티컨소시엄은 안진회계법인이 수행한 교보생명 공정시장가치(FMV) 평가에 직접 관여하고 지시를 내려 자신들에 유리한 결과를 내도록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안진 회계사들은 컨소시엄의 지시를 그대로 반영해 FMV를 산정해 회계사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다.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양철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재판은 증인신문으로 진행됐다. 이날 증인으로는 2차 공판에 이어 박진호 교보생명 부사장이 출석했다. 박 부사장은 2019년 12월 재무실장을 맡으면서 어피너티컨소시엄과 안진에 대한 고발을 주도한 인물이다.

박 부사장은 증인석에서 컨소시엄 측의 구체적인 범죄 정황을 설명했다. 이날 검사 측의 주신문에서 안진 회계사 3명과 컨소시엄 관계자 3명을 회계사법 위반으로 고발한 이유를 묻는 홍민유 검사의 질문에 박 부사장은 “어피너티 정모 부대표와 IMM PE 김모 전무, 베어링 PE의 연모 상무가 실질적인 가치평가 작업을 했다”며 “안진 회계사들은 합의된 절차에 의해 계산만 했다는 것이 드러나 고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 부사장은 특히 정 부대표에 대해 “그는 안진에 데이터 요청을 했고, (회계사들과 투자자들이 주고받은) 이메일에 항상 참조가 돼 있었다”면서 “개인적으로 쇼킹 한 게 중재판정부 재판 과정에서 (가치평가)보고서 커버레터를 정 부대표가 작성한 것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상 회계사 서명이 있기는 하지만 이메일 내용을 종합하면 정 부대표가 실질적으로 커버레터를 작성했다고 박 부사장은 결론내렸다고 했다.

김 전무의 혐의에 대해서도 박 부사장은 조목조목 짚었다. 박 부사장에 따르면 김 전무는 안진 회계사에게 이메일을 보내 상대가치법 등 여러 가치평가법과 피어(peer)그룹 구성에 따른 6가지 시나리오 각각의 주당 가격을 표로 정리해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안진 측 회계사는 표를 완성해 보내주면서 “컨펌해주세요”라는 내용을 메일에 넣어 지시와 이행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박 부사장은 또 연 상무가 기술적인 것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지적하며 가치평가보고서에 들어가는 이해관계에 대한 문구 등 조차 어피너티컨소시엄의 지시에 따랐다고 강조했다. 박 부사장은 “안진이 작성한 초안에는 해당 보고서를 제3자나 중재판정부에 제공할 수 있다는 문구가 없었으나 어피너티컨소시엄 관계자의 지시로 추가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 부사장은 안진이 가치평가 기준 시점으로 삼은 2018년 6월 30일은 잘못됐고, 풋옵션 행사일인 2018년 10월 22일을 기준일로 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부적절한 평가방법으로 40만9000원이라는 부풀려진 가격이 산정됐다고도 했다. 이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입장과 같은 주장이다.

교보생명과 어피너티컨소시엄 간의 갈등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피너티컨소시엄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IMM프라이빗에쿼티·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싱가포르투자청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당시 대우인터내셔설로부터 교보생명의 지분 24%를 1조2054억원에 인수했다. 이때 신 회장과 컨소시엄은 2015년까지 IPO를 하지 않으면 신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계약을 체결했다.

IPO가 실현되지 않자 컨소시엄 측은 3년 후인 2018년 10월 풋옵션을 행사했고, 어피너티컨소시엄은 안진회계법인에 풋옵션 행사가격을 산정해달라고 의뢰했다. 안진은 상대가치법을 적용해 교보생명의 주식이 약 주당 40만원의 가치가 있다는 가치평가보고서를 컨소시엄 측에 전달했다. 주식 총액 약 2조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교보생명은 풋옵션 행사 가격을 받아들일 수 없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부정청탁과 공모가 있었다며 어피너티컨소시엄과 안진을 지난해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올해 1월 안진 회계사 3명과 어피너티, IMM PE 임원을 불구속 기소했다. 베어링 PE 임원인 연 상무는 해외로 출국한 상태라 기소 중지 결정했다. 이 재판의 4차 공판은 오는 15일 오전 10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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