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피플&오피니언

'후계자'로 산다는 것 [thebell note]

조은아 기자공개 2021-10-26 08:22:43

이 기사는 2021년 10월 25일 08: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사생활 논란으로 구설수에 오른 모 배우를 보며 여러 생각이 들었다. 앞서 학교폭력 논란으로 한국을 떠난 스포츠 선수들도 마찬가지. 스스로를 돌이켜 봤다. 내가 만약 '유명인'이었다면?

저들처럼 '누가 봐도 나쁜 짓'을 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찝찝함은 가시지 않는다. 짧지 않은 시간을 살아오면서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적이 정말 단 한 번도 없었을까. 당시엔 괜찮았지만 지금은 내 발목을 잡을 만한 일이 있지는 않을까.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20년 가까이 된 어느 술자리의 말 한마디에까지 이르니 결국 자신이 없어졌다. 유명하지 않아 다행이다, 앞으로도 어찌될지 모르니 책잡힐 일은 절대 하지 말자는 결론이 났다. 더불어 훗날 내 자식이 유명해질 수도 있으니 일찍부터 정말 잘 키워야겠다는 다짐까지.

최근 한화그룹 김동관 사장을 만나 말을 건넬 기회가 있었다. 당연히 "다음에 (대답)하겠다"는 이른바 '노 코멘트'를 예상했다. 그런데 돌아온 몇 마디에는 엄청난 '팩트'까지는 아니었지만 나름의 성의가 담겨있었다. 자연스럽게 좋은 인상이 남았다.

얼마 뒤 한 재계 관계자에게 얘기하니 "김동관 사장이라면 진작부터 미디어 트레이닝을 받았을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러면서 미디어 트레이닝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철저하게 트레이닝을 받았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말 그대로 '준비된 후계자'라는 의미다.

김승연 회장은 아버지 김종희 창업주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29살의 이른 나이에 총수에 올랐다. 준비 없이 올라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승계 과정에서도 '연착륙'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행스럽게도 한화그룹의 연착륙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중심에는 10년 넘게 구설수는커녕 잡음에도 휘말린 적이 없는 김 사장이 있다. 최근 몇 년새 주력 계열사의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리면서 일거수일투족이 더욱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지만 능력은 물론 인성을 놓고도 별다른 잡음이 들려오지 않는다.

완벽한 후계자를 만들기 위한 한화그룹의 숨은 노력을 빼놓을 수 없겠지만 김 사장이 스스로를 다그치고 부단히 노력한 결과이기도 할 것이다.

세상이 달라졌다. 결코 만만치 않은 세상이다. 대기업 후계자들은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 못지않게 대중 앞에 드러나 있다. 개인의 능력은 물론 인성이나 승계 과정 그 자체를 보는 대중의 눈이 그 어느 때보다 많고 또 날카롭다.

단순히 법의 테두리 안에 있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경영능력 검증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수만명 임직원의 생계를 책임지는 자리인 만큼 '오너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도덕성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뭐든 쉽지 않은 세상이라지만 내가 일군 것을 당연하게 물려주기 쉽지 않은 세상이다. 내 몫이지만 아무 노력 없이 마냥 물려받기 어려운 세상임도 마찬가지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