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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씨티은행 철수]"최악수 뒀다" 금융당국·정치권 책임론 부상4월 매각 발표 당시 잠잠, 소매금융 폐지 방침 밝히자 ‘뒷북’ 조치명령

김규희 기자공개 2021-10-27 07:40:36

이 기사는 2021년 10월 26일 15: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씨티은행이 단계적 소매금융 폐지 방침을 밝힌 가운데 금융당국과 정치권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씨티그룹이 출구 전략을 발표한 이후 6개월 동안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다가 단계적 폐지 카드를 꺼내들자 뒤늦게 소비자보호 조치명령 등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씨티은행은 지난 25일 소매금융사업 부문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씨티은행은 “고용승계를 전제로 하는 소매금융 사업부문의 전체 매각을 우선 순위에 두고 다양한 방안과 모든 제안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해왔으나 여러 현실적인 제약을 고려해 전체 소매금융 사업부문에 대해 단계적 폐지 절차를 밟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는 씨티그룹의 사업전략 재편에 따른 조치다. 씨티그룹은 지난 4월 15일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사업 단순화를 위한 지속적인 사업전략 재편의 일환으로 한국을 포함한 13개 국가에서 소매금융사업 출구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 한국씨티은행 매각 절차를 거쳐왔다가 수포로 돌아가자 소매금융사업을 폐지해버리기로 한 것이다.

이후 금융당국은 곧바로 참고자료를 배포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씨티은행의 소매금융 단계적 폐지와 관련해 금융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고 건전한 거래질서 유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적극 시행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씨티은행의 이사회가 열린 지난 22일 금융소비자보호법 제49조 제1항에 따른 조치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내용의 안내장을 사전통지했다.

사전통지서에는 △단계적 폐지 과정에서 소비자 권익 보호 및 거래질서 유지 등을 위한 계획을 충실히 마련하여 이행할 것 △단계적 폐지 절차 개시 전 해당 계획을 금감원장에 제출할 것 등 내용이 담겼다.

해당 계획에는 기본원칙과 상품·서비스별 이용자 보호방안, 영업채널 운영 계획, 개인정보 유출 및 금융사고 방지 계획, 내부조직·인력·내부통제 등 상세한 내용을 포함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금융위는 소매금융부문 단계적 폐지가 은행법 제55조 제1항의 폐업 인가 대상에 들어가는지 여부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오는 27일 정례회의에서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이 뒷북 조치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씨티그룹이 소매금융사업 출구 전략을 발표한 건 지난 4월인데 그동안 별다른 조치가 없다가 뒤늦게 조치명령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씨티은행의 경우와 같이 소매금융 등 사업 부문을 철수하려면 금융당국과 진행 상황 등을 공유하는 절차를 거친다”며 “그동안 어떤 조치 없이 단계적 폐지가 결정된 이후에서야 조치명령 발동 여부를 검토하는 건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당국과 정치권이 씨티은행 직원들의 고용 안정을 과도하게 강조한 나머지 결국 소매금융 단계적 폐지 결정까지 이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4월 출구 전략 발표 당시 나온 시나리오는 통매각과 부문 매각, 단계적 철수 등 3가지로 나뉘었다. 통매각으로 진행될 경우 자산과 조직이 그대로 이전되는 만큼 고용 승계 등 이슈는 생기지 않는다. 다만 원매자 입장에서는 고비용 인력 구조를 떠맡아야 하는 부담이 있다.

금융권은 씨티은행이 카드, WM(자산관리) 등 사업 부문에서는 경쟁력이 있는 만큼 부분 매각을 추진할 것이라는 데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씨티은행은 노조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쳐 통매각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통매각으로 진행하더라도 원매자에게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판단도 있었다.

금융당국과 정치권도 노조에 힘을 실어줬다. 당국은 씨티그룹 발표 직후 향후 진행상황 등을 모니터링할 계획을 밝히면서 소비자 불편 최소화, 고용 안정, 고객 데이터 보호 등을 강조했다. 은성수 당시 금융위원장은 씨티은행 노조와 면담을 하고 노조 측 요구를 전달받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6명은 노조와 함께 유명순 행장을 찾아 고용보장을 압박했다. 의원들은 “국내 고용안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매각에 있어 금융소비자보호 및 고용안정 두 가지를 기본원칙으로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로 인해 통매각을 추진하면서 씨티은행은 적정 매각 시기를 놓친데다 매물 가치마저 약화되는 악영향만 겪었다는 평가다. 소비자금융의 올 상반기 순이자손익은 2364억원으로 1년 전 2397억원보다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순비이자순익 역시 683억원에서 593억원으로 줄었다. 신용카드 사업 순이자손익 역시 1037억원에서 848억원으로 하락했다.

매각 초기 복수의 원매자들은 인수의향서를 제출하면서 높은 인건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공통적으로 보였다. 씨티은행은 타 시중은행 대비 고임금 인력구조를 갖고 있다.

지난해 기준 직원 평균 연봉은 1억1200만원으로 4대 시중은행 평균보다 3000만원 가량 높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소매금융 관련 직원 2500명 임금만 한 해 2800억원 수준이다.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도 수개월의 골든타임을 날렸다는 지적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매각 방침을 밝혔을 때 카드나 WM 부문에 대한 인수 수요가 있었지만 통매각 및 인력 유지 등을 고집하면서 9년 전 HSBC은행과 같은 우를 범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치권 등 입김에 휘둘리면서 ‘최악의 수’를 뒀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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