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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파이낸스 3.0 리뉴얼]하나은행 싱가포르 지점, 격전지서 '49년 업력'의 힘②균형잡힌 포트폴리오, 현지화도 성과…코로나19 위기에 'PF→CF'로 극복

김현정 기자공개 2021-11-22 07:42:20

[편집자주]

금융사의 해외사업은 단순 본점지원 성격의 1.0, 현지화에 집중했던 2.0을 넘어 투자금융(IB)에 주력하는 3.0 시기를 걷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만난 '코로나19' 사태로 경험하지 못한 환경이 시작됐다. 금융사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해 '언택트' 업무 정착에 주력했다. 올해는 이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리뉴얼'에 힘을 쏟은 시기다. 글로벌 각지에 진출한 금융사들은 1년 동안 어떤 변화를 맞이했는지, 또 어떤 전략을 준비 중인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1월 15일 11:2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은행들의 글로벌 금융시장 '허브'였던 홍콩에서 지난해부터 국가보안법이 시행된 이후 다수 금융사들이 싱가포르로 무게 중심을 이동시키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싱가포르 내 영업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분위기로 치닫고 있다. 최근 1년 사이 글로벌 프라이빗 뱅커들과 업무 지원 책임자들이 싱가포르로 물밀듯이 들어왔다.

이런 와중에도 하나은행 싱가포르 지점은 탁월한 역량을 보여준다. 작년 순이익을 올 반기 만에 해치우며 한국 최초 싱가포르 진출 금융기관으로서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50여년간 업력을 바탕으로 한국계 지상사 기반이 탄탄할 뿐 아니라 굵직한 현지 딜을 취급할 만큼 IB(투자금융) 역량도 커졌다.

작년 프로젝트파이낸싱(PF) 건들이 무산되는 등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어려움에 직면하기도 했지만 CF(Corporate Finance·외국계 기업 앞 대출) 사업 등으로 방향을 틀어 위기를 타개했다. 당분간은 영업 변동성이 낮고 업종 전망이 우호적인 업체 위주로 딜을 지속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한국계 기반 '탄탄', 현지화도 상당수준 달성

하나은행 싱가포르 지점의 역사는 197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계 유수 금융기관들의 각축전이 벌어지는 세실스트리트 내 푸르덴셜타워에 자리하고 있지만 초창기만 해도 선박들이 거쳐가는 부두 앞 건물 1층에 조그맣게 자리했다. 아침엔 짐을 내린 선원들에게 환전을 해주고 낮과 밤에는 한국계 지상사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다니며 점포를 키워나갔다.
*하나은행 싱가포르 지점이 입점한 Cecil St 내 푸르덴셜타워 전경 사진.

지금의 싱가포르 지점은 50년가량의 축적된 경험만큼 수익 기반이 다양화됐다. 지점의 영업 구조를 살펴보면 여신 및 투자금융(IB) 대출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자수익 비중이 64%를 차지하고 수출입·송금·IB 관련 수수료수익이 18%, 해외외환선물(FX) 및 채권 운용이익이 18% 정도를 구성하고 있다.

현지화 진척이 상당하다는 건 싱가포르 지점의 자랑거리다. 주된 수익원인 '기업금융과 IB사업' 대출자산이 한국계와 비한국계 비중으로 나눴을 때 5대 5 정도다. 외국계 은행임에도 상당히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나은행 지점은 싱가포르에 나가 있는 국내 시중은행 가운데 리테일 영업을 하는 유일한 지점이기도 하다. 사실 리테일 금융은 마진 상 이익기여도가 그리 높은 사업은 아니다. 그럼에도 싱가포르에 나가 있는 교민들이나 지상사 직원들, 주재원들의 편의를 위해 리테일 창구를 열어뒀다. 리테일부문 직원 수만 해도 7명으로 총 35명의 현지 인력 규모 중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하나은행 싱가포르 지점 관계자는 “해당 지점의 가장 큰 강점은 외환은행 시절부터의 오랜 영업 경험을 통한 확고한 한국계 고객기반”이라며 “견고한 바탕에 더해 고마진인 IB자산 비중이 높고 예수금 등 조달비용도 낮아 자기자본이익률(ROE)·순이자마진(NIM) 등에서 압도적인 수익성을 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 국가보안법 여파에도 하나은행 ‘저력’

작년 세계 주요 은행들의 탈(脫)홍콩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기존 싱가포르 내 은행들은 현지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것에 대해 많은 우려를 했다. 지정학 리스크를 감안해 많은 글로벌 금융사들이 홍콩 인력들을 싱가포르에 재배치하는 움직임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하나은행 싱가포르 지점은 올해 반기 만에 전년도 전체 순이익을 초과하는 성과를 냈다. 하나은행은 올 상반기까지 1826만1000달러 규모의 순이익을 거뒀다. 작년 순이익은 총 1448만6000달러 정도였다. 올 하반기에도 이런 좋은 흐름을 이어나가 2021년 총 3280만6000달러 정도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추산 중이다.

올해 대출자산 규모가 많이 증가해 이자이익이 큰 폭으로 커졌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로 대부분 업체들의 성과가 떨어지자 외국계 은행들이 한국계 지상사들의 한도를 감축한 게 오히려 기회가 됐다. 기존에도 한국계 지상사 기반이 탄탄했지만 더 많은 우량 여신을 담을 수 있었다.

상반기 항공기금융 주선 등 IB 부문 성과도 컸다. 또 다른 주요 이익 증대는 채권 매매이익에서 비롯됐다. 상반기 싱가포르 국채를 적기에 매각해 700만달러 가량의 매각이익을 도모할 수 있었다. 아시아 금융허브 싱가포르에서 하나은행의 유가증권 운용 역량도 수준급으로 올라왔다는 평이다.

하나은행 싱가포르 지점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 대비 하나은행의 강점은 한국계 업체 크레딧 정보·분석이 월등하다는 점”이라며 “외부 산업 리스크 등 일시적 위협(Threat)에 대한 헷징이 가능한 업체를 잘 선별할 수 있고 이들을 위주로 여신 지원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속 유연한 대응, 'PF'에서 'CF'로

하나은행이 코로나19로 어려운 영업 환경 속에서도 커다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건 제약 상황에 대한 빠른 판단과 탄력적 대응 덕분이다. 사실 싱가포르 지점은작년과 올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사업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IB 부문에 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IB데스크가 커버하는 동남아 지역은 미주·유럽 등 선진국 대비 코로나19 회복이 더뎠고 그에 따라 최근 1~2년 프로젝트성 IB여신 진행이 중간에 좌초된 일들이 많았다. PF딜이란 게 사업주의 의지에 따라 언제든 지연과 재검토가 가능한 사업이다.

하나은행 싱가포르 지점은 올해 타깃 수익원을 틀어 PF보다는 CF(Corporate Finance·외국계 기업 앞 대출)딜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키로 했다. CF란 기업금융의 일환이지만 규모가 굉장히 커 주로 신디케이션 형태로 들어가는 론을 말한다. '사업'에 투자하는 PF 딜보다 기업에 투자하는 CF딜이 지금 코로나19 상황에 수요가 더 많다는 예상이었다.

올 하반기 전세계 곡물 트레이딩 시장의 메이저인 ‘루이스 드레퓌스(Louis Dreyfus)’에 대한 신디케이션 대출이 CF딜의 대표적 성과다. 특히 농산물 산업은 코로나19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업종이라 리스크도 없다는 설명이다. 최근 대출 확약서를 제출하고 기표를 준비 중이다. 하나은행 싱가포르 지점은 앞으로도 당분간 코로나19 영향에 중립적인 업종을 위주로 차주 발굴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하나은행 싱가포르 지점 관계자는 “팬데믹 영향으로 자산을 늘리기 쉽지 않은 영업환경인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반대로 변동성 심한 환경에 적응을 위해 또 다른 수익원을 물색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비즈 파이프라인(Biz pipeline)이 확보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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