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11월 25일 07: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3년전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빈소를 방문해 조문했던 적이 있다. 고인의 뜻에 따라 조용하고 소탈한 빈소였다. 그럼에도 재계 4위, LG그룹 총수의 빈소에는 엄중한 무게감이 있었다. 외부 조문을 사양했지만 재계 주요 인물들은 엄숙한 표정으로 조문 행렬에 참여했다.그 무게감을 이어받은 자는 40대의 상무였던 구광모 회장이었다. 당시만 해도 여전히 경영 수업 중이었던 구 회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느낌표'보다는 '물음표'였다. 실제 초반에는 구 회장보다 실무를 총괄했던 권영수 부회장이 더 조명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게 3년이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 흘렀다. LG그룹은 놀랍게 변했다. 변화·혁신보다 보수적 색채가 강했던 LG그룹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였다. LG화학에 첫 외부 CEO를 들이더니, 바로 다음 해에 국내 배터리 경쟁사를 미국 무대에서 영업비밀 이슈로 소송을 걸었다. 배터리 사업에는 조단위 돈을 아낌없이 쏟아 재계와 자본시장의 중심이 됐다.
특히 배터리는 구 회장 첫 3년 동안 LG그룹의 상징적인 사업으로 거듭났다. 삼성 뿐만 아니라 LG도 '1등'을 쫓는다는 인상을 재계에 강하게 심어줬다.
말 많던 휴대폰 사업은 26년 만에 과감히 접었다. 취임 첫 해를 제외한 2·3년 차 인사에서는 그간의 기조를 답습하는 대신 나이와 성별보다 능력을 중시했다. 평균 60세였던 CEO 나이는 50대로 낮아지기도 했다.
내년은 구 회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구본무 전 회장의 무게감을 이어받았던 3년 전 그룹이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준 인물이자 동반자, 혹은 경영 스승이기도 한 권 부회장이 지주사를 떠나 배터리 사업에 전념하기로 하면서다. 이제 구 회장 옆에 설 동반자는 3년 전과 달리 자신의 기준에 맞춰 직접 선택한 인물이 온다. 업계는 권봉석 LG전자 사장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LG그룹의 지난 3년 동안의 성과는 눈부셨다. 40대에 큰 무게감을 짊어졌던 구 회장의 지난 3년 성적표도 합격점을 줄 만 하다는 의미다. 3년 간의 기간을 최소한의 시행착오로 보낸 구 회장과 LG그룹의 향후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진정한 혁신과 변화를 맞이할 LG그룹의 3년 후의 모습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한미 오너가 분쟁]새 경영진 임종윤·종훈 형제의 일성 "네버 어게인"
- JB금융, 얼라인에 판정승…이사회 2석만 내주며 선방
- [Company Watch]'TGV 첫 양산' 필옵틱스, 글라스 패키지 시장 선점
- 폴라리스오피스, 한국 AI PC 얼라이언스 참여
- 이에이트, 생성형 AI 접목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 공개
- 일반석서 주총 관람한 한채양 이마트 대표, ‘책임경영’ 의지 피력
- AI매틱스-한국교통안전공단, AI 기반 버스 사고 예방 MOU
- [한미 오너가 분쟁]'임종윤·종훈' 형제의 승리, OCI-한미 통합 결렬
- 휴온스 이사회 입성한 오너3세, 경영 참여는 'NO'
- 필옵틱스, 업계 첫 TGV 양산 장비 공급
박기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K-배터리 파이낸스 분석]엘앤에프, 운전자본관리 필요성↑…CFO의 묘수는
- [비용 모니터]LG엔솔, 변동비 비중 70%↑…'양극재' 사활 거는 이유
- [기업집단 톺아보기]KCC, 모멘티브 실적 고심…신용등급 전망은
- LG화학, 석유화학 순자산가치 '10조'…밸류에이션 향방은
- LG화학, 자산회전율 50%대까지 하락
- [Board Index/LG그룹]상장사 지배구조·ESG경영보고서 작성 '충실'
- '자사주 분쟁' 금호석유-차파트너스, 양 측 주장 분석해보니
- [레버리지&커버리지 분석]금호석유, 닦아놓은 기초체력…업황 우려에도 '꿋꿋'
- [Board Index/LG그룹]지주사의 이사 교육…지원 조직 두고 전문성 고양
- [About CFO]업황 안좋을땐 CFO가…시험대 선 이창실 LG엔솔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