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절차 촉발? 정몽규 HDC 회장 '3형제' 행보 눈길 장남 정준선 카이스트 교수에 쏠린 눈…지분 매입 속도, 보유량은 미미
성상우 기자공개 2022-01-18 07:44:53
이 기사는 2022년 01월 17일 16:1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자리를 내려놓기로 하면서 정 회장 슬하 세 아들에게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3형제 모두 1990년대 초반~후반년대생, 평균 서른살 안팎의 나이여서 '후계'를 논하기엔 다소 젊다.다만 정 회장의 갑작스런 사퇴로 그룹 총수일가의 '오너십' 위기감이 수면 위로 급부상한 상황이다. 결국 3형제를 중심으로 한 승계구도 논의를 앞당기는 게 불가피해졌다는 평가도 있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선택한다고 해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정 회장이 17일 공개적으로 밝힌 것처럼 그가 HDC현산 회장직에서 물러난다고 해서 당장 오너십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는 상황은 아니다. 정 회장은 그룹 지주사인 HDC 지분 33.68%(3분기 기준)를 소유한 최대주주다. HDC현산 지분 40%를 보유 중인 HDC를 통해 그룹 지배구조 전체를 장악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만 내부적으로 후계구도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을 키운 계기가 바로 이번 HDC현산 회장직 사퇴가 될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정 회장이 그룹의 중추인 HDC현산의 회장직을 내려놓은 데다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전환 요구가 커지고 있다. 장기적으론 그룹 경영 일선에서 전면 물러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그려졌다. HDC현산 회장직을 내려놓은 게 후계구도에 대한 논의를 수면 위로 올린 요인이 됐다는 의미다.
정 회장 후계구도 그림의 중심엔 세 아들 정준선·원선·운선 씨가 있다. 3명 모두 많은 정보가 외부에 공개되진 않았지만 장남인 준선 씨는 1992년생으로 카이스트 교수로 재직 중인 사실이 최근 알려지며 조명을 받았다. 회사 측에 따르면 차남과 삼남인 원선·운선 씨는 HDC현산을 포함해 그룹 내 계열사에 현재 적을 두고 있거나 과거 근무한 이력도 없다.

3남 중 지주사인 HDC 지분도 정 교수가 가장 많이 들고 있다. 지난해 2월과 11월 주식 3만5000주, 4만주를 각각 매수하며 보유수량을 24만주까지 늘렸다. 지분율은 지난해 1분기부터 4분기까지 0.28%→0.33%→0.4% 순으로 높여가고 있다. 원선, 운선씨의 지분율은 각각 0.28%, 0.18% 수준이다.
다만 연구자로서 역할에 온 힘을 쏟고 있어 당장 경영 일선에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연구자로서 정 교수에 대한 학계 내 평가는 매우 높다. 박사 과정 시절부터 머신러닝·음성처리·컴퓨터비전 등 AI 주요 분야의 글로벌 메이저급 학회·학술지에 논문을 다수 내며 눈에 띄는 퍼포먼스를 냈다.
박사 과정 중이었던 지난 2016년엔 컴퓨터비전 분야의 최고 권위 학회라고 할 수 있는 'Asian Conference on Computer Vision'에 'Lip Reading in the Wild'라는 제목의 논문을 내 최우수논문상 격인 'Best Student Paper Award'를 수상했다. 2019년과 2020년엔 음성처리 분야의 최고 권위 학회인 'Interspeech'에서 그의 논문 두 편이 'Best Student Paper Award'로 선정된 바 있다. 그의 논문에 지도 교수 및 공동 저자로 등재된 옥스퍼드대학교 A. Zisserman 교수는 전 세계 화자인식 분야 연구의 대가로 꼽힌다.
AI 관련 학계 관계자에 따르면 정 교수는 최근 연구실 명칭을 '다중감각 AI 연구실(Multimodal AI Lab)'로 짓고 오는 봄 학기 강의를 준비 중이다. 이번 학기엔 수업코드 'EE738'로 지정된 대학원 수업만 맡았다. 연구실 내에 3명의 석사 과정 대학원생과 두명의 학부생 리서치 인턴을 선별해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관계자는 "정 교수의 전공과 연구를 보면 음성 처리와 비전을 동시에 하고 있는데 이 두 분야의 글로벌 탑클래스 학회에 논문을 계속 내고 있다"면서 "교수직을 그만두고 경영자의 길로 돌아서기엔 연구자로서의 실적이 너무 뛰어나다"고 말했다.
향후 눈여겨 봐야 할 점은 역시 3형제의 지분 변동이다. 현 상황만 봐서는 누구에게 후계구도의 힘이 실렸는지 윤곽이 나오지 않았다. 장남이 학자의 길을 택할 경우 나머지 형제들의 지분율 격차는 언제든 뒤집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정 회장 자제들의 HDC그룹 계열사 지분 보유량이 올해 어떤 변화를 보일 지 이목을 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마케팅 예산 늘린 '코빗'…신규고객 락인까지 노린다
- 사이노라 이사회 멤버 LGD, 삼성 IP 인수 용인했나
- 삼성TV, 반등 노린다…7조 '스트리밍 게임' 노크
- 엔씨소프트, '유저만족도·인재영입'…내실다지기 특명
- 스튜디오드래곤, CJ ENM보다 잘 나가는 이유
- 펄어비스, 기대 모은 포스트 '검은사막'…문제는 출시일
- 바이브컴퍼니, 공중전화부스 통해 생활 데이터 수집
- 현대모비스, 지식재산경영 강화...선제 대응
- [IB 프로파일]IB 업무만 28년 구성민 키움증권 기업금융본부장
- [IPO 모니터]쏘카 FI·SI '합심', 자발적 보호예수 '오버행 차단'
성상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위험기관' LH, 부채비율 관리 '딜레마'
- [이사회 분석]포스코건설, 다시 6인 체제…전중선 홀딩스 대표 합류
- LH, 재무위험기관 선정 될라 '노심초사'
- [LH는 달라졌나]투기 사태 혼란에도 '역대 최대 실적'
- 화성산업, 유통주식 33% 소각…이종원 회장 '힘싣기'
-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점검]금호건설, 주주가치·이사회 항목 '경고등'
-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점검]코오롱글로벌, 이사회 독립성 2년째 '저조'
- LH '수난시대'
- LH, '혁신위원회→ESG경영혁신위원회' 새 출발
- [LH는 달라졌나]김현준 사장발 '혁신위원회', 제재 그물망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