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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판 키우는 국민은행]해외사업 ‘재수생’의 절치부심…배수진 쳤다②1조 대 손실 뒤, 10년간 투자 '뚝'…'이번에 성과 못내면 다신 기회 없다' 위기감

고설봉 기자공개 2022-02-03 07:16:24

[편집자주]

KB국민은행이 해외사업 판을 키우고 있다. 최근 몇 년 집중적으로 해외거점을 늘린데 이어 올해 여신 확대를 전략으로 들고 나왔다. 이면에는 ‘초창기 시장에 안착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다. 과거 실패 경험에서 싹튼 불안감도 존재한다. 더벨은 국민은행의 올해 해외사업 전략 변화와 현황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1월 26일 15시3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국민은행이 해외사업에 드라이브를 거는 이유는 뭘까. 국민은행 안팎에선 과거 실패에 대한 반성이란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선 ‘이번에도 밀리면 사실상 해외사업은 재기가 불가능하다’는 말까지 나온다. 올해 국민은행은 해외사업에 사실상 배수진을 친 것이나 다름없다.

국민은행은 전통적으로 해외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은행은 아니었다. 해외 네트워크 및 법인 설립 등에서 경쟁사 대비 규모가 작았다. 국민은행이 본격적으로 해외사업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이다.

2003년 국민은행은 인도네시아 BII은행(현 메이뱅크 인도네시아)를 800억원에 인수하면서 인도네시아 시장에 첫 진출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사업확장 속도가 느리고 시장성이 높지 않다는 판단으로 2008년 보유 지분을 3600억원에 매각하고 인도네시아 사업에서 손을 뗐다. 철수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5년만에 2800억원 가량 차익을 거둔 만큼 성공한 투자로 여겨졌다.

절반의 성공은 이후 국민은행에 독이 됐다. 국민은행은 인도네시아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카자흐스탄 진출을 결정했다. 당시 현지 5위 은행이었던 JSC Bank CenterCredit(BCC) 인수에 나섰다. 동남아시아를 넘어 중동과 유럽시장으로 영토를 확장하기 위한 전략적 교두보 확보였다.


투자 규모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컸다. 2008년 8월 국민은행은 BCC 지분 23%를 인수했다. 이어 그해 12월 BCC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 7.5%를 추가 취득했다. 2008년에만 8175억원을 투자했다.

초기 투자에 나설 당시 국민은행은 ‘최초 취득일로부터 30개월 내에 BCC 보유지분율을 50.1%까지 높이겠다’고 약정했다. 이에 따라 2010년 2월 1366억원을 들여 추가 지분을 인수했다. 그 결과 BCC 지분율을 42%까지 높였다. 결과적으로 국민은행은 BCC에 9541억원을 투자했다.

시작과 동시에 위기를 맞았다. 2008년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카자흐스탄 경제가 침체를 맞았다. 카자흐스탄 부동산 시장이 무너졌고, 경제는 회복이 지연되면서 BCC의 자산건전성도 악화됐다.

특히 BCC의 대출채권이 주로 부동산담보대출로 이뤄져 있다는 점에서 타격이 컸다. 국민은행은 카자흐스탄 경제가 단기간 회복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BCC 지분에 대해 2008년 말부터 지분법손실과 기타포괄손실, 손상차손 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국민은행은 BCC 지분을 매입한 2008년부터 2015년까지 8년동안 매년 지분법손실을 인식했다. 그 금액은 총 4673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기타포괄손실도 893억원 규모 발생했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4년동안 집중적으로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2009년 1004억원, 2010년 1268억원, 2011년 205억원, 2012년 338억원 등 총 2814억원 규모였다.

결과적으로 국민은행은 투자한 비용을 회수하지 못했다. 장부가 기준 총 9541억원의 투자금은 8년만에 0원이 됐다. BCC는 지분 가치가 전혀 없는 해외법인으로 전락했다. BCC 투자 부실로 강정원 전 행장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다.

이 일을 계기로 국민은행의 해외사업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로 전환됐다. 1조원이란 손실 앞에 그 누구도 해외사업을 지속해야 한다는 제안을 할 수 없었다. 막 싹을 틔우던 해외사업은 양분을 잃었다.

조직 차원의 지원이 끊기고 해외사업에 대한 보수적인 시각이 이어지면서 관련 인력들도 줄줄이 이탈했다. 해외사업 전문가로 꼽히는 인력들은 잇달아 국민은행 내부에서 사라져갔다. 그 결과 몇 년 뒤 국민은행 내부에선 해외사업 전문가를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이후 경쟁사들이 글로벌 경기 회복세를 타고 해외시장 확대를 추진할 때도 국민은행은 그 대열에 동참하지 못했다. 2010년대 들어 신한은행은 베트남을 거점으로 동남아 시장 맹주로 자리 잡았다. 우리은행은 옛 상업은행 시절 쌓은 기업금융 네트워크를 통해 전 세계로 뻗어나갔다. 하나은행은 옛 외환은행 인프라를 보강하고 확대하며 해외사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결과는 혹독했다. 국민은행은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 산하 은행 가운데 해외사업 실적 최하위를 기록했다. 금융지주사 특성상 해외사업 네트워크는 주로 은행을 중심으로 확장된다. 은행의 해외사업 성과가 금융지주의 성과로 직결되는 구조다. 국민은행의 해외사업 실패는 KB금융그룹의 실패로 연결됐다.

2019년 기준 KB금융그룹의 해외사업 순이익은 48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그룹 3979억원, 하나금융그룹 4602억원, 우리금융그룹 224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금융지주사 전체 순이익 대비 해외사업 순이익 비중은 하나금융이 19.24%로 가장 높았고, 우리금융 11.97%, 신한금융 11.69%를 각각 기록했다. KB금융은 1.45%에 그쳤다.

매년 격차가 벌어지자 국민은행은 2020년 본격적으로 해외사업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인도네시아와 캄보디아를 거점으로 동남아 시장에서 저변을 넓히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현지법인 인수를 통해 단번에 체급을 키우고 이를 발판으로 현지화를 이루겠다는 전략에서다.

국민은행 내부에선 해외 사업을 독려하는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0여년 만에 찾아온 기회를 최대한 살려야 한다거나 관심과 지원이 있을 때 눈에 띄는 성과를 내 해외사업을 바라보는 조직 내 시선을 우려에서 희망으로 바꿔야 한다는 비장한 각오를 밝히고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다”며 “KB금융지주와 은행 내부에서 여러 반대를 극복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데, 이번에도 실패하면 다시 도전할 동력 자체를 아예 상실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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