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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롭게 떠나는 김정태 회장, 퇴장은 쿨했다 10년 장수 CEO, 지금의 하나금융 일군 장본인…강력한 형님 리더십으로 조직 안정

고설봉 기자공개 2022-02-03 08:16:14

이 기사는 2022년 01월 28일 20: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사진)이 떠난다. 자리에 오른지 10년만이다. 하나금융그룹을 변방의 도전자에서 3대 금융지주사로 키운 그는 이제 먼 발치에서 후계자 선임을 바라보고 있다.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김 회장은 일말의 욕심도 내려놓고 명예롭게 물러날 채비를 마쳤다.

28일 하나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차기 회장 후보 5명을 발표했다. 회추위는 '대표이사 회장 경영승계계획 및 후보 추천 절차'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심의를 거쳤다. 향후 숏리스트를 상대로 프리젠테이션 및 심층 면접을 거쳐 새 회장 후보를 선출할 계획이다.

기대와 우려는 아쉬움과 기우로 바뀌었다. 이번 회추위 시작 전부터 하나금융 안팎에선 ‘이사회가 정관을 변경해 김 회장의 남은 4기 체제 임기를 수행하게 할 것’이란 소문이 있었다. 절반의 기대감과 또 다른 절반의 우려가 교차하며 회추위를 지켜봤다.


그만큼 김 회장은 하나금융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영자다. 단순한 회장, 사내이사를 넘어 하나금융의 성장과 발전 과정과 동일시되는 인물이다. 하나금융의 찬란한 순간마다 김 회장의 발자취가 남았다.

김 회장은 2012년 3월 하나금융그룹 2대 회장에 올랐다. 전임자인 김승유 전 회장이 가장 아끼고 믿던 후배가 김 회장이었다. 둘은 선배와 후배로, 때론 동지로 하나금융그룹을 차근차근 쌓아올린 주인공이다.

토대는 비옥하지 않았다. 척박한 땅에서 김 회장은 하나금융의 살을 찌워나갔다. 김 회장은 하나금융을 변방의 도전자에서 국내 3대 금융지주사로 성장시켰다. 옛 외환은행 인수와 그 이후 통합 과정에서 발휘된 김 회장의 강력한 ‘형님 리더십’은 지금도 하나금융을 지탱하고 있다.

주식시장에선 하나금융의 주가 하락을 김 회장의 리더십이 방어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김 회장을 중심으로 일사분란하게 조직되고 운영되는 지배구조는 하나금융이 매년 지속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란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오너가 없는 금융지주사에서 김정태 회장은 오너보다 더 강력하고 끈끈한 리더십을 통해 조직을 안정화 했다"며 "김 회장은 급성장하는 하나금융 지배구조 그 자체였다"고 평가했다.

김 회장은 하나은행장, 하나금융투자 사장을 거쳐 하나금융지주 회장에 올랐다. 계열사를 두루 거치며 그룹 내 협업 필요성을 인식하고 각 사업부문에 적용할 수 있는 비전을 구상하고 적용하며 조직을 키웠다. 수많은 계열사 인수합병(M&A)이 매번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김 회장은 1기와 2기 체제를 거치며 옛 외환은행 인수와 조직 통합이라는 업적을 세웠다. 그는 강력한 리더십과 업무 추진력으로 하나은행과 옛 외환은행의 통합을 순조롭게 마무리했고 경영실적 및 주가도 크게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회장의 비전은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됐다. 하나금융은 대내외 환경 변화에 따라 능동적인 협업모델을 구축해왔다. 적극적인 협업이 필요한 때는 계열사간 벽을 허물었다. 김정태 회장은 이를 '사일로(회사 안에 성이나 담을 쌓고 외부와 소통하지 않는 부서를 가리키는 말) 허물기'라는 말로 표현했다.


김 회장이 키를 잡은 지난 10년간 하나금융 영업실적은 크게 개선됐다. 2013년 9340억원 안팎이었던 순이익은 불과 4년 만인 2017년 두 배 가량 늘어 지주사 설립 이후 최초로 2조원을 돌파했다. 하나은행보다 덩치가 컸던 옛 외환은행을 M&A한 효과였다.

하나금융 안팎에서 김 회장에 대한 평가가 좋은 것은 단순히 하나금융의 외형 성장을 이끌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옛 외환은행 인수로 규모를 키운 김 회장은 내부적으로 체질 개선도 시도했다.

하나금융은 지속적인 순이익 개선세를 보였다. 특히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며 매년 역대 최대 실적 기록을 경신해왔다. 2020년 2조637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 치웠다. 지난해에는 순이익 3조원 시대를 열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단순히 덩치만 커지지 않았다. 수익성 평가 지표인 자기자본순이익률(ROE)과 총자산순이익률(ROA)은 매년 상승세를 보였다. 2013년 5.16%였던 ROE는 2020년 8.96%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ROA 역시 0.34%에서 0.61%로 크게 상승했다.

정점을 찍은 그는 이제 하산을 준비하고 있다. 퇴직도 그 답게 쿨하고 치밀했다. 김 회장은 지난해부터 거듭 임기 연장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해왔다. 사실 4연임이 확정된 2020년 말부터 그는 퇴장을 준비하고 있었다.

2020년 하반기부터 김 회장은 회의 때마다 측근들에게 리스크 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이익이 많이 날 때, 본인이 현직에 있을 때 가능한 많은 충당금을 쌓으라'는 말을 지주사 및 계열사 CEO들에게 자주 했다고 한다. 후배들에게 짐을 지우지 않기 위해서다.

하나금융 핵심 임원은 “김 회장 본인이 경영활동을 할 때 쌓인 리스크를 본인이 다 짊어지고 가려는 것처럼 보였다”며 “CEO가 가장 빛나는 순간은 호실적을 통해 경영능력을 검증받는 순간인데, 순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충당금을 쌓으라고 할 때 진심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오는 3월 김 회장은 후배들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명예롭게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 10년 동안, 아니 평생을 바쳐 일군 하나금융의 미래를 위해 티끌의 욕심도 욕망도 억제한 채 그 다운 퇴장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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