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 판결문 뜯어보기]함영주,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감독자로 문책 인정하나은행, 불완전 판매·부당한 이익 수령 위법인정, 금감원 검사업무 방해는 불인정
김현정 기자공개 2022-03-17 08:15:06
이 기사는 2022년 03월 16일 09: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전 하나은행장)과 관련한 금융감독원의 처분사유가 대부분 인정됐다. 하나은행이 펀드 불완전판매 관련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를 대부분 이행하지 않았고 이에 따른 함 부회장의 책임이 고스란히 인정됐다.이 밖에 불완전판매, 부당한 재산적 이익 수령과 관련한 처분사유까지 받아들여지면서 하나은행과 장경훈 전 하나카드 사장(전 하나은행 개인영업그룹 부행장), 박세걸 하나은행 전 WM사업단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처분 역시 그대로 유지됐다.
◇1심법원 "내부통제 최종책임자 함영주 부회장"
15일 함 부회장과 금융위원회·금감원 간 소송 판결문에 따르면 법원은 함 부회장에 대해 ‘불완전판매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문책경고)’ 관련 감독자책임과 ‘불완전판매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기준 점검기준 마련의무(주의)’ 관련 감독자책임을 모두 인정했다.
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내부통제의 최종책임자가 은행장인 함 부회장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함 부회장이 직제상 감독자 지위에 있지 않다는 하나금융 측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조직개편 전결권은 은행장에게 있는데 함 부회장이 은행장 시절 자산관리 부문 대폭 강화를 위해 리테일지원그룹과 자산관리그룹을 통합해 개인영업그룹으로 재편한 일을 꼬집었다.
법원은 “이런 경영방침에 따라 WM사업단이 사모펀드 등 PB상품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비이자수익을 증대시키려 노력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에 내부통제위원회나 준법감시부서 등에 대한 인적·물적 추가지원 등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그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는 상대적으로 미흡해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법원은 “이 사건은 법령 위반의 정도가 중대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크게 물의를 일으킨 사건으로서 사회적으로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고, 그 책임의 무게가 막중하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전체적으로 금융사지배구조법 시행령에 나와있는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기준’이 예측가능하지 않다는 하나은행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나은행은 작년 우리은행이 주장했던 것처럼 실효성이란 의미 자체가 사후적인 개념인 만큼 내부통제 마련 의무에 들이댈 수 없는 기준임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법원은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기준’의 구체적인 내용을 법령에서 직접 규정하지는 않았더라도 위와 같은 관련 조항들의 문언과 내용, 체계와 입법취지 등을 종합해 목적론적, 체계적 해석을 통해 충분히 그 의미를 예측할 수 있으므로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일축했다.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 대부분 인정, 함 부회장 문책경고 그대로
법원은 구체적으로 함 부회장의 문책경고 징계가 걸려있던 ‘펀드 불완전판매 관련 내부통제 마련의무’와 관련해 하나은행이 해당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바라봤다.
금감원은 앞서 하나은행 및 함 부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에 대한 처분사유(위법행위)를 굵직하게 ▲불완전판매 ▲펀드판매 관련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 ▲부당한 재산적 이익 수령 ▲금융감독원 검사업무 방해 등 4개 항목으로 나눴다.
이 가운데 함 부회장이 걸려있던 항목은 두 번째(펀드판매 관련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였다. 해당 항목은 두 가지 세부 처분사유로 구성돼있다. 펀드 불완전판매 관련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와 불완전판매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 점검기준 마련의무가 그것이다. 특히 함 부회장으로서는 중징계인 문책경고의 근거가 된 불완전판매 관련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에 촉각을 기울였다.
법원은 금감원이 제기한 세부 사항을 대부분 인정했다. 기존 투자자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유효기간을 별도로 설정하지 않았으며 투자자성향등급을 임의로 상향시키는 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점검절차가 없었던 만큼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봤다. 상품의 리스크 정도와 무관하게 상품권유 사유를 선택하도록 한 전산시스템도 문제였음이 인정됐다.
다만 내규·거래신청서·안내문에 설명서 교부의무 및 설명의무 관련 은행 임직원의 준수기준이 불명확하게 제시돼있다는 금감원의 처분사유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펀드 판매 구비서류 징구 여부 등을 체크하는 제3자 점검체계를 갖추지 않았다는 주장도 인정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하나은행이 결국 펀드 불완전판매 관련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를 위반했다고 결론이 나면서 함 부회장에 대한 금감원의 중징계도 그대로 인정됐다.
◇금감원 검사업무 방해는 모두 불인정
이 밖에 다른 처분 사유 중 첫 번째 항목인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불완전판매 발생 ▲편향된 상품안내에 따른 PB의 불완전판매 초래 등이 모두 인정됐다.
법원은 금감원이 제기한대로 하나은행이 적합성의 원칙, 적정성원칙, 설명의무 및 설명서 교부의무, 녹취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불완전판매가 일어났다고 바라봤다.
투자자정보확인서에 서명을 받지 않았고, 사전 방침이 없어 PB들이 사모집합투자규약이나 자산운용사에서 교부한 사내 상품제안서를 사용하는 등의 일이 일어났다. 판매일로부터 최대 56일 이후 녹취본이 있는 등 DLF의 투자권유 단계에서 상품의 위험성, 적합성, 적정성 등을 설명하기 위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보기 어려웠다.
또한 PB들이 DLF 투자의 수익과 위험을 정확하게 이해한 후 균형을 갖춘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투자자들에게 설명해줘야 하는데 여기에도 미비점이 드러났다. DLF와 ELF를 직접 비교하거나 영국과 미국 기준금리, 국채금리 등을 직접 비교함으로써 오히려 중요한 사항에 대하여 오해를 유발할 수 있는 표시를 사용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하나은행에 대한 업무일부정지 6개월 처분이 그대로 인정됐다.
세 번째 항목인 부당한 재산적이익 수령 처분사유는 모두 인정됐다. DLS 발행사인 하나금융투자, 소시에테제네랄로부터 총 1952만 원 상당의 재산적 이익을 수령했다는 위법행위다. 이는 하나은행 측도 사실관계에 이견이 없던 사안이다.
네 번째 항목인 금감원 검사업무 방해에 대한 처분사유는 모두 인정되지 않았다. 하나은행이 중요 파일 및 자료를 삭제했다고 해도 금감원 검사반은 하나은행 내부 전산망 접속권한을 부여받아 정상적으로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다는 판단을 내렸다. 또한 하나은행의 방해 행위로 은닉되거나 은폐된 사실 내지 증거자료 등이 따로 존재한다고 볼 만한 정황도 없다고 바라봤다.
금감원의 처분사유가 일부 인정받지 못한 부분이 있지만 원고들에 대한 금감원 처분은 모두 그대로 유지됐다. 불완전판매 및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 소홀 등으로 이미 하나은행과 함 부회장 등 임직원을 향한 모든 조치가 인정됐기 때문이다. 복수의 처분사유가 있을 때 일부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일부 인정되는 처분사유만으로 당초 징계 처분을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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