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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의 '중국시장' 도전기 [thebell note]

유수진 기자공개 2022-03-29 09:29:50

이 기사는 2022년 03월 28일 07: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국 선수들과 스치기만 해도 실격당할 수 있다." 남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곽윤기 선수는 지난달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이같이 말했다. 개최국인 중국의 '텃세'에 대한 우려였다. 그는 작년 10월 올림픽 쿼터 확보를 위해 나갔던 쇼트트랙 월드컵에서 이미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했다.

'설마' 싶었다. 올림픽은 '세계인의 축제' 아닌가. 불행히도 곽 선수가 '괜한 걱정'을 한게 아니었다.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황대헌·이준서 선수가 석연찮은 판정으로 실격처리 됐다. 헝가리·미국 등 피해국이 속출했다. 전세계가 분노했지만 중국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중화 민족주의가 정치·경제를 넘어 스포츠까지 영역을 넓힌 걸로 보였다.

기아는 요즘 중국시장 재공략을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최근 중국 합자사 이름을 '둥펑위에다기아'에서 '기아기차유한공사'로 바꿨다. 작년 말 지분구조가 달라진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다음달 베이징모터쇼에서 신규 CI와 SI도 발표한다.

그간 중국법인은 기아(50%)·둥펑자동차(25%)·장쑤위에다그룹(25%) '3자 체제'였다. 그러나 둥펑차가 지분 전량을 위에다그룹에 넘기며 양자 체제(5:5)로 바뀌었다. 기아는 머잖아 추가 지분 확보에 나서 사업 주도권을 가져올 계획이다. 사명에서 '둥펑' 뿐 아니라 '위에다'까지 뺀 이유다.

중국은 '아픈 손가락'이다. 반도체 수급난 속에서도 판매량이 늘어난 다른 지역들과 달리 유일하게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작년 판매대수는 12만7000대로 직전해(22만5000대) 대비 거의 반토막 났다. 연간 7832억원의 순손실도 냈다. 현대차 역시 사정이 다르지 않다.

문제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는 점이다. 정치적 이슈가 원인인 탓이다. 상승곡선을 그리던 판매량이 하루아침에 뚝 떨어진 건 2017년 사드사태 때다. 사드 배치에 반발한 중국이 한국기업에 대한 경제 보복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5년째 악화일로를 걷고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기아가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건 제품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실제로 EV6 등이 미주·유럽에서 각종 권위있는 상을 휩쓸며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기아는 좌절하지 않고 다시 출발선에 섰다. 제품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다시 한번 시장 공략에 나서겠다는 포부다. 중국에 특화된 '차별화 전략'에도 공을 들였다. 기아 관계자는 "중국시장 맞춤형 마케팅 등에도 더욱 신경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올림픽의 결말을 기억하는가. 실격의 아픔을 겪은 황대헌 선수는 남자 1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기 초반 선두에 올라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전략을 썼다. 다른 선수들이 따라올 수 없는 실력을 갖췄기에 가능했다. 그는 "내몸에 아무도 손댈 수 없게 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밝혔다. 기아의 중국시장 도전도 해피엔딩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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