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동원산업·동원엔터 흡수합병 쟁점]'방식 논란'에 묻힌 합병 시너지 다시보기지주사 현금 확보·컨트롤타워 역할…의사결정 간소화

이효범 기자공개 2022-05-31 07:56:50

[편집자주]

동원그룹의 비상장 지주사 체제가 경영효율성 명목으로 개편에 돌입했다. 상장사인 동원산업이 모기업이자 지주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흡수합병하는 거래가 핵심이다. 하지만 합병 결의 과정에서 기업가치 산정을 둘러싼 잡음으로 기관투자가와 소액주주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일부 기관투자가는 법정소송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논란의 배경과 핵심 쟁점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5월 20일 14:17 thebell 유료서비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동원그룹의 의지는 예상보다 더욱 강했다. 오너의 지분율 감소를 감내하면서까지 동원산업의 합병가액을 변경하는 전향적인 결정으로 이같은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동원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게 가장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동안 비율 논란에 가려진 이번 합병의 취지는 향후 동원그룹의 적재적소에 투자를 강화하는 동시에 한층 더 신속하고 기민한 의사결정 체계를 갖추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향후 생존을 위해 포기할 수 없는 딜(Deal)이라는게 그룹 내부의 시각이다.

동원엔터프라이즈와 동원산업이 합병하면 동원그룹의 지배구조 상 중간 지주사가 사라진다. 2001년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동원엔터프라이즈를 설립했지만 예상과 달리 자회사인 동원산업의 덩치가 더욱 커졌다.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연결기준 자산총계는 2008년 3월말 기준 1조4000억원에서 2021년말 6조6852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원산업의 자산총계는 2007년말 4000억원대에서 3조원대로 커졌다. 동원산업이 그룹 전체 자산의 절반 수준으로 불어난 셈이다.


특히 그룹 내에 현금은 동원엔터프라이즈로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동원산업 등 계열사에 집중됐다.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연결기준 현금성자산(현금 및 현금등가물+단기금융상품 등)은 8262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별도기준 현금성자산은 574억원에 불과하다. 자회사와 그 연결회사에 현금이 분산된 것으로 지주사의 투자 여력이 크지 않다는 의미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순수 지주사로 계열회사에 제공하는 용역 서비스 매출이나 상표권 사용수익, IT부문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하지만 계열사를 통해 얻는 수익만으로는 지주사가 넉넉한 실탄을 확보할 수 없는 구조다. 자회사 배당을 확대하는데도 한계가 있다. 동원엔터프라이즈가 동원산업의 지분 62.72%를 갖고 있는데 동원산업 배당시 나머지 지분 37.28%에 해당하는 배당금은 그룹 외부로 유출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동원산업의 배당성향은 높은 편이 아니었다. 2021년 코스피 기업들의 평균 배당성향은 30% 수준이지만 동원산업의 배당성향은 10%에 머물렀다. 배당성향은 2019년 16% 수준이었으나 2020년에는 7%로 떨어지기도 했다.

동원엔터프라이즈와 동원산업의 합병으로 재탄생하는 통합 동원산업은 사업형 지주사로서 자체적으로 현금을 창출하는 한편, 막대한 투자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실제로 동원그룹은 이번 합병 배경으로 "미래 먹거리 사업에 대규모 투자 또는 해당 사업과 관련한 M&A 를 진행해 왔으며 지속적인 투자를 검토해 왔다"며 "이와 관련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야 하고 신사업 관련한 회사를 계열회사로 편입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현금이 몰리는 동원산업을 중심으로 성장이 지속되자 그룹 차원에서 자본의 효율성을 담보하기도 어려웠다. 지주사는 자회사로부터 현금을 흡수해 소위 '뜨는' 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에 투자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

예컨데 동원그룹은 동원시스템즈를 통한 2차전지 소재사업을 미래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2021년말 기준 동원시스템즈의 현금성자산은 600억원 수준이다. 현재 지주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는 그동안 부족한 현금 때문에 계열사에 실탄을 지원하기가 쉽지 않았다.

공정거래법 상 지주사 행위 제한도 걸림돌이다. 지주사와 자회사가 공동을 투자를 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자회사를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할 경우 지주사 입장에서 손자회사와 증손회사에 대한 투자 제한이 적지 않았다.

지주회사는 상장 혹은 비상장 자회사의 주식을 일정 비율 이상 소유해야 하며, 자회사 역시 상장 혹은 비상장 손자회사의 지분을 같은 비율로 맞춰야 한다. 이와 관련한 여러 규제 탓에 원활한 투자를 하기 어렵다는 점도 이번 합병의 배경으로 꼽힌다.

동원그룹은 뿐만 아니라 이번 합병으로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갖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지주사 중심의 의사결정 체계에서 벗어나고 있다. 사업 부문별 막강한 권한을 가진 수장을 배치해 의사결정 체계를 간소화하는 추세다.

동원엔터프라이즈와 동원산업의 합병 역시 이같은 흐름을 반영한다. 사업부문별 의사결정 체계를 갖추진 않지만 기존 중간 지주사를 없애면서 지배구조상 정점에 있는 지주사와 맨 하단에 위치한 계열사 사이에서 의사결정 단계를 한단계 축소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다만 의도와 무관하게 그룹 내에서 지주사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동원그룹 측은 "합병을 추진하는 것은 2019년 창립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50년을 위한 변화를 내부적으로 모색하던 중 최근 코로나19, 글로벌 공급망 불안 등으로 기업 환경의 패러다임이 급변하자 본격적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