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 해외 IR 분석]발로 뛰는 우리금융, 동분서주 대면 IR 투어⑦손태승 회장, 싱가포르 IR 이후 한달 만에 미주행…주가 탄력 속 광폭 행보
김현정 기자공개 2022-06-23 07:20:15
[편집자주]
코로나19 사태로 묶였던 빗장이 풀리면서 금융지주사들이 해외 출장길에 오르고 있다. 2년 만에 다시 열린 오프라인 네트워킹 기회에 IR업계가 들뜬 분위기다. 국내 금융지주사 외국인 지분율이 70%대까지 오른 가운데 KB·신한·하나·우리금융 모두 글로벌 세일즈에 집중하고 있다. 더벨은 해외 IR 재개와 맞물려 금융지주사별 어필 포인트와 해외 IR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6월 20일 10:44 thebell 유료서비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금융지주가 올 하반기 활발한 해외 IR 활동을 예고했다. 펀더멘털 개선점에 대한 설명은 그간의 비대면 방식으로도 충분하다. 이제는 오래된 친구를 한 명이라도 더 많이 마주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우리지주 주가는 올 들어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민영화에 따른 투자자들의 익스포저 허용 한도 확대, 사상 최대 실적 경신, 금리상승기 최적화된 자산 구조 등으로 금융지주사 가운데 가장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외국인 주주들의 관심이 높을 때 더욱 적극적인 IR 활동으로 분위기를 이어나간다는 전략을 세웠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싱가포르 IR을 성공적으로 마친 손태승 회장은 이달 27일 미주 지역 IR도 떠날 예정이다. 하반기에 유럽과 홍콩 투어도 계획돼있다.
애초에 싱가포르와 미국, 유럽, 홍콩의 순서에 큰 의미를 두진 않았다. 해당 지역들을 한 묶음으로 올 한 해 모두 돌아보겠다는 목표를 세웠을 뿐이다. 다만 IR팀에게서 여전히 가장 중요한 시장 중 하나인 홍콩은 아직 격리 조치가 있다보니 후순위로 밀렸다.
싱가포르에는 홍콩 못지않게 많은 글로벌 큰 손들이 오피스를 두고 있는 곳이다. 모건스탠리, JP모건, UBS 등 세계 유수 금융사들의 아시아 섹터 운용본부들이 싱가포르에 상당 부분 몰려있다. 우리지주는 싱가포르 내 기관투자자들과 건건이 개별 약속들을 정해 만남을 가졌다.
투자자들과의 적극적인 만남은 손 회장이 직접 주문한 일이다. 손 회장은 오래 전부터 해외 대면 IR에 갈증을 느끼고 하루 빨리 나가길 원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싱가포르 출장은 지난 2019년 10월 중동과 유럽, 북미 지역을 찾아 해외 IR을 진행한 이후 2년 7개월 만의 활동이었다.
손 회장은 평소 대면 IR 및 직접적 소통에 대한 가치를 강조한다. 대면 IR은 우리지주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것 뿐 아니라 그들이 궁금해 하는 사항들을 직접 들을 수 있는 생생한 기회가 된다. 또 투자자들과의 스킨십이 많으면 꼭 당장의 지분 투자 유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투자자들이 우리지주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익스포저를 더 늘려가는 발판이 될 수 있다.
이는 CEO 직접 참여 IR의 목적이기도 하다. 손 회장은 회장 취임 전 글로벌그룹장 역임에 실무자 때도 IR을 담당했었기에 해외 IR에 대해선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영어 실력도 수준급으로 통역 없이 프리젠테이션 및 미팅이 가능한 덕에 투자자들의 미팅 수요도 많다.
우리지주 관계자는 “그동안 정상적인 대면 IR이 2년 넘게 중단됐는데 지금 시점은 옛 친구를 한 번 만나는 게 큰 의미가 있다”며 “대면과 비대면을 병행한다는 개념보다는, 앞으로 특별한 변이가 와서 락다운이 있지 않는 한 전부 대면 IR을 목표로 세운 만큼 올해는 굉장히 액티브한 한 해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지주의 적극적인 해외 IR 행보는 사상 최대 호실적 및 민영화 성공으로 탄력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주가 상승세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우리지주는 올 들어 국내 금융지주사들 중 가장 높은 주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미국 연준이 15일(현지시간) 자이언트스텝을 발표해 글로벌 증시가 폭락해 그간의 상승폭이 많이 둔화됐지만 코스피 주식 가운데서도 우리지주가 선방 중이다. 우리지주 주가는 1월 3일부터 이달 17일까지 7%가량 상승했다. 4월 말에는 연초 대비 27%까지 뛰었던 적도 있었다.
글로벌 경기침체라는 거시경제적 어려움 뿐 아니라 올 들어 우리지주에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악재들이 재빨리 수습되며 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아직 2022년의 반이 채 지나지도 않았음에도 올 한 해는 우리금융에 변화무쌍한 해로 꼽힌다. 4월 불거진 직원 횡령 사건, 지난 5월 예금보험공사의 블록딜 여파와 이로 인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매수 비중 확대 계획 철회 등에도 우리지주 주가는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우리지주 주가가 탄력을 받은 건 지주사 전환 이후의 성장스토리와 민영화 실현, 금리상승 환경에서 가장 우호적인 회사로의 포지셔닝 등 과거·현재·미래 3박자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우리지주는 2019년 1월 지주사 전환 후 손익 규모 및 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왔다. 최근 싱가포르 출장 때에도 지주사 출범 이후 비은행 강화 노력으로 지속가능한 수익창출력을 확보했음을 강조했다. 은행의 대출성장 시장점유율(MS) 잠식 없이 이뤄진 성과였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는 후문이다. 아직 M&A가 고픈 상태로 추가 인오가닉 성장이 수순이라는 점도 앞으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다.
그간의 자산건전성 개선 노력도 인정 받고 있다. 우리은행은 기업금융 시장의 전통적 강자로 한국의 경제성장을 지원해왔지만 그에 대한 부작용으로 자산건전성 수치가 타행 대비 좋지 못했다. 자산건전성은 단기간 내 잡을 수 없는 영역이기에 10년가량 체질개선을 진행해왔다. 덕분에 우리은행의 연체율 및 고정이하여신비율 등은 업계 최저 수준으로 안정화되기 이르렀다.
지난해 말 민영화 달성으로 투자자들이 우리지주 주식을 더 담을 수 있는 여건도 조성됐다. 최대주주가 정부라고 하면 아무리 펀더멘털이 좋은 회사라도 투자 승인이 나지 않는 곳들도 많다. 우리지주 투자 허용 한도가 늘어나면서 우리지주 민영화 이후 외국인 지분율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금리상승기가 본격화한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들에 우리지주가 최고 수혜주로 포지셔닝되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타 금융지주 대비 은행 비중이 높은 포트폴리오가 작년까지는 약점으로 지적돼왔으니 금리 상승기에는 장점으로 부각되는 분위기다. 은행 비중이 클 뿐 아니라 은행의 단기금리 연동 CD나 코리보 3개월 연동 비중이 35% 정도로 단기 변동금리 비중이 타사 대비 월등히 높다.
같은 관계자는 “우리지주는 항상 우리금융에 일어난 일들에 대해 투자자 분들의 궁금증이 없게끔 실시간 소통하고 투명하게 알려드리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비행기를 타고 IR을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평소 증시가 열려있는 동안을 내내 투자자와의 소통이 가능한 시간이라고 보고 적극적으로 스킨십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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