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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건 신한은행 창업주가 들려주는 금융의 길 회고록 ‘여러분 덕택입니다’ 출간…’금융보국’ 비전, 신한금융으로 결실

고설봉 기자공개 2022-07-21 08:15:31

이 기사는 2022년 07월 20일 07: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故) 이희건 신한은행 창업주의 회고록이 출간됐다. 신한금융그룹과 이희건 한일교류재단은 신한은행 창업 40주년을 맞은 올해 이 명예회장의 창업정신을 되새기고 미래 지속성장을 다짐하는 의미로 이 책을 발간했다.

'여러분 덕택입니다'란 제목으로 출간되는 회고록은 이 명예회장의 생전 구술 기록을 중심으로 편찬됐다. 더불어 국내외 관련자들의 증언과 이 전 회장의 육성 강연, 언론사 인터뷰 등을 재구성했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고 있는 금융인 및 현대인들에게 고인이 던지는 메시지는 묵직하다.

◇용기를 잃으면 전부를 잃는다…'오십훈' 속 기본기

이 명예회장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담담하게 써 내려간 회고록은 신한금융 창업의 역사와 발전사가 고스란히 기술돼 있다. 특히 이 명예회장이 국내 최초 민간주도 은행인 신한은행을 설립한 이유와 배경 등이 담겨 있다.

‘오십훈’으로 대표되는 이 명예회장의 세계관과 인생관, 경영철학도 소개하고 있다. 이 명예회장은 신한은행 창업 15주년을 맞아 오십훈을 완성했다. 논어 등 고전의 가르침과 왕양명 등 여러 성현의 통찰력, 그가 직접 경영현장에서 깨달은 가치 등을 응축하고 정제해 기록했다.

이희건 기념관 입구에 쓰여 있는 오십훈 중 하나는 "재물을 잃는 것은 조금 잃는 것이고, 신용을 잃는 것은 많이 잃는 것이다. 그러나 용기를 잃는 것은 전부를 잃는 것이다"라는 글귀다. 고인이 생전에 항상 강조하던 삶의 자세다.

"계속하는 것이야말로 힘이 된다"는 말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MZ세대들도 새겨봐야 하는 문구다.

이번 회고록 출간은 신한금융으로서도 깊은 의미를 가진다. 창업 40주년을 맞은 신한금융은 국내리딩금융으로 불릴만큼 외형성장과 내실강화 결실을 맺었다. 그러나 한편에선 디지털금융 전환과 글로벌사업 확대, ESG 경영전략 정착이란 과제도 안고 있다. 이러한 과제는 신한금융의 미래 지속성장을 담보할 버팀목이다.

이희건 명예회장은 책에서 신한은행 초기의 인사 실천에 관한 얘기를 담았다. 45도로 허리를 굽혀 고객에게 인사를 하는 모습은 40년전엔 보기 힘든 풍경이었다. 신한은 신입 직원들에게 2개월간 인사를 하는 훈련을 시키기도 했다.

이 명예회장은 77세를 맞이하던 1993년을 회고하며 "국경없는 커다란 금융그룹을 만드는 것, 아직은 젊은 저의 꿈"이라고 표현했다. 이후 8년 뒤 신한금융지주가 출범하며 금융 그룹은 출범하게 됐다. 신한금융그룹은 그 뒤 20여년간 글로벌 시장 진출까지 이루며 77세 젊은이의 꿈을 현실화했다.


신한금융을 둘러싼 안팎의 사정은 녹록치 않다. 포스트 코로나19로 경제는 예측 가능성이 낮아졌고, 전쟁과 글로벌 물류 대란으로 세계 경제는 침체기에 빠졌다. 고금리 지속으로 주력사업인 은행의 부실 가능성도 높아졌다. 당장 미래를 준비할 동력을 온전히 쏟아부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가운데 이 명예회장의 회고록은 다시금 조직을 재정비하고 구성원들의 마음을 한 곳으로 모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창업주의 초심을 되새기고 그 속에서 미래 성장의 해법을 찾을 수 있는 지침서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추천사에서 “팬데믹의 혼돈과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을 경험한 지금, 명예회장의 회고록 발간은 무척 반갑고 감사한 소식”이라며 “역경을 성공으로 이끈 추진력은 이 시대 모두의 삶에 크고 작은 의미를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

◇식민지 소년, 일본 제일의 금융인으로 꽃피다

이 명예회장은 1917년 경북 경산 출생으로 15세 때인 1932년 일본 오사카로 건너가 노무자로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이 명예회장은 오사카 쓰루하시 시장의 상인으로 삶을 개척해 나갔다. 이후 ‘오사카흥은’을 설립하며 금융인으로 변신했다. 금융보국의 꿈으로 신한은행을 설립해 한국의 리딩뱅크로 성장시켰다.

그의 존재는 일본에서 차별받던 재일동포에게는 따뜻한 위로가 되었고 가난한 후진국이었던 조국에게는 경제 발전에 성공할 수 있다는 용기를 줬다. 당시 재일동포들은 일본에서 심한 금융 차별을 받고 있었다. ‘쓰루하시국제상점가연맹’ 회장이었던 이 명예회장은 이러한 재일동포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로 마음 먹는다.

이 명예회장은 재일동포들의 금융 차별 해소와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뜻있는 상공인들과 함께 1955년 ‘오사카흥은’ 신용조합을 설립했다. 오사카흥은은 재일동포와 상공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신용조합으로 출범했다. 예금고 면에서 작은 회사에 불과했으나 이 명예회장의 탁월한 경영 능력과 뜻을 함께 한 상공인들의 노력으로 오사카 지역 내 우량 신용조합으로 성장해 나갔다.

1968년에는 신사옥을 건립하는 한편, 총 예금고 100억엔을 달성하는 등 비약적인 성장을 이룩했다. 이후 발전을 거듭해 일본인들이 경영하는 신용조합을 제치고 일본 내에서 가장 실적이 좋은 신용조합으로 성장했다. 1993년에는 보통 은행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관서 지방 5개 흥은과 합병하여 관서흥은(關西興銀)으로 재탄생했다.

조 회장은 “소년 시절부터 시작한 타국에서의 삶은 참으로 고되고 험난했을 것”이라며 “차별과 편견을 겪으며 우리 민족과 고향 산천에 대한 그리움에 사무쳐 눈물로 지새운 날도 많았을 것”이라며 이 명예회장의 청년기를 회상했다.

◇한국 경제발전 지원, ‘금융보국’ 비전으로 승화

이 명예회장은 1974년 재일 상공인들의 모국투자 활성화를 위해 ‘재일한국인본국투자협회’를 만들어 활동했다. 1977년 한국에서 제일투자금융을 설립했다. 1982년에는 일본 전역 341명의 재일교포 주주들로부터 출자금을 모집해 한국 최초의 민간 시중은행인 신한은행을 설립했다. 이후 신한증권·신한종합연구소·신한생명보험 등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며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다졌다.

이 명예회장을 중심으로 뭉친 재일동포들은 고국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았다. 이 명예회장은1988년 서울올림픽을 맞아 재일한국인 후원회를 통해 541억원의 성금을 모금해 전달하기도 했다.

또 고국의 경제발전과 재일동포들을 위해 모국상품 구매운동인 ‘바이코리안 운동’을 전개했다. 1995년 한신·아와지대지진 때는 이재민 구조 및 긴급생활자금 지원을 통해 민족과 국적을 뛰어넘은 봉사활동을 벌였다.

1997년 11월 한국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함으로써 IMF 체제에 접어들게 되자 이 회장은 다시 한번 전면에 나섰다. ‘재일본대한민국민단’은 재일동포들을 향해 성명서를 발표하고 ‘일본 엔화 송금 캠페인’을 벌였다. 그 중심엔 이 명예회장과 신한은행 창업원로들이 있었다.

일본 내 재일동포들의 위상 재고에도 노력했다. 오사카 한복판에서 한반도 도래인들이 일본 왕실의 영빈관인 사천왕사로 행차하는 장면을 연출한 ‘사천왕사 왔소’ 축제를 열어 한일 간 민간 문화교류의 행사로 정착시켰다.

고국의 경제발전과 재일한국인 위상을 끌어올리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던 이 명예회장은 2011년 3월 오사카에서 별세했다. 그의 비전과 철학은 지금도 신한금융그룹과 이희건 한일교류재단을 통해 계승되고 있다.

조 회장은 “우리 현대사의 중요한 순간마다 재일동포 기업인들의 염원을 한데 모아 도움의 손길로 함께해 왔다”며 “금융보국과 고객중심의 철학은 오늘날 신한금융그룹의 근간이 돼 많은 후배들의 마음에 굳건히 새겨져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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