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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ARM 인수설…하만 때와 다른 사정 120조 현금 자회사 분산, 자금동원·인허가 이슈로 컨소 참여 가능성↑

원충희 기자공개 2022-09-02 09:57:04

이 기사는 2022년 09월 01일 15: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사면 복권되면서 그간 거의 멈춰있던 삼성의 인수합병(M&A) 시계가 다시 돌아가고 있다. 하만 이후 대규모 M&A가 없던 삼성으로선 현금만 잔뜩 쌓아두고 있어 주주들의 환원 또는 투자요구가 거세다. 특히 지난해부터 '3년 내 의미 있는 규모의 M&A를 할 것'이라 공언한 것을 지키고 새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서라도 '액션'을 보일 시기가 됐다는 기대가 많다.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팹리스) ARM은 시장에서 거론되는 삼성의 매물 후보 중 하나다. 이런 가운데 내달 이 부회장의 영국 출장이 예정돼 있어 시장의 기대감이 남다르다. 다만 삼성전자가 120조원 현금을 갖고 있다 해도 하만 때와는 사정이 달라 실제 액션까지 여러 경우의 수가 많다.

◇하만과 ARM, 가격차 거의 5~7배 수준

이 부회장의 영국 출장을 두고 일각에선 ARM 인수설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소프트뱅크 소유인 ARM은 미국 인텔, SK하이닉스가 인수의사를 밝힌 곳이다. 두 곳 외에도 삼성전자, 애플, 퀄컴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어떤 식이든 인수전 참전을 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매물이다.

*영국 케임브리지 ARM 글로벌 본사

글로벌 반도체 패권경쟁과 공급부족 현상에 힘입어 몸값도 상당히 올랐다. 현재 얘기되는 가격은 50조~70조원대를 아우른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 직후 "ARM은 한 회사가 인수할 수 있는 기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전략적 투자자들과 함께 컨소시엄으로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혀 공동인수설이 화제가 됐다. SK하이닉스는 일본 키옥시아(옛 도시바메모리)도 컨소시엄을 꾸려 일부 투자한 바 있다.

현금 120조원을 갖고 있는 삼성이 ARM을 6년 전 하만처럼 전액 현금으로 단독 인수할 수 있을까. 삼성전자가 2016년 11월 자동차 전장부품 업체 하만을 인수한 가격은 80억달러(약 9조3300억원), 전액 현금으로 지분 100% 매입했다.

인수주체는 삼성전자의 미국법인 SEA(Samsung Electronics America)이 나섰다. 삼성전자는 100% 자회사인 SEA에 9조338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SEA가 이를 기반으로 2016년 12월 말과 2017년 1월 말에 각각 30억달러씩, 2017년 2월 말 잔금 20억2000만달러를 납입해 딜을 마무리했다.

삼성전자 본사→미국법인→하만의 구조로 M&A가 이뤄진 셈이다. 인수대금은 전액 본사가 가진 현금으로 치렀다. 2016년 말 삼성전자 별도기준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33조9490억원이었는데 대금지급이 완료된 2017년 1분기 말에는 26조4450억원으로 줄어있다. 같은 기간 현금흐름표 종속기업, 관계기업 및 공동기업 투자의 취득 항목에선 9조8819억원의 현금유출이 있었다.

◇108조 현금 자회사 분산, 규제 등으로 단독인수 사실상 어려워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삼성전자의 2분기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124조원에 이르지만 여기에는 삼성디스플레이, 세메버스와 해외법인들 몫이 반영돼 있다. 본사가 가진 현금은 16조원 가량으로 나머지 108조원 가량이 국내외 자회사에 분산돼 있다. 작년 한해 특별배당 등으로 20조원 넘는 현금이 빠져나간 탓이다.

ARM을 단독으로 사려면 분산된 해외법인들로부터 현금성자산 상당액을 끌어와야 한다. 과반 정도의 경영권 지분만 살 가능성도 있으나 현재 ARM의 지분 중 75%를 소프트뱅크가, 나머지 25%는 소프트뱅크 자회사인 비전펀드가 갖고 있다. 비전펀드 상황이 좋지 못해 ARM 매각을 시도하는 점을 보면 소프트뱅크 측이 일부만 파는 데 흥미가 있을 지는 미지수다.

또 단독으로 인수할 경우 반독점 문제가 떠오를 수 있다. 실제로 2020년 미국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업 엔비디아가 인수 본계약까지 체결했으나 올해 초 각국의 규제당국 반대로 최종 무산됐다.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국가주의가 짙어지면서 반도체 기업을 사고파는 게 어려워진 격이다.

인텔 측도 ARM을 인수하는 컨소시엄이 꾸려진다면 어떤 식으로도 참여하는 게 유리할 것이라 밝혔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 역시 ARM 인수에 나설 경우 공동인수에 참여하는 형태가 될 공산이 크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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