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무역 승계 점검]성기학 회장의 복심 '차녀 성래은' 낙점한 까닭은①11년 만에 OEM 매출 3배 성장 견인, '성과주의' 동생 성가은과 경쟁서 우위
변세영 기자공개 2022-12-08 08:00:42
[편집자주]
영원무역그룹이 오너 2세인 성래은 사장의 부회장 승진과 맞물려 승계구도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창업주 성기학 회장이 차녀에게 경영권을 넘기면서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알린 가운데 성장 전략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창업 반세기 섬유산업 외길을 뒤로하고 변곡점에 선 영원무역의 후계 승계 과정을 살펴보고 신사업 정착 등 남은 과제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2월 07일 07: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성래은 영원무역홀딩스 사장(사진)이 지난달 정기인사에서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그가 2016년 영원무역홀딩스 사장과 2020년 영원무역 사장으로 발탁된 지 각각 6년, 2년 만이다.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의 나이가 70대 중후반에 접어든 데다 CVC 등 신사업을 이끌어갈 리더십이 필요한 만큼 2세 경영에 속도를 내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이사회 입성 한발 늦었지만…장녀와 교통정리 '원활'
성 회장에게는 3명의 딸이 있다. 첫째는 성시은 씨, 둘째는 성 부회장, 셋째는 성가은 영원아웃도어 부사장이다. 이들은 2010년대부터 그룹 이사회에 이름을 올리는 방식으로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 왔다.
성 부회장은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를 졸업한 후 2002년 영원무역에 입사했다. 이후 2007년 글로벌컴플라이언스/CSR 부문 이사를 시작으로 2020년 영업 및 경영관리총괄 사장에 올랐다. 2016년부터는 영원무역홀딩스에서 대표이사 직책을 맡았다. 현재 성 부회장은 지주사 위의 지주사격인 와이엠에스에이와 영원무역홀딩스에서 대표이사로 수장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2010년 중반까지만 해도 성 회장은 후계 인물을 고정해 두지는 않았던 것으로 관측된다. 이를 뒷받침 하는 게 장녀 시은 씨의 이사회 입성 시기다. 시은 씨는 일찌감치 2011년 영원무역그룹의 최상위 지주사 격인 와이엠에스에이 이사회에 세 자매 중 가장 먼저 이름을 올렸다. 이사회 입성과 함께 의결권이 생기는 만큼 시은 씨가 첫 번째로 경영권을 확보한 셈이다. 성 부회장은 시은 씨보다 3년 늦은 2014년에야 이사회에 이름을 올렸다. 와이엠에스에이는 영원무역홀딩스 지분 29.09%를 갖는 실질적 지주사다. 영원무역홀딩스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와이엠에스에이가 최대주주로 옥상옥 구조다. 그다음 성 회장(16.77%)이 2대 주주다.
다만 시은 씨는 이사회에 가장 먼저 이름을 올렸는데도 경영에 큰 뜻이 없었고 가시적인 성과도 부족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맞물려 2016년 당시 성 부회장이 해외사업 공을 인정받고 영원무역홀딩스 사장에 오르면서 입지가 커지기 시작했다. 이에 시은 씨는 2018년 와이엠에스에이 사내이사에서 물러나면서 자매간 교통정리를 단행한 것으로 해석된다.
◇내수 VS OEM 성장곡선 대비, OEM 담당한 성래은 입지 확대
업계는 경영 참여도가 크지 않았던 시은 씨를 제외하고 성 부회장과 막내 성 부사장이 영원무역그룹 후계 경쟁구도를 그려왔다고 본다. 1981년생인 성 부사장은 미국 웨이즐리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이후 노스페이스 국내 판권을 가진 골드윈코리아에서 광고·홍보 마케팅을 총괄하다 지난 2004년 영원아웃도어에 입사했다.
자매간 사업을 구분해 보면 둘째 성 부회장이 생산·제조 OEM, 셋째 성 부사장은 노스페이스 내수 산업을 맡았다. 이 과정에서 아웃도어 브랜드 사업보다 OEM 사업이 눈에 띄게 성장하면서 승계 무게추가 성 부회장에게 확실하게 기운 것으로 관측된다.
영원아웃도어 매출은 2014년 5320억원으로 정점을 찍고 이듬해부터 아웃도어 시장에 찬바람이 불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5년 매출액은 3802억원에 그쳤다. 그러다 2020년부터 코로나19 보복소비 영향으로 실적이 다시금 개선되기 시작했다. 다만 10년간 약 3배가량 성장한 OEM 부문 성과에는 다소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OEM 사업을 전개하는 영원무역은 최근 10년간 매출이 뒷걸음질한 적이 없다. 방글라데시 등에 생산 기지를 두고 룰루레몬, 노스페이스 등 유명 브랜드 OEM를 도맡으며 고속 성장해 왔다. 연결기준 매출액은 2011년 9901억원에서 2016년 2조16억원, 2021년 2조7925억원을 달성했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2조8742억원으로 4분기 누적 시 3조원 돌파가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성 회장이 성과주의 원칙이 강한 걸로 안다"며 "성래은 부회장은 그간 보여준 성과도 있었고 회사를 발전시키려는 의지도 커 조기에 적임자로 낙점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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