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악사운용은 지금]뒷전 밀린 신상품…다양성 결여에 미래 대응 ‘물음표’③대체투자 6년째 난항…ETF·TDF ‘신성장동력’ 부재
이민호 기자공개 2022-12-19 08:35:12
[편집자주]
교보악사자산운용은 국내 열손가락 안에 꼽히는 종합자산운용사지만 경쟁력에는 늘 물음표가 붙는다. 대주주인 교보생명의 자금운용처 역할에 충실하며 안정적으로 성장해 왔으나 모기업에 대한 수익 의존도가 높아지고 상품 다양성도 사라지면서 미래 성장 가능성에 의문을 표하는 시선이 많아지고 있다. 더벨은 3편에 걸쳐 교보악사자산운용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2월 14일 14: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교보악사자산운용이 극히 일부 상품에만 하우스 역량을 집중하면서 미래 대응력에 의문이 따르고 있다. 대체투자, ETF, TDF 등 최근 운용업계에서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상품유형에는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에 밀착한 태생적 한계로 인해 신성장동력 확보에는 소홀했다는 평가다.◇교보생명 맞춤 채권 주력…상품 다양성 결여 원인
교보악사자산운용 전체 운용규모(AUM·펀드순자산+일임평가액)는 이번달 12일 기준 41조원을 웃돈다. 국내 전체 자산운용사를 통틀어 상위 9위다. 하지만 교보악사자산운용의 운용자금은 특정 유형의 상품에 쏠려있다. MMF와 채권형 공·사모 펀드 및 일임이 대표적이며 범위를 넓히면 주식형 인덱스펀드도 포함할 수 있다.
이는 수익의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대주주 교보생명이 필요로 하는 상품에 과거부터 하우스 역량을 집중해온 이유가 크다. 특히 채권 투자 수요가 높은 보험사 특성상 채권형 사모펀드를 다수 설정하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 교보악사자산운용 전체 펀드순자산 약 24조원 중 64%인 15조원이 일반사모펀드였다. 일반사모펀드는 채권형 비중이 높다. 전체 일임평가액 23조원 중 60%인 14억원도 채권에 투자됐다.
초단기자금이나 유휴자금 운용에 유용한 법인용 MMF는 순자산이 5조6000억원에 이르는데 타사 상품과 비교해도 규모가 큰 편이다. MMF도 단기채나 기업어음(CP), 양도성예금증서(CD)를 활용하기 때문에 사실상 채권에 기반한 상품이다.
교보생명에 최적화된 상품에만 운용 역량이 집중되면서 이외의 상품은 자연스럽게 뒷전으로 밀려난 모습이다. 특히 주식형 액티브펀드의 침체가 꼽힌다. 대부분 자금유입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주식형펀드 순자산은 7000억원으로 전체 펀드순자산에서의 비중이 3%에 불과하다. 그나마 시장에서 존재감 있는 상품으로 합산(헤지형+달러형) 순자산 700억원이 넘는 해외펀드 ‘교보악사로보테크’가 꼽히지만 이마저도 악사(AXA) 계열 해외 자산운용사(AXA Investment Managers UK)에 운용을 위탁할 정도다.
교보악사자산운용이 히트시킨 주식 기반 상품은 사실상 ‘교보악사파워인덱스1호’가 유일하다. 이 펀드는 순자산이 1조원에 육박하며 30곳이 넘는 판매사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은행업권 판매사를 등에 업고 대규모 자금은 유치했지만 KOSPI200지수를 추종하는 기본적인 전략으로 차별성이 떨어진다.
조직 체계도 인덱스펀드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교보악사자산운용은 주식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채권CIO와는 별도로 선임해 주식운용본부와 인덱스(INDEX)운용본부 등 주식 기반 조직을 맡기고 있다. 주식CIO는 하우스 터줏대감 박찬 전무로 오랜 기간 인덱스·퀀트운용본부장을 역임하는 등 인덱스펀드가 주영역이다. 인덱스운용본부에 밀린 주식운용본부는 주력상품이 액티브펀드가 아닌 채권 기반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섞는 채권혼합형 ‘교보악사삼성전자투게더’가 전부다.
◇대체투자 성장 난항…ETF ‘쇠퇴’-TDF ‘제자리’
교보악사자산운용은 종합자산운용사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지만 활용도는 떨어진다. 국내 종합자산운용사는 44곳에 불과할 만큼 희소성이 있다. 자산별로 별도의 인가 없이도 공모펀드 설정과 운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교보악사자산운용은 특별자산펀드 순자산이 1조원을 소폭 웃돌며 부동산펀드 순자산은 300억원 정도로 미미하다. 둘을 합쳐 전체 펀드순자산의 3%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모두 사모펀드로 종합자산운용사 라이선스를 활용한 공모펀드는 없다.
교보악사자산운용이 대체투자운용본부를 설치한 것은 2017년이다. 보험사는 장기자금 운용을 위해 부동산이나 특별자산에 일부 배분하는데 대체투자운용본부도 이 수요를 노리고 출범했다. 현재는 교보생명 대체투자사업팀 부장 출신 오주석 상무가 이끌고 있다. 본부 산하에 3개 팀으로 세분화해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해외 부동산 등 대체자산에 투자하고 있지만 출범 기간을 고려하면 만족할 만한 성과로 보기는 어렵다.
이외에도 최근 다른 자산운용사들이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상품들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상품이 ETF다. 교보악사자산운용은 ‘파워ETF’라는 브랜드로 운용하고 있지만 상품수는 3개에 불과하다. 3개 ETF 중 2014년 2월 설정한 ‘교보악사파워고배당저변동성ETF’가 가장 최근 상품일 정도다.
그 동안 출시된 ETF 상품이 더 있었지만 모두 상장폐지됐다. 지난달말 3개 ETF 순자산 합계는 844억원으로 국내 전체 ETF 순자산(82조원)에서의 비중은 0.1%에 불과하다. 최근 주식형 하우스 중심으로 액티브 ETF를 출시하는 경우도 있지만 교보악사자산운용은 이마저도 시도하지 않고 있다.
TDF 설정액 증가도 부진하다. 교보악사자산운용이 처음 ‘평생든든’이라는 브랜드로 TDF를 출시한 것은 경쟁사 대비 다소 늦은 2019년 5월이다. 현재 생애주기별로 6개 라인업을 운용하고 있는데 합산 순자산이 200억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자체운용도 하지 않는다. 악사 계열 해외 자산운용사(AXA Investment Managers Paris)의 자문을 받는다.
교보악사자산운용의 TDF 부진은 교보생명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방증하기도 한다. TDF는 계열 퇴직연금 사업자의 판매력에 영향을 크게 받는 대표적인 상품이다.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큰 계열 퇴직연금 사업자가 계열 운용사의 TDF로 가판대를 채우면 순자산이 가파르게 확대된다.
올해 3분기말 기준 교보생명 퇴직연금 적립금은 8조7000억원으로 전체 43개 사업자 중 상위 11위에 해당할 만큼 크다. 하지만 교보생명은 교보악사자산운용 TDF 퇴직연금 클래스의 판매사로는 등록돼 있지만 적극적으로 판매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 교보생명의 지원이 없으면 운용규모를 키우기 어려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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