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본인베스트먼트는 지금]회자되는 모기업의 닷컴버블 스토리④솔본, 새롬기술 시절 주가 '2300원→30만원→5500원' 널뛰기
이명관 기자공개 2022-12-28 07:36:18
[편집자주]
솔본인베스트먼트가 메쉬코리아 법정관리 신청으로 VC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한때 예비 유니콘으로 거론됐던 메쉬코리아는 투자유치에 어려움을 겪었고, 최근 끝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 과정에서 투자사인 솔본인베스트먼트의 의사결정은 큰 영향을 미쳤다. 신규 투자자를 유치해 오는 과정에서 갑작스레 '비토권'을 행사한 탓이다. 시장에선 솔본인베스트먼트의 의사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더벨이 솔본인베스트먼트의 시작과 최근 불거진 이슈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2년 12월 14일 15: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터넷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벤처기업이 각광받던 시절이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 즈음이다. 시발점은 미국이었다. 미국에서 첨단주로 인터넷·통신 관련 주가가 각광받기 시작했다. 갓 태동기를 넘어선 인터넷 산업은 그 당시 사람들에겐 새로운 관심대상이 됐다.이 같은 관심은 맹신으로 이어졌다. 인터넷 산업이 기존 산업을 뛰어넘어 시장의 주류가 될 것으로 믿었다. 곧이어 시작된 인터넷 사업체들은 막대한 투자자들을 끌어 모았다. 대표적으로 코즈모 닷컴, 부 닷컴, 팻츠 닷컴 등이 거액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졌다. 더욱이 1997년 외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김대중 정부가 코스닥 시장과 중소기업 위주의 벤처기업 육성책을 쏟아내기 시작하면서 벤처기업에 대한 열풍이 한층 거세졌다.
정부 정책에 편승해 인터넷 등 IT산업이 경제 부흥을 이끌 신산업으로 각광받았는데, 이때 '바이코리아 펀드', '박현주 펀드' 등의 애국 마케팅 자금들까지 겹쳐지면서 시장의 자금이 테마주에 쏠렸다. 테마주로 꼽히는 벤처기업들의 주가는 치솟았다.
급등한 테마주는 골드뱅크, 장미디어, 드림라인, 메디슨, 하우리, 한국정보통신, 새롬기술, 다음커뮤니케이션, 로커스, KTF, 다우기술 등이 있다. 사실상 벤처기업 딱지만 달고 있으면 사업을 가리지 않고 주가가 뛰었다고 보면 된다.
당시 대표주자격이 새롬기술이다. 지금 메쉬코리아 알박기 문제로 이슈가 된 솔본인베스트먼트 모기업인 '솔본'의 옛 이름이기도 하다.
새롬기술은 1993년 설립됐다. 이듬해 PC를 통해 팩를 송부할 수 있는 통신소프트웨어 '팩스맨'을 내놓으며 안정적으로 사업을 꾸려나갔다. 이를 기반으로 1999년 8월 코스닥에 입성했다.
공모가 2300원으로 시작한 새롬기술은 10월까지만 해도 공모가를 밑돌며 힘을 내지 못했다. 그런데 11월 들면서 3만원으로 오르더니 이후 빠른 속도로 주가가 상승했다. 12월에는 10만원을 넘어섰고, 이듬해 2월에는 30만원 고지를 밟았다. 공모가 기준 6개월 만에 130배나 상승했다. 시가 총액으로 보면 3조원까지 불었났는데, 현대자동차를 앞서는 수치였다.
팩스맨이 히트를 치면서 주가가 상승한 것은 아니었다. 새롬기술의 주가상승은 '무료 인터넷 전화'였다. 미국 내 자회사인 '다이얼패드'가 미국 전화회사인 GTE사와 협력해 인터넷으로 국내뿐 아니라 국제 전화까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파격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발표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새롬기술의 이 같은 발표에 대기업들도 구애에 나섰다. 삼성그룹도 그중 하나였다. 삼성그룹은 2000년 1월 새롬기술과 계약을 맺었다. 당시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새롬기술의 무료전화 서비스인 다이얼패드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데 삼성이 협력한다'는 의무사항이 달렸다. 반면 새롬기술에게 별다른 의무사항은 없었다. 그만큼 당시 새롬기술의 위상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새롬기술의 장밋빛 미래는 도래하지 않았다. 인터넷 무료 전화는 기대만큼 사업성이 있지 않았다. 사실상 허상에 불과했다. 새롬기술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새롬기술의 주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한때 30만원을 넘어섰던 주가는 2000년 12월 5500원으로 급락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2003년 7월 새롬기술의 오상수 사장이 1999년에서 2000년 사이에 분식회계를 통해 225억원을 횡령한 혐의까지 밝혀졌다. 그렇게 새롬기술의 벤처기업 신화는 끝이난다.
그후 새롬기술은 2004년 현재의 사명인 솔본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솔본인베스트먼트와 솔본인피니트헬스케어 등을 거느리고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001억원, 영업이익 151억원을 기록하며 역대급 성적을 냈다. 다만 올해 어닝 쇼크를 걱정해야할 처지에 놓였다. 솔본인베스트먼트가 투자한 메쉬코리아가 법정관리행을 택하면서 공정가치 평가 손실이 잡힐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작년말 기준 공정가치 평가액이 206억원인데, 연말 재평가가 이뤄지면 평가액은 0원이 된다. 206억원 전액이 손실로 잡힌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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