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차기 리더는]임추위 향한 당국의 ‘불신’…어떤 후보에 유리할까이복현 원장 “유효 경쟁 아니다”…인물 평가 없이 임추위 압박
고설봉 기자공개 2023-02-03 11:28:01
이 기사는 2023년 02월 03일 08: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금융그룹 차기 회장 선임이 눈 앞에 다가온 가운데 당국 수장들의 시선이 막판 변수가 될 전망이다. 우리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 대한 수장들의 신뢰가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이러한 당국 수장들의 평가는 임추위에 적잖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막판까지 접전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각 후보별 판세를 결정할 최종 변수가 됐다. 현재 2강을 형성하고 있는 후보들에 유리할지, 뒤쫓는 다른 두 명의 후보들에게 역전의 발판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3일 우리금융 임추위는 신현석 우리아메리카 법인장, 이원덕 우리은행장, 이동연 전 우리FIS 대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등 네 명의 후보들을 불러 최종 면접을 실시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1일 임추위는 네 명 후보들에 대한 1차 면접을 실시했다.
네 명의 후보 가운데 임 전 위원장과, 이 행장이 2강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당국 내에서도 관치금융 논란에 대한 부담이 큰 만큼 막판 변수가 생길 가능성도 높아졌다. 신 법인장과 이 전 대표의 역전도 기대해 볼 수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 최근 금융감독원을 중심으로 우리금융 임추위에 대한 불신임이 불거지면서 또 다른 변수가 등장했다. 관치금융 논란에 이어 불공정 이슈가 수면위로 올라오면서 각 후보간 평가에 있어 한층 변수가 커졌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은 더벨과 통화에서 우리금융 임추위에 대해 “공정한 과정이라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임추위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읽힌다. 공정성과 객관성도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이 원장은 “(우리금융 임추위가) 후보자 선정 단계에서부터 현재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 유효경쟁이라고 볼 수 없다”며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지지하지 않는 문제가 아니고 우리금융 임추위 과정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우리금융 임추위는 시작 단계부터 잡음이 많았다. 롱리스트 선정과 숏리스트 선정까지 약 이주일간 진행되고 있는 임추위는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며 진행됐다. 회의 장소와 시간 등 철저히 비밀로 유지됐다. 임추위가 끝난 뒤 짧은 입장이 나오거나 이마저도 생략된 경우도 많았다.
오히려 일부 사외이사들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임추위 내용을 외부로 전파하며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롱리스트 선정 단계에선 후보자 보호를 위해 롱리스트 전면 비공개를 원칙으로 했지만 개별 후보자들에 대한 신상이 외부로 공개되며 초반부터 혼전 양상으로 흘렀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원칙 없이 흐르는 임추위를 두고 금융 당국에서 날선 비판이 제기됐다. 이 원장의 임추위에 대한 지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 원장은 지난 26일 보험업 CEO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금융회장 선출 절차의 객관성에 대한 의문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금융지주 회장 관련 롱리스트(1차 후보)가 어떤 기준과 경로로 작성된 건지, 그중 어떤 방식으로 적격 후보자를 걸러 숏리스트를 만들 건지, 또 그 기준은 무엇인지, 그리고 정량·정성적 평가를 하는 게 선출의 기초일 텐데 과연 이를 위한 적정한 시간이 확보됐는지, 과연 이게 물리적으로 가능한지 등에 대한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지만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 원장과 다소 다른 시각을 보여왔다. 특히 김 위원장은 임 전 위원장이 유력한 후보군으로 부상한 뒤부터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는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 선임 과정을 두고 "주인(지배주주)이 없는 주요 회사의 CEO 선임 절차는 투명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며 원론적인 선에서 입장을 밝혔다.
김 위원장과 이 원장은 서로 다른 시선과 온도로 임추위를 바라보고 있다. 이 원장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려고 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정책에 관치금융 이미지가 씌워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도에 대한 정당성 여부에 대한 발언 수위는 높이고 있지만 특정 후보에 대한 평가는 하지 않고 있다.
이 원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금융권 CEO 인사에 대한 관치금융 차단을 위해 노력해 왔다. 주요 은행 및 금융지주의 경우 낙하산 인사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막상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기재부 및 금융위 출신 강력한 후보들이 전면에 등장해 유력 후보로 부상했지만 결과는 모두 내부 출신 CEO 선출로 귀결됐다.
수출입은행엔 첫 내부 공채 윤희성 행장이, IBK기업은행에도 내부 출신 김성태 수석부행장이 선임됐다. 이번 우리금융 임추위와 가장 비슷한 방식으로 CEO를 선출한 BNK금융그룹도 차기 회장에 빈대인 전 부산은행장이 내정됐다.
우리금융 회장 선출에서도 관건은 유일한 외부 인사인 임 전 위원장이 결국 최종 후보가 될지 여부다. 당국이 직접적인 후보자 평가 대신 임추위 과정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문제삼고 있는 만큼 최종 후보자 선출에 대한 임추위 부담도 커졌다는 평가다.
현재 우리금융 내부에선 완전 민영화가 이뤄진 만큼 내부 출신 CEO 선임 관례가 세워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우리금융 외부에선 라임펀드 사태·횡령 등 내부통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선 파벌에서 자유로운 외부 출신이 선임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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