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 프리뷰]BW 한도 다 쓴 한진칼, 두 배로 늘린다BW 한도 3000억→6000억 증액 예고…우호지분만으로도 통과 가능성
허인혜 기자공개 2023-02-23 08:22:48
[편집자주]
주주총회 안건은 기업의 미래를 담고 있다. 배당부터 합병과 분할, 정관변경과 이사 선임 등 기업의 주요한 결정은 주주총회에서 매듭짓게 된다. 기업뿐 아니라 주주들의 의견을 드러내는 장치이기도 하다. 특별·보통결의 안건들은 주주의 구성에 따라 통과되기도, 반대의견에 부딪혀 무산되기도 한다. 더벨이 주주총회 안건이 불러올 기업의 변화를 분석해보고 주주 구성에 따른 안건 통과 가능성 등을 전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2월 22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칼은 2020년 6월 30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다. 대한항공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3000억원은 한진칼의 BW 발행 '한도'였다.한진칼은 내달 열리는 주주총회에 BW 발행 한도를 두 배로 늘리는 안건을 상정한다. 선례를 고려했을 때 대한항공에 추가 자금 투입 가능성도 점쳐진다. 과거 한진칼의 BW 발행을 두고 주주연합과 갈등이 불거졌던 만큼 통과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진칼 'BW 한도 2배 확대' 예고…대한항공 실탄?
한진칼은 21일 주주총회 소집을 공고하고 내달 22일 개최를 예고했다. 조원태 회장 이사 선임(연임)의 건 등 다섯 개의 의안이 상정된다. 눈에 띄는 안건은 4호 의안인 정관 일부 변경의 건이다. 한진칼은 이사 수 상한 도입과 사채(BW) 발행한도 확대 등 5개의 세부 안건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한진칼은 정관 제16조 '신주인수권부사채의 발행' 항목을 수정할 계획이라고 고지했다. 기존에는 '이 회사는 이사회 결의로 주주 외의 자에게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할 수 있다'는 문장 뒤에 '사채의 액면총액이 3000억원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로 명시돼 있었다. 이 문구를 6000억원으로 교체하겠다는 의미다.
배경으로는 2020년 6월 BW 발행으로 정관상 한도가 소진됐다는 점을 들었다. 또 시장 상황에 따른 회사채 발행의 다양화 검토 목적도 배경으로 설명했다. 한진칼은 긴급한 자금조달이나 사업상 중요한 기술 도입, 연구개발, 생산과 판매, 자본 제휴 등을 위해 BW를 발행할 수 있다고 적었다.
한진칼은 2020년 6월 3000억원 규모의 BW 발행을 결의한 바 있다. BW 발행의 목적으로 한진칼은 1000억원은 채무 상환을, 2000억원은 타법인(대한항공) 증권 취득이라고 명시했다. 대한항공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했는데 여기에 투입될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목표였다.
때문에 이번 BW 발행한도 확대도 대한항공에 자금력을 대기 위한 기초공사일 수 있다. 3000억원의 추가 지원이 가능한 기틀을 마련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을 앞둔 만큼 여유분이 필요했으리라는 해석이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63.9%를 확보하는 데는 약 1조5000억원이 필요하다. 다만 대한항공이 구체적인 자금조달 계획을 내놓지는 않았고, 지난해 호실적으로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성자산도 5조3600억원 가량 쌓아뒀다. 당장은 아니지만 차후를 대비한 선제적 조치로 보인다.
◇BW 발행에 주주연합 갈등 빚은 한진칼, 통과 가능성은
한진칼은 2020년 BW 발행 당시 주주연합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두고 조 회장과 대립했던 3자연합(조현아 전 부사장, KCGI, 반도건설)이 갈등의 당사자다. '한진칼이 발표한 BW 발행은 발행 조건이 투자자에게 유리해 기존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었다.
다툼 이후에도 이 BW는 한진칼과 3자연합의 경쟁에 중요한 패가 됐다. 2020년 6월 발행된 BW는 신주인수권이 부여된 채권으로 모든 투자자가 워런트를 행사하면 한진칼은 초기 행사가 기준(8만2500원) 발행주식 총수의 6.15% 수준인 363만6363주를 발행해야 했다.
활용법에 따라 한진칼에 유리할 수도 있었지만 3자연합에게 좋은 카드가 될 가능성도 있었다. 한진칼도 일부 투자자의 대규모, 혹은 전량 인수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했다. 3자연합이 웃돈을 들여 공세에 나섰고 물량의 33%를 매입하며 지분격차를 확대했다.
때문에 BW 한도를 늘리는 안건은 한진칼에게 또 한번 파고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경영권 분쟁의 불씨는 꺼졌다는 게 시장의 지배적인 평가다. 한진칼이 '백기사' 산업은행을 대상으로 50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조 회장에게 우호적인 지분이 10.66% 늘어나는 결과를 낳았다.
지분으로 판도를 미리 예상하면 어떨까. 한진칼이 BW 한도를 늘리려면 정관을 변경해야 한다. 정관 변경의 건은 특별결의 사안이다.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의 수와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수가 충족돼야 의결된다.
조 회장의 우호지분만 따져봐도 부결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지난해 3분기 말을 기준으로 조 회장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20.18%다. 이중 조현아 전 부사장의 지분 2.06%를 제하면 18.12%가 남는다. 산업은행의 지분이 10.58%, 항공 동맹 등으로 엮인 델타항공의 지분이 14.90%다. 우호주주로 평가되는 LX판토스도 지난해 8월 3.83%의 지분을 사들였다. 사우회 등을 합하면 50%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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