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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인 스토리]자율주행 시대 '숨은 주역' 퓨런티어 전초기지에 가다①성남 본사서 개발성 강한 장비 제조 후 출하, 소프트웨어 개발력이 '핵심 경쟁력'

정유현 기자공개 2023-03-20 08:10:30

[편집자주]

현장에 답이 있다. 기업은 글자와 숫자로 모든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 다양한 사람의 땀과 노력이 한 데 어울려 만드는 이야기를 보고서를 통해 간접적으로 유추해 볼 뿐이다. 더벨은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보고서에 담지 못했던 기업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담아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16일 11: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영화배우 윌 스미스 주연의 '아이,로봇(2004년)'는 인공 지능(AI)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는 미래 시대를 배경으로 전개되는 영화다. 이 영화에서 유명한 장면이 있는데 바로 도망간 로봇을 자율주행차를 타고 추적하는 장면이다. 윌 스미스가 수동으로 운전 모드를 바꾸자 인간보다 기계의 힘을 믿는 동행자가 놀란다. 수동모드로 윌 스미스가 과속을 하는데 앞 트럭과 가까워지자 자동차는 적색 경고를 하고 스스로 속도를 줄여 사고를 피한다.

영화 속 자율주행차는 어떻게 앞에 있는 트럭을 인지했을까. 바로 자동차에 장착된 수십 개의 센싱(Sensing) 카메라 덕분이었을 것이다. 일반 자동차에 달린 후방 카메라처럼 차량 주변의 화상 정보를 운전자에게 단순 전달하는 뷰잉(Viewing)이 아닌 화상 정보를 분석하고 판단하는 기술이다.

자율주행차 확산과 함께 고도화된 기술이 접목된 센싱 카메라 모듈 사업이 각광받고 있다. 카메라는 자율주행차의 감초 역할을 하는 존재다. 기술력 있는 카메라 모듈을 제조한다고 해서 바로 완성차 업체에 공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눈과 달리 카메라는 환경에 따라 오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모든 카메라가 같은 사물을 동일하게 인지해 사고 발생 등을 줄일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를 탑재하는 등의 과정을 거치는 검사를 필수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코스닥 상장사 '퓨런티어'의 장비가 바로 이 같은 작업을 수행한다. 2009년 창업 이후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 장착되는 카메라 제조 라인의 자동화 장비를 개발하고 공급하다 2015년부터는 전장 카메라 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글로벌 전장부품 제조사에 자율주행/ADAS(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 센싱 카메라용 핵심공정 솔루션을 공급하며 작년 2월 코스닥에 입성했다.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에 위치한 퓨런티어 전경

◇성남시 중원구에 뿌리내린 기술 기업, 주요 장비 제조·샘플 테스트 진행

퓨런티어는 장비사이기 때문에 캐파 확장을 위해 대규모 공장을 마련할 필요가 크지 않다. 수백억원에 달하는 시설 투자가 필수적이지 않은 만큼 이익을 내면 고스란히 쌓이는 구조다. 본사 1층에 위치한 장비실과 생산라인에서 기술 집약적인 검사 장비를 제조하거나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 회사의 대표적 장비는 이곳에서 모두 볼 수 있다.

주요 고객사들이 찾아와 카메라 모듈 샘플을 만들거나 환경 테스트 작업도 진행한다. 이방인에게는 꾸밈없이 수수하게 마련해둔 공간으로 보이지만 알고 보면 첨단 기술과 R&D 인력이 모여 퓨런티어와 자율주행차의 미래를 도모하는 '전초기지'인 셈이다.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에서 인간의 삶을 이롭게 하는 미래 기술의 역사가 쓰이고 있다.

주요 장비 스터디 안내를 맡은 윤성민 퓨런티어 상무는 "장비를 만들고 완성되면 출하하는데, 개발성이 강한 설비는 본사인 이곳에서 만든다"고 설명했다.

퓨런티어의 대표 장비는 이미지센서와 렌즈 간의 마이크로미터 단위 최적화 조립으로 카메라의 화상 품질을 극대화하는 '액티브 얼라인'이 있다. 카메라 광학 특성값을 0.12% 편차로 보정하는 '인트린직 캘리브레이션', 개별 카메라 간 인식된 이미지의 편차를 조정하는 '듀얼 얼라인'도 주력 제품이다.

본사 1층에 위치한 장비실에 액티브 얼라인, 인트린직 캘리브레이션 등 주력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커스터마이징 된 장비를 제조하기 때문에 장비실에 있는 장비의 모든 사진 기록을 남기는 것은 어려웠다. 내부 사양이 일부 다를지 모르지만 장비의 핵심 기능은 동일하다. 윗 이미지의 오른쪽에 있는 장비가 바로 인트린직 캘리브레이션 장비다.

렌즈와 이미지센서를 3차원 공간상에서 조립해 뚜렷하고 균일한 화상 품질을 구현하는 장비인 액티브 얼라인을 거친 후 각 카메라 간의 광학적인 편차를 없애 주는 장비다. 차량 주행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센싱 오류를 없애 주는 중요한 공정이자 핵심 장비다.

인트린직 캘리브레이션 장비

윤성민 상무는 "자율주행용으로 활용되는 카메라이기 때문에 카메라가 인식하는 사물이나 상황이 모든 카메라가 동일해야 한다"며 "퓨런티어가 개발하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보정값을 카메라에 넣어 오차가 없이 보정해 주는 설비다"라고 설명했다.

액티브 얼라인 제품의 경우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제작된 파생형 장비도 있었다. 카메라를 조립할 때 본드를 쓰고 UV로 경화해서 조정하는 것이 있고 납땜 방식을 활용하기도 한다. 이 방식은 고객사가 자사의 환경에 맞춰 선택을 한다. 윤 상무는 "납땜과 본드 사용 방식이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며 "납땜은 제조 장비 자체가 비싸다면 본드 사용의 경우 장비는 덜 비싸지만 본드의 가격이 비싸다. 결과적으로 제품의 제조 단가는 큰 차이는 없다"고 말했다.

국내 라이다(LiDAR) 선도 기업인 에스오에스랩과 함께 추진해온 자율주행 라이다 제조공정 및 핵심장비도 개발을 마치고 양산에 들어간 상태다. 라이다 관련 장비를 제조한 것은 기술 선점의 목적이 크다.

윤 상무는 "자율주행차에 라이다가 본격적으로 탑재되지는 않았고 완성차 업계에서 준비를 하고 있는 상태다"며 "에스오에스랩과 개발해 양산한 제품은 고객사가 라이다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샘플을 만들고 공정을 확인하는 용도로 쓰이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신기술이 경쟁력이다' 내건 생산 라인, 고객사의 다양한 샘플 테스트 진행

본사 1층 생산 라인룸의 한켠에 걸려있는 현수막

주요 장비를 둘러보고 다음 방으로 이동했다. 생산 라인이라고 적혀있지만 일반적으로 상상되는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는 라인은 아니었다. 일종의 고객사와의 소통 공간이라고도 볼 수 있다.

특히 고객사가 주로 찾는 것은 환경실험 장비다. 일종의 스트레스 테스트라고 보면 된다. 자율주행차에 카메라가 탑재되면 너무 덥거나, 너무 추운 곳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미리 테스트를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환경 실험은 단순히 카메라 모듈을 극한의 온도에 노출한 후 빼서 확인하는 방식이다. 퓨런티어의 장비는 다양한 환경에서 실시간으로 이 카메라가 성능을 하는지 확인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카메라 모듈 환경실험 관련 장비

윤 상무는 "퓨런티어 입장에서도 주요 고객사의 카메라 성능을 파악해야 설비에 내용을 반영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만든 샘플 장비다"며 "최근에 유명한 차 메이커들이 이 테스트를 원하고 있어서 고객사들이 대응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판매를 목적으로 만든 장비는 아니지만 판매를 할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귀띔했다.

퓨런티어는 장비 업체지만 소프트웨어까지 개발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 중 하나다. 센싱 카메라가 요구하는 기능이 다르고 기술이 계속 바뀐다. 그 기술에 맞춰 필요한 검사가 추가되기 때문에 이에 발맞춰 테스트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윤 상무는"예를 들어 복잡하게 움직이는 반도체 장비의 소프트웨어를 짜는 것도 힘들고 어려운 일이지만, 다른 산업에서도 많이 해왔기 때문에 이력이 있는 회사가 많다"며 "퓨런티어의 주력인 액티브얼라인 장비는 정밀하게 맞추고 검사 설비에서 1mm의 오차도 없게 원하는 데이터를 뽑아내야하는데 이 관련 이력이 있는 곳은 퓨런티어가 거의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드웨어 제작보다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며 "장비에 들어가는 모든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이 퓨런티어의 경쟁력"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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