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사 재무분석]새 선박에 2조 쓴 에이치라인해운, 4조 더 남았다②3년간 CAPEX 연평균 8000억…2026년까지 26척 추가 건조
고진영 기자공개 2023-04-21 07:33:23
[편집자주]
비상장사는 공개하는 재무정보가 제한적임에도 필요로 하는 곳은 있다. 고객사나 협력사, 금융기관 등 이해관계자들이 거래를 위한 참고지표로 삼는다. 숨은 원석을 찾아 투자하려는 기관투자가에겐 필수적이다. THE CFO가 주요 비상장사의 재무현황을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17일 14:17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이치라인해운은 지난 몇 년간 새로운 선박을 연이어 계약에 투입하면서 외형과 현금창출력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다. 다만 선박 확보는 재무적 부담을 가져왔다. 3년간 약 2조원을 투자로 썼는데 앞으로 4년간 다시 배를 짓기 위한 지출이 33억달러 이상 예정돼 있다. 차입규모 역시 유동성과 비교해 다소 무거운 수준으로 확대됐다.◇건조계약 규모 40억달러 육박, 잔여 지출 33억달러
2022년 말 연결 기준으로 에이치라운해운의 CAPEX(자본적지출)는 7970억원을 기록했다. 5년 전 1000억원대에 그쳤는데 2020년부터 급격히 늘었다. 최근 3년 추이를 보면 총 2조3276억원, 연평균 7800억원 규모를 자산 취득에 썼다. 대부분은 선박과 관련된 지출이다.
에이치라인해운은 앞서 2020년 중견 벌크선사 폴라리스쉬핑으로부터 32만5000dwt급 초대형 광석운반선(VLOC) 5척을 인수했다. 애초 폴라리스쉬핑이 척당 7500만달러를 주기로하고 현대중공업에 발주해 건조 중이던 선박이다. 하지만 폴라리스쉬핑이 자금조달을 위해 리세일을 추진하면서 에이치라인해운이 넘겨받았다.
또 기존 화주였던 브라질 철광업체 발레(Vale)와 추가로 운송계약을 맺으면서 뉴캐슬맥스 벌크선 5척을 새로 건조했다. 뉴캐슬맥스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석탄 항만인 호주 뉴캐슬항에 입항할 수 있는 최대 규모 선박이다. 이에 따라 에이치라인이 발레와의 계약으로 운항 중인 선박은 2019년 8척에서 2020년 13척으로 늘었다.
에이치라인해운이 신규수주에 부쩍 열을 올리기 시작한 것은 2019년부터다. 그 전까진 4년간 단 2건을 수주할 정도로 발주 경쟁에서 한 발 물러나 있었다. 한진해운 전용선사업부를 전신으로 출범한 만큼 설립 당시부터 일감이 많았고, 수익성을 극대화하느라 영업인력도 변변치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9년 기업공개(IPO)를 검토하면서 성장동력 확보에 적극적 태세로 전환했다.
덕분에 아직 개시되지 않은 신규수주 계약도 26건이 남아 있다. 계약에 투입할 선박에 대해선 현재 건조계약을 맺고 있으며, 규모는 총 39억4470만달러에 이른다. 이중 6억달러 정도를 이미 썼고 남은 지출 예상금액은 2026년까지 33억1780만달러, 한화로 4조3500억원 수준이다.
◇급증한 차입, 대부분 용선계약 '연불매입채무'
수년간 투자확대 기조가 이어진 만큼 차입도 증가했다. 설립 이후 쭉 1조원대였던 총차입금이 2020년 2조원을 돌파, 지난해는 3조4759억원까지 늘어났다. 이자비용 역시 작년에 처음 1000억원을 넘었다. 시장성 조달은 하지 않고 있으며 대부분은 연불매입채무로 이뤄졌다. 사실상 선박의 할부 매입으로 볼 수 있는 부채다.
차입금 구성을 구체적으로 보면 단기차입은 우리은행과 한국예탁결제원 등에서 빌린 1224억원 뿐이다. 또 8020억원은 탈황선비금융, 운전자금대출 등의 명목으로 장기차입했다. 가장 비중이 큰 나머지 2조4680억원이 국적취득조건부나용선계약(BBCHP)에 따른 연불매입채무로 채워져 있다.
BBCHP 계약의 경우 용선자(에이치라인해운)가 용선료를 선박대금과 함께 할부 방식으로 지불하다가 용선 기간이 끝나면 선박을 취득한다. 에이치라인해운은 'BRILLIANT' 등 선박별로 특수목적기업(SPC)를 세워 BBCHP 계약을 맺고 있다. SPC 수는 54개에서 지난해 64개로 10개가 많아졌다. 연불매입채무 중 약 1600억원을 올해, 약 2000억원을 내년, 약 3900억원은 2025년에 갚을 예정이다. 나머지 1조7400억원은 2026년 이후 상환한다.
연불매입채무와 장기대출이 대부분이다 보니 차입구조는 좋은 편이다. 유동성 부채로 전환한 장기차입과 연불매입채무를 포함해도 1년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은 2022년 연말 기준 5350억원으로 비중이 작았다. 총차입금(3조5000억원)의 15.4% 수준이다.
다만 장기화된 차입구조를 감안해도 유동성이 넉넉하다고 보긴 어렵다. 지난해 연말 에이치라인의 현금성자산은 120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영업활동현금흐름이 2986억원을 기록, 3년새 1000억원 이상 증가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투자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영업현금을 웃도는 돈을 선박 확보에 썼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잉여현금흐름은 작년 말 마이너스(-)4989억원을 나타냈으며 5년째 적자 기조다. 회사 측에서도 2021년 중고선을 팔아 1000억원을 확보하는 등 유동성 유입에 신경쓰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에이치라인해운은 선박 건조에 들어갈 투자금액이 수조원 남아 있기 때문에 당분간 차입규모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하지만 새로운 선박을 계약에 투입하면서 현금창출력도 확대될 수 있고, 2026년 이후론 투자부담도 줄어들 전망"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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