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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CB 프리즘]'증액 발행' 성공 예스티, 차세대 장비 '투심 자극'① '고압 어닐링 장비' 양산 가시화 높은 점수, 오버부킹 달성으로 350억 조달

정유현 기자공개 2023-04-21 08:08:27

[편집자주]

전환사채(CB)는 야누스와 같다. 주식과 채권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지배구조와 재무구조에 동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CB 발행 기업들이 시장에서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고 이유다. 주가가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더 큰 경영 변수가 된다. 롤러코스터 장세 속에서 변화에 직면한 기업들을 살펴보고, 그 파급 효과와 후폭풍을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19일 15: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반도체 장비회사 예스티가 전환사채(CB)를 발행해 350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한다. 지난 1월부터 신기술투자조합을 통한 모집을 준비했지만 금리 상승 등 시장 상황과 맞물리며 LP(기관 출자자)모집이 쉽지 않았다. 자산운용사도 참여할 수 있도록 조달 루트를 바꾸면서 투자자 모집에 성공한 모습이다.

특히 지난해 알짜 자회사를 매각한 영향에 투자 매력이 낮다고 판단했던 투자자들은 IR을 통해 예스티의 차세대 반도체 장비 준비 상황을 듣고 높은 점수를 줬다. 이에 따라 수요예측에서 오버부킹을 달성하며 기존 계획보다 100억원이나 늘려 발행에 나섰다. 예스티는 조달받은 자금으로 채무 상환과 동시에 고압 어닐링 장비 등의 양산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LP 모집 난항에 조달 방향 선회, 약 30여곳 투자 참여 '증액 발행'

예스티는 지난 17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350억원 규모 6회차 사모 전환사채 발행을 결정했다. 쿠폰 금리는 0%, 만기 금리는 5%로 책정했다. 만기는 5년 후인 2028년 4월 19일이다. 이번 CB투자는 신기술투자조합과 증권사, 저축은행, 헤지펀드 운용 사 등 약 30곳에 가까운 기관이 인수에 나선점이 주목된다.


예스티는 올해 1월부터 CB 발행을 준비했다. 당초 250억원 규모로 신기술투자조합과 증권사 고유계정 중심으로 태핑(수요 조사)에 나섰다. 조합으로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기관 출자자(LP)들도 모집해야하는데 당시 금리 인상시기와 겹치는 등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LP모집이 쉽지 않았던 예스티는 헤지펀드 운용사 등이 참여할 수 있게 투자 방식을 바꿨다.

이후 다수의 기관 투자자 대상 IR 행사를 진행했다. 이번에 예스티 CB 투자에 참여한 기관의 목록만 봐도 메자닌 투자에 잔뼈가 굵은 운용사가 대거 참여했다. 행사가 시작되기 전 까지만 해도 메자닌 펀드 매니저들은 예스티의 투자 매력을 낮게 평가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IR 행사 후 예스티의 성장 가능성을 점친 투자자들이 몰렸고 결과적으로 발행 금액이 350억원으로 확대됐다.

투자 매력이 낮았다고 봤던 것은 지난해 알짜 자회사 ‘예스파워테크닉스’를 SK에 매각했기 때문이었다. 예스티의 전기차 사업의 핵심 기지로 꼽혔던 계열사를 처분하면서 미래 성장동력 상실에 대한 우려로 지난해 주가의 변동성이 커지기도 했다.

업사이드 포텐셜(성장 잠재력)이 크지 않았다고 판단했지만 현재 예스티가 준비 중인 고압 어닐링 장비가 내년께 양산이 시작될 것으로 보여 기대감이 높아졌다. 고압 수소 어닐링 장비는 고유전율(하이K) 절연막을 쓰는 반도체 소자의 계면특성을 개선하는 장비다. 최근 메모리 장비 분야로도 적용이 되며 고객사에 공급을 시작하면 신규 매출원이 발생한다.

최근 예스티는 고압 어닐링 장비에 대해 알파기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베타기 테스트를 위한 자체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이후 고객사가 베타기 장비를 반입해 공정평가를 진행하면 검증을 거쳐 장비를 상용화 시킬 수 있다.

투자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알짜 자회사 매각으로 투자 매력이 낮다고 보고 있었는데 IR 행사 후 고압 어닐링 장비 등의 준비 상황 등을 듣고 기관들의 반응이 좋았고 다수가 참여하며 발행 금액도 늘어난 것이다”며 “이 장비의 테스트 후에 양산을 시작하면 신규 매출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전반적으로 회사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5회차 CB 콜옵션 행사 우선, 차세대 장비 원재료 매입 등에 활용

예스티는 확보한 현금으로 일부 채무를 상환하고 네오콘 장비와 PCO 장비 수주 확대에 대비한 원재료 매입에 활용한다. 채무 상환건은 2021년 200억원 규모로 발행한 5회차 전환사채의 풋옵션(조기상환권)을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다.

풋옵션 개시일은 다음달 14일이다. 전환가 리픽싱으로 1만1804원으로 내려갔지만 현재 주가가 이보다 낮은 상태기 때문에 조기상환 청구를 준비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같은 날 행사 기간이 만료되는 콜옵션(매도청구권)대응도 준비한다. 5회차 CB에 콜옵션은 100억원(50%)이 걸린 상태다.

5회차 CB의 콜옵션 보유자는 장동복 대표로 명시됐었는데, 최근 이 계약을 수정해 장동복 대표 혹은 장동복 대표가 지정하는 자가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변경했다는 것이 예스티 측의 설명이다. 6회차 CB를 발행해 조달받은 금액으로 발행사인 예스티가 주체가 돼 CB의 콜옵션을 일부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장동복 대표도 콜옵션을 일부 행사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예스티 관계자는 “네오콘과 PCO 장비는 이미 양산을 하고 있고 작년 하반기부터 물량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며 “고압 어닐링 장비도 파이널 공정을 마치면 양산에 들어갈 수 있고 신규 매출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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