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분 신사업 점검]마이너스 부채비율 '이익잉여금 8283억' 넘치는 곳간③'현금성자산' 부채총액 초과, B2B로 실탄축적 M&A 정조준
김선호 기자공개 2023-06-16 08:28:12
[편집자주]
'곰표' 밀가루로 알려진 대한제분의 오너 3세 이건영 회장이 신사업 추진을 통한 재도약 밑그림을 짜고 나섰다. B2B의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바탕으로 B2C로 진화를 모색하고 있다. 펫·카페에 이은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신규 사업에 승부를 띄웠다. 제2도약을 이끌고 있는 핵심 경영진 현황과 미래 사업전략을 살펴보고 유동성 현황을 진단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14일 15: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제분의 재무제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사항은 부채비율이다. 차입금 등 부채가 있지만 보유한 현금성자산이 더 많기 때문에 올해 1분기 기준 부채비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는 신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발판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대한제분은 올해 1분기 사업보고서상 순부채가 마이너스(-) 23억원을 기록했다. 순부채가 마이너스(-) 금액이기 때문에 부채비율을 별도로 산정하지 않았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기타금융자산(4059억원)이 부채총액(4036억원)을 넘어섰다.
그만큼 보수적인 기조를 이어나가면서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기존 B2B 사업을 통해 유입된 현금을 누적시키면서 현재 누적된 이익잉여금만 8783억원에 달했다. 이를 기반으로 신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든든한 M&A 추진 발판, 다시 현금 축척
대한제분의 주요 사업영역은 크게 제분·소맥분 판매, 사료제조·판매, 하역·창고보관, 반려동물서비스, 음식·소매업으로 구성된다. 그중 본업인 제분·소맥분 판매는 대한제분에서 진행하고 나머지는 종속기업에서 맡아 운영하고 있는 형태다.
이를 기반으로 연결기준 매출은 지난해 1조3682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3.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73.4% 증가한 433억원을 기록했다. 그중 별도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3.8%과 49.8% 비중을 차지한다. 대부분의 수익이 제분·소맥분 판매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수익구조는 대한제분이 외부 자금조달을 최소화하고 자체 현금으로 신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제공했다. 2012년 카페·베이커리 전문점 ‘아티제’를 운영하는 보나비, 2019년 펫사업을 진행하는 대산앤컴퍼니를 인수했지만 재무 부담이 없었던 이유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 추이를 살펴보면 2020년에는 영업활동·재무활동 현금흐름을 통해 1조원에 달하는 곳간이 채워졌다. 이후 투자활동 등으로 인해 지난해 말 기준 8679억원으로 축소됐지만 올해부터 다시 자금을 채워 넣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2021년 건강기능식품 헬스밸런스를 인수하기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 에이치앤드비에 100억원, 2022년에 식자재 수입 유통사업을 진행하는 쉐프스푸드 지분 100% 취득에 570억원이 투입됐지만 부채비율은 지난해 2.94%에서 오히려 올해 1분기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곰표 밀맥주 제조사 '세븐브로이→제주맥주'
대한제분은 올해 초 곰표 브랜드를 활용한 대표 상품인 밀맥주 제조사를 세븐브로이에서 제주맥주로 변경했다. 상표권 계약이 3월 31일에 종료됨에 따른 조치이지만 같은 상표의 제품 안에 세븐브로이가 아닌 제주맥주가 생산한 맥주로 바뀐다는 점이 리스크다.
세븐브로이는 이에 대응해 호랑이가 그려진 '대표 밀맥주'를 출시했다. 이로 인해 기존 곰표 밀맥주의 매출이 나뉘어지거나 소비자 혼란이 생길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소비자로서는 상표에 대한 충성도와 익숙한 맛에 대한 기로에 서게 된 셈이다.
이러한 리스크를 안으면서도 대한제분이 제조사를 바꾼 배경에는 곰표 로열티 수익이 작용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대한제분이 경쟁 입찰을 진행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주맥주 측이 로열티를 세븐브로이보다 높게 제시했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사실상 곰표 브랜드가 소비시장에서 주목을 받으면서 B2C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하기는 했지만 대한제분의 주요 사업이나 현금창출단위로 인식되기에는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사업보고서에서도 브랜드 혹은 로열티 수익이 기재돼 있지 않다.
그동안 추진했던 펫과 커피·베이커리 신사업을 추진한 종속기업 우리와와 보나비에 결손금이 누적됐다는 점도 아쉬운 지점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차원에서도 곰표 브랜드 사업과 고급 식자재 유통 사업에서는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수익 구조가 완성되어야 추가적인 인수합병(M&A) 등을 추진할 것으로도 관측된다. 대한제분의 이전 재무기조를 볼 때에 대부분 축적한 현금으로 인수 작업이 이뤄졌다. 그만큼 안정적인 이익을 창출하면서 부채 부담 없이 신사업을 탑재했다는 의미다.
대한제분 관계자는 "경쟁 입찰에 따라 최종 밀맥주 생산처를 세븐브로이에서 제주맥주로 변경한 것"이라며 "곰표 브랜드가 지닌 '밀'이라는 본질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이와 연관된 상품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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