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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부장 신사업 체크]'확장본능' 송동춘 피제이메탈 회장의 제2 승부처②1983년 이후 8차례 M&A로 성장, 폐배터리에 마지막 베팅…후속 인수합병 가능성도

조영갑 기자공개 2023-06-26 08:02:56

[편집자주]

기업의 신사업 진출 또는 전환 결정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주식시장에는 활력을 안겼다. 그러나 일명 '테마주'에 편입돼 실제 기업가치와 무관한 변동성으로 피해 우려를 키우기도 했다. 개인 투자자는 크게 늘었지만 정보 부족으로 시장에서 소외되는 형상을 보이기도 했다. 더벨은 신사업에 출사표를 던진 상장사의 진출 배경과 역량, 성과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22일 15: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알루미늄 탈산제, 빌렛 생산 기업 '피제이메탈'이 폐배터리 리싸이클 신사업 진출을 공표한 가운데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송동춘 회장의 행보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간 M&A(인수합병)를 통해 비철금속 시장에서 굴지의 기업집단을 일군 송 회장이 이번에는 인수 방식이 아닌 신설법인 출자 방식으로 승부수를 띄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싸이클링 시장에 다소 늦게 뛰어들었기 때문에 역량강화를 위한 후속 M&A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피제이메탈은 최근 출자한 신설법인 피제이이앤에스를 중심으로 폐배터리 리싸이클링 사업의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오성염 신임 대표이사를 선임한 데 이어 기업집단 내 주요 인력들을 배치하면서 사업수행을 준비하고 있다. 오 대표는 약 30년 간 현대제철에서 근무한 철강 전문가로, 유해 폐기물에서 천연자원을 추출하는 리싸이클 기업 글로벌스틸더스트코리아(GSDK) 대표이사를 끝으로 피제이이앤에스에 합류했다.

갓 설립된 피제이이앤에스는 자본금 100억원을 밑천으로 비철금속 제련사업 및 2차전지 폐배터리 리싸이클링 사업을 수행할 예정이다. 풍전비철 기업집단의 유일한 상장사인 피제이메탈이 51억원을 출자해 51%의 지분을 확보했고, 기업집단 지주사격인 풍전비철이 29억원(29%), 관계사 화창이 20억원(20%)을 출자했다. 기업집단의 핵심 계열사들이 공동으로 출자한 만큼 향후 지속적인 사업, 재무적 지원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피제이이앤에스가 진입을 노리고 있는 폐배터리 리싸이클(재활용) 사업은 대표적인 순환경제 영역이다. 2차전지의 수명은 약 5년에서 10년 수준이다. 해당 기간이 넘으면 배터리를 폐기하고, 새 제품으로 교체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폐기되는 배터리가 자연상태에 방치될 경우 비철, 중금속 등의 오염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폐배터리를 분쇄해 핵심 원료(희유금속)를 추출하면 새 원료로 가공, 공급할 수 있다.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 구리 등이다.

본격적인 전기차 양산, 보급이 2020년 경이라고 할 때 당장 2025년부터 배터리 교체 연한이 도래한다. 지난해 말 기준 전기차 보급대수가 약 40만대임을 감안하면, 최소 수만 개 이상의 폐배터리가 내후년부터 쏟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피제이메탈은 알루미늄 캔, 알루미늄 퍽(칩 압축품), 알루미늄 판재 등을 주 원료로 알루미늄 탈산제를 생산하는 리싸이클링 기술을 보유한 회사다. 폐배터리 등에서 나오는 희유금속 리싸이클링 사업을 피제이이앤에스를 통해 영위하겠다는 복안이다.

업계에서는 송동춘 풍전비철 회장(피제이메탈 회장 겸직)이 '2차전지' 사업을 마지막 승부처로 설정했다고 입을 모은다. 1983년 풍전금속공업사를 설립해 국내 최대의 알루미늄 합금 생산 기업집단을 일군 송 회장은 관련업계 내에서 탁월한 M&A 승부사로도 정평이 나있다.

1997년 피제이알텍을 인수해 실리콘, 마그네슘 합금 사업을 키운 데 이어 2002년 피제이켐텍을 인수, 자동차 타이어 수명을 늘리는 고무 강화제 사업에 진출했다. 2016년에는 재활용 납 생산 업체 화창을 인수해 비철금속 리싸이클링 시장에도 안착했다. 알루미늄 합금을 시작으로 유관(organic)사업을 엮는 방식으로 외연확장을 거듭해 왔다.

이번 피제이이앤에스 설립이 눈에 띄는 까닭은 8차례 인수합병을 거듭하면서 인접사업에 진출한 것과 달리 직접 출자를 통한 법인신설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금속업계 내에서는 "이익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비철금속 사업 대신 마진율이 매우 우수한 리싸이클링 사업에 승부수를 띄운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피제이메탈의 경우 원재료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지난해 이익률이 3.86% 수준에 그쳤다. 2021년에는 10.23%였다.

신설법인 자본금 규모를 100억원으로 맞추고, 전액 자기자본 출자한 것은 송 회장 나름의 베팅으로 보인다. 여기에 피제이메탈의 피제이이앤에스 지분율을 51%로 맞춘 것 역시 외부 참여나 투자유치 없이 자체적으로 경영 및 사업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공표한 거라는 분석이다. 송 회장은 신설법인을 통해 궁극적으로 알루미늄 비철금속 제련, 생산에 이어 희유금속 리싸이클 사업을 붙여 '원형' 밸류체인을 구축하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다만 폐배터리 물량 확보가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다수의 경쟁사들이 배터리 교체 연한에 대비, 주요 배터리사들과 사업협약을 맺은 상황이라 후진입한 피제이이앤에스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좁다는 이야기다.

현재 국내 폐배터리 리싸이클링 주요 기업은 성일하이텍, 에코프로CNG, 포스코HY클린메탈 등이 있다. 성일하이텍은 SK이노베이션, 에코프로CNG는 SK온과 미국 어센드 엘리먼츠, 포스코HY클린메탈은 포스코홀딩스 등과 손잡고 폐배터리 리싸이클링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폐배터리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송 회장이 후속 M&A에 나설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규모의 경제 영역이기 때문에 덩치를 키우지 않으면 승산이 없다는 판단이 풍전비철 기업집단 내부에서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상장한 '새빛켐'과 유사한 비철금속 리싸이클링 비상장사를 대상으로 장기적으로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말 풍전비철의 이익잉여금 1700억원, 피제이메탈 367억원, 화창 412억원 등 실탄은 충분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피제이메탈 관계자는 "아직 사업초기 단계라 아무것도 확정된 것이 없다"면서 "다만 리싸이클링 사업 확대를 위해 모기업(풍전비철)을 비롯해 관계사들이 지속적으로 신설법인에 대한 지원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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