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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은 지금]투자부담 큰데 실적 부진...재무건전성 '경고등'①작년 대규모 적자에 차입금 2.6조 늘어...올해도 6.4조 투자 예고

정명섭 기자공개 2023-06-26 07:27:47

[편집자주]

롯데그룹의 신용위험이 현실화됐다. 그 중심에는 주력 석유화학 계열사 롯데케미칼의 부진이 자리잡고 있다. 업황 부진으로 실적이 저조한 상황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규모 투자가 집행되면서 재무부담이 커졌다. 그동안 보여준 보수적인 재무정책과 정반대의 기조다. 올해 실적 개선 가능성도 불투명하다. 신용평가사들은 롯데케미칼이 단기간 내에 재무안전성을 개선하기 어렵다고 본다. 더벨은 롯데케미칼의 현 상황과 풀어야 할 과제들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22일 15: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국내 신용평가 3사가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이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떨어졌다. 작년 11월 'AA+(안정적)'에서 조정을 받은 지 약 7개월 만에 추가 하향이다. 롯데케미칼의 등급 하락은 핵심 계열사의 등급을 잇따라 떨어트리는 결정적인 트리거가 됐다.

사업 경쟁력 강화를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고 있지만 업황 부진으로 현금창출력이 크게 떨어져 차입 부담이 늘어난 탓이다. 올해도 6조원 이상의 투자가 예고돼 이른 시일 내에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2022년부터 급격히 커진 재무부담...업황 부진·대규모 투자 겹쳐 차입 늘어

롯데케미칼의 재무상태는 2021년 전후로 극명하게 갈린다. 2021년까지만 해도 연간 3~4조원대 현금과 금융상품을 보유했고 매년 약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어 차입부담이 크지 않았다. 실제로 롯데케미칼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총차입금 규모를 관리해왔다.

빚이 급격히 불어난 시기는 2022년 들어서다. 신규 설비 구축과 증설 등 8개 프로젝트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자본적지출(CAPEX)이 크게 늘었다. △인도네시아 석유화학단지 건설 사업(투자액 6395억원) △GS에너지 합작 신규사업(1632억원) △전기차 전지 전해액 유기용매 설비 투자(1160억원) △산화에틸렌유도체(EOA) 대산공장 증설(741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10월엔 동박 업체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결정하면서 2조7000억원의 인수대금이 필요했다. 같은 기간 유동성 위기를 겪은 롯데건설에 대한 자금 대여로 5000억원을 지출했고 이 회사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876억원이 추가 투입한 것도 재무부담을 키운 요인이다.

2020년과 2021년에 각각 7800억원대 수준이던 자본적지출(CAPEX)은 2022년에 2조5867억원으로 약 3배 뛰었다.

이는 차입금 증가 규모와 유사하다. 2021년 말 기준 3조6658억원이던 총차입금은 2022년 말 6조3247억원으로 약 2조6500억원이나 늘었다. 2019년 말과 2020년 말에 총차입금이 각각 3조6316억원, 3조3736억원이었던 점을 비교하면 매우 큰 폭의 증가다. 2021년까지 마이너스였던 순차입금은 작년 말에 2조6045억원까지 늘었다.

총차입금 중 1년 내 갚아야 하는 단기성차입금 비중은 약 62%(3조9176억원)다. 올해 거센 상환 압박에 직면할 것이란 얘기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은 2020년 말 41.4%에서 꾸준히 올라 작년 말에 55.1%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차입금 의존도는 17.4%에서 23.6%까지 늘었다.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의 절대적인 수치만 보면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문제는 투자할 곳은 늘어난 데 비해 현금창출력이 급격히 악화했다는 데 있다.

2021년 하반기 들어 주요 제품 원료로 사용되는 나프타(납사) 가격이 상승하는 동시에 수급 악화가 발생하는 등 석유화학 업황이 부진했다. 2022년 들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과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조치, 금리 인상 여파로 전방 수요가 위축됐다.

결국 롯데케미칼은 2022년 2분기에 적자전환했다. 작년 연간 영업적자 규모는 8710억원에 달한다. 2021년 영업이익이 1조487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충격적인 성적표다. 롯데케미칼이 연간 영업적자를 기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1분기에도 262억원의 적자를 내 4개 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재무 커버리지 지표인 순차입금/EBITDA(상각전영업이익)는 2021년 말 0.1배에서 2022년 말 13.7배까지 올랐다. 이는 현금과 연간 EBITDA로 차입금을 다 갚는데 13.7년이 걸린다는 얘기다. 나이스신용평가의 경우 이 지표가 5배를 지속적으로 초과할 경우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검토한다.


◇ 올해 CAPEX 6.4조 예고..."단기간 내 재무건전성 확보 어려울 듯"

올해 1분기 순차입금/EBITDA는 4배로, 지표가 개선되긴 했으나 당분간 과거 수준으로 개선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금창출력 개선 속도보다 투자부담이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CAPEX로 6조4000억원을 책정했다. 이는 기존 가이던스(4조원)보다 2조4000억원 증가한 수치다. 6조4000억원 중 2조9000억원은 이미 1분기 중에 사용됐고 2조원은 인도네시아 라인프로젝트에 투입될 예정이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1월에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자산 유동화 등으로 현금을 확보하고 있지만 예정된 투자 규모로 봤을 때 차입부담 증가는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2분기부터 계절적 성수기에 진입해 수익성이 점진적으로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1분기 중 인수를 완료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실적이 2분기에 연결 손익에 반영되는 점도 호재다.

서경훈 롯데케미칼 전지소재사업단 사업전략담당(상무)는 지난달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2분기 계절적 성수기 진입, 동종사 정기보수 등으로 전분기 대비 공급 부담이 상당 부분 완화되며 올해 하반기부터 점진적 수익 회복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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