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 부실 점검]50년간 이어진 부처 논란…지역·정치 영향력에 '한계'④행안부에서 금융위로 감독기구 변경 논의…금감원 인력 확보도 과제
김형석 기자공개 2023-07-20 07:37:07
[편집자주]
새마을금고가 위기를 맞았다. 부동산 시장이 냉각하면서 부실 경고등이 켜졌다. 부동산 부실은 모든 금융사에 공통적으로 닥친 문제다. 하지만 유독 새마을금고에서만 부실이 빠르게, 강도높게 나타났다. 무분별한 부동산 대출, 지역조합에 대한 장악력 부재, 느슨한 규제 감독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더벨은 새마을금고의 부실 현주소를 진단하고 향후 해결 방안을 모색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9일 08: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새마을금고의 주무부처 이전 논의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최근 불거진 새마을금고 부실 원인이 금융 전문성이 부족한 행정안전부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새마을금고 주무부처 이관은 정치권에서 적극적이다. 과거 행안부와 금융위원회의 미지근한 이전 논의와는 분위기가 다르다.하지만 여전히 걸림돌은 있다. 지역 금고들이 금융당국으로 감독권이 넘어가는 것에 여전히 반감이 크기 때문이다. 일부 금고 이사장들은 금고에 대한 감독 강화가 자칫 지역 금고의 운영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관을 받는 금융위 역시 부담은 크다. 280조원 규모의 금융기관을 추가로 감독하기 위해서는 기존 인력으로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앞서 정부에서 상호금융 감독인력 확대 요구를 거부한 경우도 있었다.
◇ 국회, 15년째 새마을금고법 개정 공전
새마을금고 건전성 부실을 계기로 국회를 중심으로 새마을금고의 주무부처를 행안부에서 금융위로 이관하는 법안이 발의되고 있다.
국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새마을금고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 발의자로는 강병원 의원을 비롯해 홍성국, 임호선, 오영환, 김한규, 민병덕, 고영인, 이정문, 권칠승, 박재호, 유동수, 김종민 등 12명이 포함됐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도 이와 비슷한 내용의 관련법안을 오는 9월까지 발의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들 법안은 새마을금고의 신용사업 감독권을 행안부에서 금융위로 이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에는 현재 행안부 협의 대상인 금융위가 직접 새마을금고를 감독하고 필요한 명령 및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권한을 명시했다.
새마을금고의 감독권 이관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은재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009년 관련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하지만 법안을 논의해야 하는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도 못한 채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후에도 여러차례 법안이 올라왔지만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다.
관련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데에는 지역 이사장들의 반발 때문이다. 새마을금고의 지역 금고 수는 1294개, 거래자수는 2000만명에 달한다. 특히 새마을금고 이사장의 평균 재직 기간은 10년이 훌쩍 넘는다.
새마을금고법에 따르면 이사장은 3연임(최대 12년)까지만 허용한다. 하지만 중임 제한이 없어 3연임 후 퇴임한 뒤 새로 이사장직을 맡을 수 있다. 현직 박차훈 새마을금고중앙회장도 1997년부터 2018년 중앙회장 당선돼 사임하기까지 21년간 동울산새마을금고 이사장을 지냈다. 각 금고의 이사장은 해당 지역의 핵심인사 내지 지역 유지로 통한다.
여기에 다수의 지역 이사장이 해당 기초단체 의원을 겸하고 있어 지역구 국회의원과의 밀접한 관계를 수년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내년 4월 실시하는 22대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현직 국회의원들은 지역 금고 이사장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다.
의원실 한 관계자는 "평균 재직 기간이 10년을 훌쩍 넘는 새마을금고 이사장은 지역구에서 핵심 인사들"이라며 "총선을 앞둔 국회의원 입장에서는 이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행안부-금융위 이관 갈등 50년
새마을금고를 두고 행안부와 금융위 간의 대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행안부와 금융위는 지난 50년간 지속적으로 새마을금고 관할을 두고 지속적으로 충돌해왔다.
1963년 출범한 새마을금고는 1970년대 들어 새마을운동의 역점사업으로 지원을 받았다. 새마을운동을 주도한 부처는 현재의 행안부인 내무부다. 하지만 1972년 신용협동조합법을 제정 당시 새마을금고 신용사업은 재무부(현 금융위) 소관이었다. 새마을금고와 신협의 관리 감독을 규정한 해당 법안 84조에 따르면 재무부 장관은 조합 및 연합회(새마을금고중앙회)를 감독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다만 새마을금고 및 마을금고연합회의 신용업무 이외의 업무에 관하여는 내무부 장관이 재무부 장관과 협의하여 감독한다고 정했다. 재무부 장관은 지금은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1998년 금융감독위원회가 출범한 뒤 기재부에서 하던 금융 업무 일체는 금융위로 넘어왔다. 내무부 장관은 지금은 행안부 장관이다.
1983년 새마을금고법 제정 때에는 내무부와 재무부의 입장이 바뀌었다. 새마을금고법 제정안 34조는 새마을금고 및 연합회는 내무부 장관이 감독한다고 명시했다. 다만, 신용사업에 대하여는 내무부 장관이 재무부 장관과 협의하여 감독한다고 규정했다. 새마을금고에 대한 주 감독권이 재무부에서 내무부로 넘어간 셈이다.
새마을금고 관할 부서가 내무부로 넘어간 데에는 내무부의 반발 때문이었다. 두 부처는 서로 자기가 새마을금고를 관할하려 했다. 이후 신용사업은 재무부, 조직·운영·관리 등 전반적인 업무는 내무부 소관으로 하려던 조정은 실패했다. 결국 주무부서 자리는 내무부가 차지했다. 내무부의 요청 시에만 재무부가 신용사업 감독을 할 수 있는 규정은 이후 '행정안전부 장관이 금융위원회와 협의하여 감독한다'로 부처 이름만 바뀌었다.
◇ 인력충원 실패한 금융위 새마을금고 이관 부담
과거 새마을금고를 관할 부서를 포함시키려 한 금융당국의 입장은 현재 180도 바뀌었다. 금융당국이 새마을금고 감독권 확보에 부정적인 데는 인력 확보 부담이 크다. 당장 전국 1294개의 개별 금고를 갖고 있는 새마을금고를 감독·검사하기에는 현재 금융당국의 인력으로는 벅차기 때문이다.
금융위 내에서 상호금융 감독을 맡고 있는 곳은 중소금융과의 인력은 7명이다. 이는 행안부 내 새마을금고를 관리감독하는 지역금융지원과 직원(14명)의 절반 수준이다.
물론 금융위는 검사를 전담하는 금융감독원 인력도 향후 활용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 상호금융국은 상호금융총괄팀과 건전영업감독팀, 검사기획팀, 상시감시팀, 검사1·2·3팀이 있다. 이중 검사1팀과 2팀은 각각 신협과 농협을 전담한다. 검사3팀은 수협·산림조합 등 기타 상호금융기관 검사와 새마을금고 검사지원을 맡는다. 새마을금고의 자산규모가 신협의 1.5배 수준이다. 금융위가 새마을금고 감독권을 이관받을 경우 금감원 상호금융국 재편과 인력 충원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금융위와 금감원 인력 확충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위의 경우 지난해 정부에 인력 확충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금융위는 2022~2026년 인력운영계획에 따라 올해 95명의 인력 증원을 요청했지만 증원된 인력은 없었다. 이중 금융위는 지역상호금융업권 및 공제조합 감독 강화 인력(6명)도 요청했었다.
금감원 인력 확충도 쉽지 않다. 이미 지난 5월 검사인력을 30% 대거 늘린 만큼 추가 인력을 요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금감원은 지난 5월 SG증권사태를 이유로 특별조사팀과 정보수집전담반, 디지털조사대응반 등 관련 인력을 70명에서 95명으로 늘렸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신협보다 1.5배 큰 새마을금고를 감독하기 위해서는 인력 확충이 필요하지만 정부가 이를 받아들여줄지는 미지수"라며 "결국 인력 충원 없이 새마을금고를 이관받을 경우 관리·감독 부실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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