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인더스트리의 변신]수소 대신 '이차전지 소재', 필승 전략은①선두 없는 리튬메탈 음극재 시장 노크...고체 전해질 R&D도 개시
정명섭 기자공개 2023-08-04 07:39:30
[편집자주]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첨단소재기업으로 한 발 나아가고 있다. 주력 사업인 타이어코드와 아라미드, 석유 수지 등에 더해 이차전지 소재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다. 다년간 투자해온 수소차 소재 사업은 주춤한 상황이다. 이차전지 분야는 당장 본업과 접점이 없지만 유망 기업 투자와 R&D 확대, 제조 노하우 결합 등으로 차세대 이차전지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겠다는 목표다. 더벨은 사업 다각화를 준비하는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현 상황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01일 17: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3년간 코오롱인더스트리(이하 코오롱인더)의 주가 흐름을 보면 두 시기에서 특이점을 볼 수 있다. 바로 2021년 9월과 현재다. 공통점은 모두 신사업이 부각돼 주가가 크게 올랐다는 점이다.2021년 9월은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한 수소차 소재 부문이 주목받았다. 2020년 초 2만~3만원대에서 움직이던 주가는 한때 11만4500원(24일 고가)까지 올랐다. 이는 코오롱인더 창사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전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한 축으로 수소를 내세우면서 수소연료전지 소재를 개발해온 코오롱인더는 조명을 받았다. 글로벌 수소차 선두주자였던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넥쏘에 수분제어장치를 공급한 이력 덕에 수소산업 발전의 수혜 기업으로 큰 기대를 모았다. 시장만 커지면 성장은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정부 주도의 수소경제는 정권이 바뀌면서 동력이 꺼졌고 코오롱인더의 주가도 하락 국면에 진입했다. 코오롱인더에겐 수소차 소재 외에 새 성장동력이 필요했다.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차로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건 분명했다. 전기차 이차전지 부문으로 눈을 돌린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코오롱인더는 2022년 1월 이차전지 소재 개발에 나서겠다고 공식화하고 유망 기업들에 투자를 단행하고 관련 기술을 자체 개발하고 있다. 4만원대로 떨어진 주가가 올해 들어 5만원로 회복한 현시점에서 보면 신사업 노선은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아라미드 펄프 설비 증설 등 투자 산적...유망 기업 발굴로 간접 진출
코오롱인더가 정조준한 이차전지 부문 신사업은 차세대 이차전지 소재와 폐전지 재활용 등 두 가지다. 이차전지 소재의 경우 이미 수많은 석유·화학 기업과 소재사가 양극재와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 등 핵심소재를 중심으로 시장에 진출해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이에 코오롱인더는 경쟁이 상대적으로 적고 선두 사업자가 없는 리튬 메탈 음극재로 눈을 돌렸다. 리튬 메탈 음극재는 리튬을 활용한 음극재로 흑연을 사용하는 기존 음극재 대비 무게당 에너지밀도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소재로 알려졌다.
미래형 전지'로 손꼽히는 전고체 전지에 탑재할 경우 수명이나 용량, 출력, 안정성 등 모든 면에서 완벽에 가까운 성능을 낼 수 있어 차세대 소재로 각광을 받고 있다. SKC와 포스코퓨처엠뿐 아니라 일부 중견·중소기업들이 리튬 메탈 음극재를 연구하고 있지만 아직 상용화에 성공한 곳은 없다.
코오롱인더는 리튬 메탈 음극재를 직접 만드는 대신 관련 소재를 제조하고 공급하는 역할을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7월 리튬 메탈 음극재 소재 기업 니바코퍼레이션에 100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에 올라섰다. 이 회사는 고순도 리튬메탈 금속 덩어리와 분말, 포일 등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2016년에 설립됐다.
코오롱인더는 우선 이차전지 소재 부문에 직접 진출하는 대신 유망 기업을 발굴·투자하는 전략을 택했다. 투자 대상 기업을 추가로 발굴해 제조 인력이나 기술, 설비 등을 점차 확대해나가겠다는 복안이다. 스타트업 투자는 일종의 '다리' 역할인 셈이다. 고순도 방향족계 석유수지(PMR), 아라미드 펄프 등 기존 사업의 설비 증설을 준비하고 있어 간접 진출을 먼저 시작했다고 코오롱인더는 설명했다.
지난 4월 폐전지 재활용 스타트업 알디솔루션에 지분 투자를 단행한 것도 같은 전략이다. 지분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알디솔루션은 폐전지에서 리튬과 니켈, 코발트 같은 원재료를 선택적으로 회수하는 건식 공정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건식 공정은 물리적 분쇄를 거친 폐전지를 가열해 처리하는 방식으로, 산성 물질을 이용하는 습식 공정 대비 많은 양의 페전지를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코오롱인더는 여기서 추출한 리튬을 리튬 메탈 음극재 생산에 활용하는 밸류체인을 구상하고 있다.
알디솔루션은 연내 폐전지 재활용 설비를 구축하고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알디솔루션의 양산 과정이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코오롱인더가 추가로 지분을 확보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차전지 소재로 R&D 투자 확대...전고체 전지 소재 개발도 돌입
시장의 다음 관심은 코오롱인더가 신사업으로 내세운 이차전지 부문에서 두각을 드러낼 수 있을지다. 현재 기준으로는 리튬 메탈 음극재 소재나 폐전지 재활용 사업은 본업과 접점이 없다.
투자업계 일각에서 코오롱인더의 신사업에 의구심을 드러내는 건 이 때문이다. 실제로 코오롱인더는 지난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 당시 이차전지 사업 관련 투자 계획을 묻는 질문에 "CAPEX는 유동적일 것"이라고 애매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코오롱인더의 그간 R&D 성과를 보면 이차전지 부문에 대한 진정성을 일부 엿볼 수 있다. 이차전지 음극 바인더용 고분자 화합물, 고체 고분자 전해질용 화합물 특허 등이 대표적이다. 기존에 아라미드와 수소연료전지 관련 기술 투자가 중심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R&D 투자가 향후 집중하려는 분야로 확대됐음을 알 수 있다.
코오롱인더는 현재 주류 이차전지로 자리 잡은 리튬이온 기반의 전지가 폭발 위험이 있다는 점에 착안해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이차전지 소재를 연구하고 있다. 이차전지 시장이 커지면 안정성이나 기존 이차전지의 성능 한계 등을 극복한 고체 전해질 기반의 전지가 각광받을 것이란 기대가 깔렸다.
금융투자업계 분석에 따르면 코오롱인더는 지난 3년간 R&D에 연평균 1027억원을 투입했다. 이는 연간 CAPEX의 46% 수준으로 국내 화학·정유업체 32개사 중 넷째로 높은 수준이다. 코오롱인더는 이차전지 소재 특허를 지분 투자한 기업들과 공유해 시너지를 낸다는 계획이다.
코오롱인더 관계자는 "(이차전지 소재 관련) 신사업 로드맵은 지속적으로 정교화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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