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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차이나 디스카운트 점검]골든센츄리, CB 발행 번복 탓 '불성실 공시법인' 낙인농기계 사업 성장 한계, 이차전지 등 신사업 자금 조달 난제

성상우 기자공개 2023-09-11 07:40:45

[편집자주]

국내 증시에는 중화권 기업에 대한 불신이 만연하다. 부실경영과 회계 불투명성으로 상장 폐지를 거듭하는 등 여러 논란을 일으키며 신뢰도를 스스로 깎아내린 영향이다. 하락한 신뢰도는 국내 증시에 상장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의 투자 매력도 낮추고 있다. 코스닥에 상장한 중국 기업이나 중국 자본이 지배하는 곳은 15개 이하 수준에 불과한데, 이 중 80% 정도가 공모가 회복은커녕 동전주를 면치 못하고 있다. 더벨은 중국계 기업의 상장 후 실적과 지배구조 이슈, 주가 추이를 통해 차이나 디스카운트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01일 08: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골든센츄리는 한때 꽤 건실한 기업으로 꼽혔다. 상장 직후인 2016년 4분기에는 큰 폭의 주가 상승을 맛보며 시장에서 수차례 회자되기도 했다. 한동안은 실적도 따라줬다. 연매출이 1000억원대를 빠르게 돌파했고 영업이익률도 20% 후반대까지 치솟았다. 국내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 성공 사례로 언급될 만했다.

탄탄한 줄 알았던 골든센츄리는 이후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실적이 반토막 나더니 올해는 적자 전환했다. 희토류, 이차전지 사업 등을 신사업 아이템으로 제시했지만 시장에선 보수적인 반응을 보였다.

신사업 자금 조달을 위해 추진한 전환사채(CB) 발행은 결국 철회됐다. 공시로 낸 자기주식 처분 방침을 번복하며 불성실 공시법인으로도 지정되기도 했다. 주가는 6년간 줄곧 대세 우하향 흐름이며 현주가(182원)는 역사적 저점 수준이다. 상장 직후인 2016년 11월에 찍었던 최고가(3047원) 대비 20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다.

골든센츄리 최근 6년 주가 추이 [자료=네이버증권]

2010년대 후반은 골든센츄리에게 황금기였다. 코스닥 상장 이후 한동안 실적은 견조하게 성장했다. 2018년 800억원대였던 매출 볼륨은 이듬해 1000억원을 돌파하더니 2020년엔 1300억원선까지 치고 올라갔다. 외형을 끌어올리면서 수익성도 준수하게 유지했다. 20%대의 영업이익률과 10% 중후반대 순이익률을 꾸준히 냈다.

갑작스런 부진이 찾아온 건 작년이었다. 직전 3년간 1200억원 안팎을 유지해왔던 매출 외형이 단번에 6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50억원에 불과했다.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 모두 곧바로 한자리수로 떨어졌다. 문제는 올해부터다. 지난 1분기 적자 전환에 이어 2분기까지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상반기 누적 매출은 280억원 수준이다. 이 흐름이 이어질 경우 연매출은 500억원대로 더 축소될 수 있다.

실적이 갑작스럽게 고꾸라진 건 골든센츄리 사업구조 특성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골든센츄리의 주력 제품은 트랙터 완성차와 트랙터용 휠이다. 농기계 시장 특성상 성장성에 한계가 있고 핵심 시장인 중국 시장의 변동성에 따라 영업 실적 등락폭이 커진다는 맹점을 안고 있다.

성장 정체의 장기화를 예감한 골든센츄리는 재빠르게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을 구상했다. 국내 증시에서도 가장 핫한 사업 아이템으로 꼽히는 희토류, 이차전지가 눈에 들어왔다. 국내 증시 투자자들에게 더 효과적으로 어필하기 위해 보드 멤버 6명 중 4명을 한국인으로 배치하는 승부수를 뒀다.


신사업 구상 발표는 일사분란하게 이뤄졌다. 베트남 안틴그룹과 현지 합작법인을 세워희토류 전문기업으로 변모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프랑스 소재 이차전지 분리막 업체 ‘이솝’과의 동맹라인 형성, 인피니티코리아와의 파트너십 등 투자자들이 솔깃할 만한 주가 부양 재료들을 쏟아냈다.

사업 자금 조달을 위한 후속작업도 공격적으로 추진했다. 인피니티코리아 등 파트너사들을 대상으로 한 CB 발행 및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 수혈을 받기로 했지만 최종 무산됐다. 4회차(200억원)와 5회차(220억원) CB를 매입하기로 했던 인피니티코리아가 대금 납입이 불가능하다는 의사를 통보하면서다. 인피니티코리아는 120억원 규모의 제3자 유상증자 참여 결정까지 번복했다.

시장은 골든센츄리의 신사업 의지에 대해서도 보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업계에선 신사업 추진을 위한 CB 발행 등 자금조달안을 발표한 뒤 주가가 상승하면 엑시트 시도를 하는 것 아니겠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 설립 당시 지분율이 58.9%였던 최대주주 주승화(중국인) 대표의 경우 최근 지분율이 11.8%까지 떨어졌다. 특히 2021년 2분기 이후 집중적인 매도가 이뤄졌다. 특히 지난해 말에는 지분 절반을 시장에 내다 팔았다. 신사업 계획 발표와 동시에 대주주의 지분 대량 매각이 이뤄진 셈이다. 신사업 추진에 대한 주 대표의 진의가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골든센츄리가 단기간에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쉽지 않아보인다. 최대주주인 주 대표는 단기 내 엑시트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 상황이 지속될 경우 최종 피해자는 41.73% 지분을 갖고 있는 소액주주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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