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10월 31일 07: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생명 매각이 불발됐다. 우선협상대상자인 하나금융지주는 인수 포기 이유로 "보험업 강화 전략 방향과 맞지 않다"는 입장을 냈다. 하나금융은 그간 보험업 강화를 핵심 경영 목표로 내세웠다. KDB생명이 보험사로서의 가치가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KDB생명의 표면적 가장 큰 문제는 건전성이다. 1조3000억원가량의 추가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나금융이 KDB생명 입찰에 나섰을 땐 인지하고 있던 내용이다. 하나금융은 대신 대주주인 산업은행에 자본확충을 요구해 인수 후 지원금액을 줄이기 위한 요구에 집중했다. 규모는 작지만 정상화를 위한 자금지원 금액을 줄인다면 승산있는 인수라는 판단도 있었다.
산은 역시 화답했다. 산은은 KDB생명의 유상증자 참여 등으로 올해에만 7000억원가량의 자금을 투입했다. 하나금융이 인수에 확답을 주지 않자 3000억원의 추가 유상증자도 제시했다. 매각 이후에도 2대 주주로 남아 향후 추가 자금지원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하나금융은 인수를 포기했다. 실사 이후 입장을 바꿨다. 내실, 취약한 영업기반이 문제로 지목됐다. 단순한 자금 투입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진단이다.
KDB생명의 취약한 내실 기반에는 산은의 경영책임이 있다. 산은은 2009년 KDB생명을 인수했다. 당시 경영 문제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산은은 이후 '자구책'을 강요했다. 생명보험업 경험이 전무한 산은 인사들이 이사회를 장악했다. 자구책 강요는 세번째 매각 불발 이후 심각해졌다. 2017년 인력 구조조정으로 200명 이상의 직원이 짐을 쌌다. 단숨에 임직원이 30%가까이 줄면서 보유한 영업채널은 붕괴했다. 200곳에 달하던 영업점포는 절반으로 줄었다.
GA 설계사 시책도 없앴다. 시책은 보험사가 설계사의 영업을 독려하기 위해 판매보너스를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인지도가 낮은 중소형 보험사가 시책을 없앤 것은 상품을 판매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모든 경영 정책은 매각을 위한 비용 절감에 맞춰졌다.
그 결과 영업실적은 빠르게 하락했다. 대표적인 강점이던 온라인보험 매출이 빠르게 줄었다. 구조조정 1년 만에 대면채널 수입보험료는 절반으로 감소했다. 기존에 강점을 보인 온라인보험 매출은 2016년 500억원에서 급격히 줄었다. 지난해에는 관련 수입보험료는 16억원이다. 줄어든 수익성은 부동산 매각으로 메웠다. 그렇게 용산구 동자동의 본사 사옥은 KB자산운용에 팔렸다.
산은은 이번 5번째 KDB생명 매각에 적극적으로 임했다. 콧대 높았던 과거 매각 땐 상상하기 어려운 행보였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매각 불발의 가장 큰 책임 역시 산은에 있다. 땜질식 비용 절감이 아닌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전략적 구조조정 계획을 세웠다면, 건전성 악화 이전에 영업채널 확보에 투자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10년 5번의 교훈을 되짚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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