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신관치 시대]대접 '제대로' 못받는 금융업…'주인 없다' 인식도 강해⑪정책금융 역할 강조, 수익창출엔 부정적…각종 규제 앞세워 지배구조 압박
고설봉 기자공개 2023-12-01 07:48:21
[편집자주]
금융산업을 둘러싼 정치 권력의 압박이 강해졌다. 과거처럼 낙하산 인사를 하거나 직접 경영에 관여하지는 않는다. 지배구조 개선과 상생금융 요구 등 비판의 형태를 띈 메시지를 통해 금융사를 압박하고 있다. 시스템적으로 직접 관치를 할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우회적인 방식으로 압박을 계속하는 이른바 신관치가 진행되고 있다. 관치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적절한 견제는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지만 시장 질서를 흐트려선 안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더벨은 신관치라 부를 수 있는 현재 금융 환경을 진단하고 그 속에서 금융산업 발전 방안을 모색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4일 16: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금융산업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만 그에 걸맞는 대우를 받지 못한다. 역할과 기능에 대한 고찰 없이 제조업 중심의 산업계를 지원하거나 서민금융 활성화의 창구로 인식되는 편이다. 이에 따라 금융업의 위상이 제대로 정립되지 못하는 실정이다.지배구조의 취약성도 금융회사에 대한 관치가 작동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의결권을 행사하는 지배주주 없이 시장에 지분이 흩어져 있는 형태로 은행 지배구조가 짜여있다. 대표이사(CEO)와 이사회 중심 경영을 통해 제도적으로 독립적이고 투명한 운영체계를 만들었다. 하지만 실상은 규제를 명분으로 정부와 금융 당국의 입김이 금융사 경영에 반영되고 있다.
◇제조업 떠받치고, 서민금융 역할에 국한된 금융산업
우리나라에선 유독 금융산업을 산업으로 보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정책을 펼치면서 금융업은 제조업을 보조하는 수단이란 인식이 기저에 깔려 있다. 정부는 은행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금융 역할을 강조한다. 자금을 저리에 공급하라는 무언의 압력이 행해진다.
정부가 은행권에 기대하는 또 다른 역할은 서민금융 활성화다. 부동산담보대출과 전세대출, 개인신용대출 등에 대한 다양한 금융지원책을 정부가 나서 발표하고 은행권의 동참을 요구하는 식이다. 더 나아가 은행권을 압박해 채무조정과 이자유예 등 여러 정책적 요구를 관철하기도 한다.
이러한 정부의 은행권에 대한 인식과 요구는 최근 상생금융이란 단어로 종합된다. 과도한 이자이익을 내지 말라는 요구에선 저리로 자금을 공급하라는 함의가 내포돼 있다. 또 이익의 일부를 환원하라는 요구에는 서민경제 활성화와 한계차주 보호를 위한 버팀목 역할을 하라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정작 정부와 금융 당국은 은행들에 대해선 ‘수익을 창출하라’는 요구는 하지 않는다. 제조업 등에 대해선 생산과 수출을 통해 수익을 더 많이 거둬들일 것을 기대하는 것과는 다르다. 물론 산업별 특성이 다른 만큼 제조업과 금융업을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는 없다.
다만 해외사례를 보면 자본의 투자와 자산의 운용을 통한 수익 창출을 반기고 이를 활성화 하려는 시도가 많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을 키우기 위한 전략적인 금융산업 육성책도 있다. 당장 일본만 하더라도 시중은행들이 대형화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최근 금융 당국 중심으로 해외에 한정해 금산분리 이슈를 완화하면서 산업적 측면에서 금융산업 육성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 크다.
◇주인 없는 은행…정부와 당국 나서 지배구조에 압력
은행산업의 또 다른 문제는 경영자율성이다. 국내 금융산업은 은행 중심의 금융지주 체제가 주도하고 있다. 현존하는 10개의 금융지주사 가운데 8개가 은행 지주다.
은행 금융지주는 뚜렷한 주인이 없다. 거의 모든 금융지주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이다. 또 글로벌 사모펀드 등이 과점주주 체제를 형성하고 있는 곳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시장에 지분이 흩어져있다. 주로 외국인 주주 비율인 50% 이상으로 많다.
이런 가운데 경영권은 이사회 중심으로 행사된다. 회장(CEO)과 은행장(CEO) 및 사외이사들이 주도권을 가지고 경영권을 행사하는 형태다. 이 가운데 가장 영향력이 크고 상징적인 인물은 금융지주 회장이다.
표면적으로 금융지주 경영은 회장이 전권을 가지고 행한다. 다양한 경영 현안에 즉각 대응하고 인사권을 행사하면서 그룹 전체를 경영하는 모습이다. 또 회장과 사외이사 등의 선출은 각 금융지주사 고유의 자율권을 보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외부의 영향력이 내부에 미치지 않도록 다양한 안전장치가 만련돼 있다.
그러나 실상은 정부와 금융 당국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최근 금융지주를 상대로 여러 압박이 행해지고 있다. 이 가운데 각 금융사 입장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가 지배구조였다. 상생금융과 이자이익 축소 등 요구는 실적에 영향을 주는 요소다. 하지만 회장에 대한 압박은 지배구조를 불안하게 하면서 근간을 흔드는 이슈였다.
신관치가 작동하는 지점도 지배구조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융 당국은 지속적으로 은행 지주에 대한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연임을 앞두고 있던 모든 회장들이 용퇴했다.
우리금융그룹 등에선 관 출신 CEO가 선임되면서 관치가 힘을 발휘하는 모습도 보였다. 다른 금융지주들의 경우 CEO 교체 과정에서 안팎의 잡음이 컸다. 또 연임을 추진하던 CEO들이 갑자기 중도 하차하면서 혼란이 야기되기도 했다.
또 지난해 말 신한금융그룹 회장과 최근 KB금융그룹 회장 교체 때도 정부와 정치권, 금융 당국 등의 외압이 직간접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경영성과와 리더십 등에서 호평을 받으며 연임이 유력했던 회장들이 모두 용퇴하며 물러났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 금융산업을 보면 국가를 위해 뭔가 동원해야 하는 느낌이 여전히 강하다"며 "금융사 수장도 정권의 영향력 아래 여전히 강하게 놓여있어 독립적인 CEO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회사가 아니라 여전히 금융기관이란 말이 유효하다"며 ""주식시장에 상장돼 주요 주주들이 외국이과 기관인데 그들은 회사로 보고 투자했는데, 운영은 공공기관처럼 되고 있어 글로벌 스텐다드에도 맞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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