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VA를 움직이는 사람들]'벤처 마당발' 이준표 대표 "주인의식 갖고 AI 기회 모색"②'연쇄창업가→심사역→오너' 변신…창업자·LP 두터운 신뢰, 아시아 1등 VC 도약
이영아 기자공개 2024-03-07 08:20:14
[편집자주]
국내 톱티어 벤처캐피탈 소프트뱅크벤처스아시아가 손바뀜을 기점으로 새로운 도약을 위한 날갯짓을 시작했다. 손태장 미슬토 회장을 새 주인으로 맞아 SBVA라는 이름으로 대항해 도전에 나선다. 2000년 벤처투자 첫 발을 뗀 하우스는 '창업가의 든든한 동반자'를 지향하며 지난 25년 동안 한국을 넘어 아시아 벤처 생태계를 대표하는 VC로 성장해왔다. 더벨은 지배구조 변화와 맞물려 또 한번의 점프업을 꿈꾸는 SBVA 핵심 구성원들의 면면을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05일 07: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공지능(AI) 시대가 열리면 창업 생태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다. 원맨(one-man) 유니콘이 쏟아져나올 것이다.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소수 인력이 모여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큰 비용과 인력을 AI가 해결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이준표 SBVA 대표(사진)는 손바뀜 이후 'AI 르네상스 시대' 대비 전략을 세우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이 대표는 AI를 증기기관에 비유한다. 산업혁명을 촉발한 촉매제라는 공통점을 지녔다.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미래 동력 확보는 고사하고 현재 경쟁에서도 순식간에 뒤처질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하우스가 오랜 기간 지켜온 '창업 동반자' 철학을 이어가는 관점에서도 AI는 중요한 키워드다.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모험자본의 영원한 숙제다. 그동안 SBVA는 변화의 파고를 미리 포착해 대응하고 포트폴리오의 성장을 지원하며 톱티어 벤처캐피탈(VC)로 자리매김했다. AI 시대에도 예외는 없다는 입장이다.
새출발에 나선 SBVA가 'AI 혁명'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섹터 펀드를 새롭게 구상하는 것도 이러한 운용 철학 때문이다. 이 대표는 글로벌 AI 펀드 결성에 착수했다. '연쇄 창업가'이자 '벤처 투자자'로 활동하며 쌓은 풍부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가슴 뛰는 도전에 함께 나설 출자자(LP)를 모색하고 있다. 투자자 관점에서 시장을 예측하고 포트폴리오 성장을 지원하며 향후 10년 뒤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구상이다.
◇창업가 출신 벤처캐피탈리스트, SBVA 얼굴되다
이준표 SBVA 대표는 스타트업·벤처 업계에서 잘 알려진 연쇄 창업가 출신 투자 심사역이다. 카이스트(KAIST) 3학년에 재학 중이던 2001년 컴퓨터 원격 제어 소프트웨어 업체 에빅사를 창업해 LG데이콤(현 LG유플러스)에 매각했고, 2007년에는 동영상 솔루션 업체 엔써즈를 창업해 KT에 팔았다.
두 개의 회사를 세워 엑시트(매각)에 성공하며 업계에 이름을 알린 이 대표는 2015년 벤처캐피털리스트로 전업했다. 엔써즈를 이끌던 시절 소프트뱅크벤처스 투자를 받은 것이 인연이 됐다. 창업자 시절부터 지켜온 '정보기술을 통한 인류의 행복 증진'이라는 철학을 벤처투자로 실현해 보자는 다짐이 동기로 작용했다.
이 대표는 "단순히 재무적 이익만 보고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삶을 증진시킬 수 있는 기술 기업을 발굴하자는 하우스의 철학에 매력을 느꼈다"면서 "창업가로서 걸어왔던 삶의 궤적과 맞닿아 있었다"고 했다. 이어 "투자 기업을 내 회사처럼 생각하며 동료이자 동반자로 다가가려 했다"고 말했다.
재무적 투자에 멈추지 않고 창업가의 고민을 함께했다. 포트폴리오를 향한 적극적인 지원을 이어갔다. 시장분석과 성장전략, 인력관리를 비롯한 여러 고민을 앞서 맞닥뜨린 선배 창업가이기에 가능했다. '진심어린 투자자' 이 대표를 향한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의 신뢰도 쌓여갔다. 2018년 대표이사직까지 맡겼다. 2002년부터 약 16년간 소프트뱅크벤처스를 이끌었던 문규학 전 대표의 후임자로 당시 30대 중반의 이 대표를 선택했다.
2018년 이준표 대표 체제가 구축된 뒤 하우스의 외형 성장은 가파르게 이뤄졌다. 2018년 8090억원이었던 운용자산(AUM)은 지난해 2조5457억원으로 6년만에 3배가량 불어났다. 더벨 리그테이블 기준 운용자산 순위도 13위에서 3위로 수직상승했다. 약정총액 1000억원이 넘는 대형 벤처펀드를 잇달아 조성한 덕분이다.
한발 앞선 투자전략이 선구안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이 대표의 전략은 글로벌 확장이었다. 사명도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에서 '소프트뱅크벤처스아시아'로 바꿨다. 한국과 동남아시아, 미국, 중국 등 여러 나라에서 투자 기회를 탐색했다. 단순히 철학만 앞세우지 않았다. 한국과 동남아, 미국, 중국 현지에 팀을 꾸렸다.
이 대표는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모바일 산업이 빠르게 팽창하고 기술이 급격히 진보하던 변화의 시기였다"며 "글로벌 산업 지형도 변화에 있어서 투자자로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과감하게 투자 영역을 넓혀 동남아와 미국, 중국, 일본 기업에 투자했다"고 전했다.
◇생태계 넘버원 VC 지향, AI 비롯 미래산업 집중
SBVA의 목표는 '아시아 1등 VC'가 되는 것이다. 이 대표가 취임이래 줄곧 강조하는 지향점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취임 직후 글로벌 투자팀을 이끌고 싱가포르로 향했다. 하우스의 비전을 함께 구상하는 워크숍 자리였다. 그는 구성원들에게 '아시아 넘버원 VC'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공유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운용자산(AUM)과 내부수익률(IRR)을 비롯한 정량적인 실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아시아 지역 좋은 창업가가 가장 함께하고 싶은 하우스가 되자는 의미"라고 언급했다. 이어 "돈만 투자하고 기다리는 벤처투자 시대는 끝났다"면서 "산업의 흐름을 같이 읽어 나가며 창업자와 함께 고민하고 호흡하는 성장 모델이 VC가 지향해야 할 지점"이라고 강조했다.
손바뀜 또한 이러한 운용철학의 연장선에서 이뤄졌다. 창업가의 든든한 파트너를 지향하는 과정에서 독립성 확보의 필요성이 점차 커졌다. 같은 시기 손태장 미슬토 회장은 제도적인 벤처투자를 고민하고 있었다고 한다. 손 회장은 개인 차원에서 70여개 벤처펀드, 250여개 기업에 약 1조원가량을 투자하며 '벤처투자 시장의 큰 손'으로 불렸다.
서로의 지향점이 교차한다는 것을 알게 된 뒤 논의는 순조롭게 흘러갔다. 지난해 디에지오브 법인을 설립해 소프트뱅크벤처스를 인수했다. 디에지오브는 손태장 회장을 비롯해 이준표 SBVA 대표, 타이라 아츠시 미슬토 매니징 디렉터가 공동창업자이자 주요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손바뀜 이후 소프트뱅크그룹은 새로운 펀드의 LP로 동행하며 끈끈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는 "펀드 운용은 독립성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벤처캐피탈로서 독립적인 운용성을 지키면서 오랜 기간 쌓아온 네트워크와 인지도 등을 함께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결실을 보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손 회장님의 글로벌 창업가 네트워크까지 더해져 큰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신규 펀드 결성에 도전한다. AI 전문 섹터펀드를 구상 중이다. 이미 펀드레이징에 돌입했다. 이 대표는 "모든 산업 분야에서 AI가 엄청난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AI는 스타트업에 어마어마한 기회"라며 "반짝이는 아이디어만 있다면 소수의 인력이 몇조, 몇십조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세상이 눈앞에 있다"고 덧붙였다.
궁극적인 지향점은 '창업가라면 누구나 투자받고 싶은 하우스'가 되는 것이다. AI를 포함한 미래 산업에 기민하게 대응하며 창업가와 동반 성장하는 VC를 꿈꾸고 있다. 이 대표는 "SBVA는 아시아 모든 창업가가 글로벌 기업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 꼭 동행하고 싶은 하우스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산업의 흐름을 읽고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는 하우스의 장점이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 2011년부터 선도적으로 축적해 온 글로벌 네트워크가 힘을 보탤 전망이다. 지난해 '챗GPT 아버지' 샘 알트만의 방한을 성사시키며 국내 AI 스타트업과 협업 물꼬를 튼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 대표는 "SBVA는 단순 투자자가 아닌 공동 창업자 관점에서 포트폴리오를 바라보며 실질적인 지원을 이어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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