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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바이오는 지금]캐시카우 '석유화학' 어렵다, '기술이전·매각'이 살 길④자생 분기점 '2조 매출', 석화 등 타사업부문 침체기…자금조달 '관건'

최은수 기자공개 2024-03-19 10:57:41

[편집자주]

LG그룹의 40년 바이오 집념은 제미글로와 팩티브라는 국산신약을 만들어낸 저력으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신약은 쉽지 않은 길, LG그룹 역시 붙였다 떼었다 하는 부침을 겪었다. 그리고 LG화학 품에 다시 안착한 지 7년,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만들어 낸 성과로 시장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국산신약 1호라는 타이틀을 넘어 '빅바이오텍'이 된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주력 전략은 '항암신약', 퀀텀점프를 위해 예열 중인 LG화학 바이오의 현재를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8일 16: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화학이 바이오에 5년 간 2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지만 바이오 자체로선 막대한 현금을 창출할 복안이 없다. LG생명과학을 LG화학에 합병하면서 바이오 베팅은 멈추지 않겠다는 그룹의 의지가 분명하다. '바이오'라는 신사업의 무게를 LG화학에 짊어지게 한 건 석유화학과 배터리, 전지소재에서 창출할 수익이 탄탄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해에 수십조 원의 매출을 내던 LG에너지솔루션은 분사했고 캐시카우로 여기던 다른 사업의 경쟁력도 외풍에 영향을 받고있다. 작년 투자비용 대부분 차입을 통해 조달한 원인이다.

최근 생명과학부문이 비주력자산 매각 등의 효율화 작업을 검토하는 것도 이러한 상황을 고려한 움직임이다. 결국 LG화학 바이오사업의 향방은 조달 역량에 달려있다고 과언이 아니다.

◇턱밑에 찬 R&D 부담, 타 사업부문 조력으로 풀었지만 업황 난항

LG화학은 2017년 바이오사업 계열사 LG생명과학을 흡수합병했다. 적극적인 R&D를 위해선 안정적인 현금이 필요하다고 봤다. LG화학의 자본력에 기대 R&D 자금을 충당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의사결정이었다.

실제 LG화학이 2023년 한해 집행한 R&D 비용(별도 기준)은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약 40%인 3750억원이 바이오 사업 몫이었다. LG화학은 수년 전 LG생명과학을 껴안은 본질을 착실하게 이행하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앞으로도 R&D 지출 규모는 계속 늘려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은 당분간 막대한 R&D 비용을 감내하는 레이스를 이어가야 한다. 일단 생명과학부문의 자생을 위한 결정적 시기는 2030년이다. 이때가 되면 생명과학부문 자체 매출이 2조원을 넘는다고 전망한다. 매년 4000억~5000억원을 바이오 R&D 비용으로 투입해도 견딜 체급이 완성된다는 접근이다.

그러나 당장 현재가 문제다. LG화학 생명과학부문의 매출액은 단 1조원대. 지금 체급에선 한해 동안 지출한 R&D 비용을 감내하기 버겁다. 일례로 생명과학부문의 작년 매출액 대비 R&D 지출 비중인 31.7%는 이미 국내 제약사들이 적정선으로 보는 매출액 대비 R&D 지출 비용 임계점인 25%를 넘어섰다.

어떻게 R&D 비용을 조달할지를 LG화학 전 사업부문이 고민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만 한 지점이다. 그러나 각 사업부문의 상황이 좋지 않은 점이 고민거리다. LG화학 한해 매출의 과반을 차지하는 석유화학(석화) 사업은 업황을 많이 탄다. LG화학의 10년 간 펀더멘털이 국제 유가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석화사업 침체는 곧 LG화학의 수익성 부진과 직결된다. 전체 사업부문 매출액은 2022년 30조원 고지를 넘었다가 2023년엔 26조원으로 3년 전 수준으로 회귀했다.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약 4000억원 후퇴했다. 업황 악화에서도 20조원 안팎의 매출규모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던 석화사업부문 매출이 3년 전 추이로 돌아간 영향이다.

그나마 이전까진 석화 사업 부진을 전기차용 배터리시장 선두권인 에너지솔루션의 성장으로 메울 수 있었지만 2022년 물적분할을 단행하며 자회사가 됐다. IPO까지 단행한 데 따라 독립적인 생존이 우선순위인 상황이다. 이외 다른 사업부들도 역성장을 기록 중이다.

◇총차입금 10조, 바이오 비주력자산 정리는 불가피

LG화학은 올해도 R&D와 자본적지출(CAPEX)을 포함해 4조원 이상을 지출할 계획을 내놨다. 단기적이긴 하나 주력인 석화를 포함해 대부분의 사업이 부진한 가운데서도 투자 증대 카드를 거둬들이진 않았다.

LG화학이 밝힌 바이오를 포함한 작년 투자 집행액은 약 3조4000억원이다. 바이오가 아닌 전체 투자를 봐도 부담이 적잖다. 이미 작년 LG화학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인 1조3172억원을 크게 뛰어넘는다. 작년 말 기준 LG화학의 보유 현금성자산 2조960억원과 약 5조원의 운전자본을 조절해도 당장 올해 투자를 예고한 4조원을 감당키 쉽지 않다.

주력 사업이 부진했던 작년엔 대부분의 투자 재원을 조달을 통해 마련했다. LG화학의 별도 기준 차입금은 9조8246억원이다. 전년대비 38.7% 늘었다.


바이오 R&D를 지탱할 LG화학의 주력사업이 흔들린 데 따라 결국 신사업 성공 여부는 이를 지탱할 자금조달 여부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더이상의 차입확대는 쉽지 않은 상황에서 선택지는 많지 않다. 또 다시 바이오사업을 분사할 계획은 없다는 점을 IR 등을 통해 밝힌 바 있다. 외부 투자유치는 현재로선 고려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작년부터 지속적으로 생명과학부문 내 개별사업부문의 매각설이 도는 것도 이런 재무 상황 때문이다. 혁신신약 개발에 방점을 찍고 이를 밀어붙일 여력을 마련하기 위해선 불가피한 선택이다. 이미 작년엔 글랜우드PE에 진단사업부를 매각했다.

올해는 주력 제품인 필러를 매각할 것이란 전망이 이어진다. 일단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전했지만 내부적으로는 비주력 파이프라인의 기술이전이나 일부 제품 매각 등을 숙고하고 있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LG화학 관계자는 "현금 창출능력이 다소 저하된 상황이라 대부분 차입으로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글로벌 신용등급이나 재무 건전성에 영향을 줄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비주력자산의 정리 등의 재무 효율화 전략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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