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풍향계]회사채 시장, 총선 이후 최대변수 '금리'미국금리 6월 조기 인하 전망…공사채 만기도래 급증, 4월 경계령
손현지 기자공개 2024-04-02 07:09:45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9일 16: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1분기 회사채 시장은 IB업계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4월 총선 이후 불확실성으로 선제적 조달에 나선 기업들이 많았다. 1~3월 회사채 발행량은 32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그렇다면 총선 이후 회사채 시장 전망은 어떨까. 다수의 IB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4~5월은 비교적 한산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당초 조달을 계획했더라도, 연내 미국 금리인하 시기가 앞당겨질 경우 기업들 입장에선 발행 시기를 뒤로 미루는게 유리하다. 더군다나 공사채 발행물량이 급증하면서 수급 부담도 커지고 있다.
◇1분기 회사채 발행, 예상보다 더 많았다
"이미 조달이 급한 기업들은 1분기에 다 완료했습니다. 포스코그룹을 제외하고 웬만한 그룹사들은 이미 다 나왔을 정도입니다."
2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1~3월 일반 회사채 발행량은 32조503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2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최대 수준의 발행이 이뤄진 셈이다.
통상적으로 3월은 감사보고서 제출 시기가 겹쳐 회사채 발행이 거의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1~2월 두달 동안 연간 발행의 대부분이 집행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회사채 빅이슈어로 평가되는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SK텔레콤 등이 대거 출현하면서 시장 규모를 키웠다.
일반적으로 1분기가 회사채 성수기로 여겨진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올해는 특히나 '역대급'이었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연내 금리인하 전망에 연초 크레디트 스프레드가 축소됐다. 상대적으로 이자수익이 기대되는 회사채 선호도가 높아진 것이다.
◇총선전 서두르는 기업들, 부동산PF발 우려에 '잰걸음'
올해는 4월 총선 이슈가 있는 만큼 선제적 조달 수요도 많았다. 부동산PF와 관련한 정부 스탠스가 달라질 경우 그에 따른 채권 금리가 흔들릴 수도 있기에 서둘러 발행 작업을 마친 것이다. 특히나 PF 유관 기업의 신용등급이 낮을 경우엔 발행 불확실성이 높았다.
일부 기업들은 회사채 만기가 5개월 이상이 남았는데도 조달에 나섰다. 통상 만기 한 달 전에 발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란 점을 감안하면 선제적인 행보다. 4월 회사채 만기 도래 물량도 15조원에 달해 차환 수요가 커졌다.
1~2월 발행 타이밍을 놓쳤던 기업들도 분주하다. 총선전 마지막 조달 찬스를 잡기위해 막판까지 서두르고 있다.
지난 27일 롯데칠성음료, 넥센타이어,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등이 수요예측을 진행했으며, 28일에는 한국항공우주, 금호석유화학이, 내달 1일에도 SK하이닉스와 교보증권, OCI, 2일에는 GS파워, HD현대일렉트릭 등이 대거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이다.
◇미국 금리 인하시점 6월?…공사채 출현도 수급부담
총선 이후의 회사채 시장은 어떨까. IB 업계는 금리인하 시기를 최대 이슈로 지목한다.
최근 미국 연준이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일부 이슈어들이 발행 시기를 늦출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당초 4~5월 조달을 계획했던 기업들이 발행 시기를 뒤로 미룰 수 있다는 분석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연내 금리 인하가 유력한 가운데 기업들 입장에선 적극적일 수 많은 없는 상황"이라며 "특히나 현금 유동성이 넉넉하고, 7년 이상 장기물을 조달하던 빅이슈어들 입장에선 채권조달 시기를 뒤로 늦출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공사채의 발행량이 급증하고 있는 점도 기업들에겐 부담요소다. 신용도가 우수한 공사채 발행 규모가 늘어나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열위인 다른 회사채의 수요까지 흡수하며 수급 부담이 생길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 공사채 발행량은 3조3100억원이었지만, 지난달 5조4100억원으로 약 63.6%가량 증가했다. 지난달 한국도로공사(9200억원),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8300억원), 경기주택도시공사(7100억원) 등을 중심으로 공사채 발행량이 늘었다.
대표적 공사채인 한전채는 작년 9월 이후 발행이 없는 상황이라 위기감은 더 크다. 1분기 공사채 만기 도래 물량은 월별로 2조∼3조원대에 그쳤으나 오는 2분기 4조∼5조원대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월별로는 4~5조원 가량 공사채 만기가 도래할 전망이다.
한 회사채 시장 관계자는 "총선 이후 자금난에 시달리는 건설사들의 연쇄 부도가 발생할 수 있다는 4월 위기설로 회사채 시장에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며 "공사채까지 가세할 경우 발행 심리가 당분간 위축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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